학위는 돈으로 사라 – 하버드, 스탠포드, 프린스턴의 온라인 무료강의

나는 TED.com 의 열렬한 팬이다. 그래서 2009년도에 인터넷에서 만난 몇몇 분들과 함께 첫번째 TEDxSeoul을 준비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TED가 그 후에 여러곳으로 퍼져 나가더니 지금은 전국에 수많은 TEDx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후에TED를 모방한 많은 강연+컨퍼런스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생겼고, 얼마전에는 TV에서도 이런 형식의 예능프로+교양프로 들이 생긴 것을 보고 TED의 파급력과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진지한 담론과 영감을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러한 지식공유와 영감전파 프로그램에 열광했던 이유들은

1) Speakers: 세계적/국내적으로 유명한 연사들이 참여한다는 점
2) Free: 아이디어와 지식의 무료 보급이라는 점.
3) Inspiration: 단순한 지식보다는 감동과 영감을 주는 이야기들이라는 점.

라는 세가지 이유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에서의 고급 지식이라는 것은 대학의 상아탑에 꽁꽁 숨겨진 교수님들간의 담론인 경우가 많거나, 책 속에서 뒤집고 찾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거나, 혹은 일반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암호같은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학자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이것은 지식이라는 재화의 특성과 반대된다. 지식이라는 것은 공유할 수록 그 가치가 더 커지고, 교수님들이 논문을 저널에 publish 하는 이유도 널리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전문분야라는 것이 더 세분화 되다 보니까 그것과 연관된 사람들도 점점 적어지고, 그것을 봐도 이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니까 자신들끼리 이야기하게 되는 경향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엄청 비싼 교육 vs. 공짜 교육

사실 지식을  비밀스럽게 포장하는 것에도  가치가 생겨나기는 한다. 즉,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고, A라는 집단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밀같은 것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그 지식이 이 사회에 꼭 필요한 것 중에서 하나라고 하자. 그리고 A라는 집단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특정 사람들에게만 전수하면서 ‘학위’라는 것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A라는 집단에 들어가고 싶어하고, 그 지식을 배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너무 널리 퍼져서 희소가치가 떨어지거나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A집단은 점차 그 학위의 가격을 올린다.

이것이 이른바 현대의 대학원 이상(graduate school)의 학위교육의 매커니즘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그 안에 대단한 것이 들어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학위가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일 뿐.

많은 사람들이 MBA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이 점에 동의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사실 Business School을 단순한 MBA학위취득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유학을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대로 행동하다가 2년을 보내고 간다. 하지만 반대로 무언가를 배워보고, 그 안에 담겨있는 지식과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또 그만큼 얻어 가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MBA도 이러한 미국의 거대 학위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많은 비즈니스 스쿨들이 학점 공개조차 하지 않고, 학생들은 이것을 핑계로 자알 놀다 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는 수업료를 생각해보면 2년에 1억 정도가 들기 때문에, 이것은 거대한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교육이라는 미국의 거대 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무료로 교육을 하는 사이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youtube.com에 올라오는 몇몇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TED와 같은 컨퍼런스 형식의 발표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양질의 컨텐츠가 많이 올라오는 곳으로는 Khan Academy를 들 수 있다. Kellogg MBA에서도 몇몇 교수들은 수업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미리 복습하라는 의미에서 Khan Academy 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파이낸스 강의에서 몇몇 교수는 수학이나 통계와 관련된 기본적인 내용의 링크를 보내면서 방학 동안에 보고 오라고 보내주는 교수도 있었다.

나도 Khan Academy의 완전 큰 팬인데, 분명 이러한 형식의 온라인 교육이 앞으로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의 교육도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 그리고 사교육 모두 다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나타나는 또 다른 추세는 미국, 아니 전세계적으로 초일류 대학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 모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Harvard, Stanford, MIT, Princeton, U of Michigan등, 유수의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대학들에서 강의를 일반인에게 공짜로 열어 준다면 당신은 인터넷으로 들을 의향이 있는가? 나는 100% 있다.

학위는 돈으로 사라

최근에 이렇게 미국의 Top 대학중에서 무료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돈을 내고 동영상 강의를 들은 다음에 학위를 주는 온라인 교육시장 말고, 일반의 대중들에게 무료로 강의를 제공하는 것 말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프린스턴, 스탠포드, U Penn, 미시간 등이 참여하는 Coursera 와 하버드와 MIT가 함께하는 edX 를 들 수 있다. Coursera 의 경우는 시작단계이고, edX는 올 가을부터 시작할 계획이기 때문에, 두 서비스 모두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류 대학들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은 주목할만한 하다. 게다가 Coursera의 경우는 최근에 수천만 달러의 펀딩까지 성공했다고 하니, 사회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이러한 무료 강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웹사이트에 소개된 Coursera에 참여하는 대학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버드와 MIT가 함께하는 edX 프로젝트

하버드와 MIT가 함께하는 edX 프로젝트
이미 언급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몇몇 대학들이 Part Time 프로그램이나 Extension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에게 돈을 받고, 학위를 주던 프로그램들과는 매우 다르다. 물론 위의 프로그램들도 교수에게 질문할 수도 있고, 숙제도 할 수 있으며, 시험도 볼 수 있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면, 위의 프로그램들은 기존 온라인 교육과는 완전하게 무료라는 점이 일단 다르고, 학위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데 이 말을 잘 해석해보면 학위를 따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선이 그어지는 느낌이 든다. 즉, 학교에 돈을 내야만 학위를 찍어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맺으며…

나는 최근의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최근에 미국의 일류 대학들의 Global Expansion 전략이다. 즉, 미국에서 교육이라는 것은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산업인데, 그 중에서도 최근의 화두는 global expansion이다. INSEAD 같은 프랑스 대학이 MBA 캠퍼스를 여는 것이나, Cornell 대학도 새롭게 공대를 뉴욕에 여는 것 등이 모두 second campus를 자신이 원래 속한 곳 말고 다른 곳에다가 여는 것이다. 이렇게 원래의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제2의 캠퍼스를 여는 것과 인터넷 강의를 모두 동일하게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확장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하버드, 스탠포드, 프린스턴, MIT 같은 초 일류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다른 대학들도 가만히 팔짱을 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생각은 혹시 이러한 강의들이 샘플링의 일종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최근에는 학위를 따기 위해서, 혹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2-4년의 시간을 쓰는 것을 ‘낭비’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들의 삶이 더 각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릴수도 있다. 미국에서조차 GMAT이나 GRE 시험 응시자가 줄고 있고, 미국의 젊은이들이 공부를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컨텐츠 자체에 자신이 있는 대학들이라면 취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샘플링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그다지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 그것은 바로 실제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들의 ‘선의’이다. 양질의 교육을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주고, 자신들의 지식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 사실 그것은 교수들의 본연의 일이었다. 그러한 취지를 다시 살리겠다는 것은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존경과 관심,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널리 세상에 알려지는 것일 수 있다. 학교의 차원에서 혹은 교수 개인의 personal branding 차원에서…

글: mba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3972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