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 돌아가기 싫을까?

졸업이 말 그대로 내일 모레다.

솔직하게 졸업 후에 한국에 돌아가기 싫은 맘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지금 생활이 너무 좋으니까 그런가? 막연하게 한국에 돌아가기 싫은 느낌? 지금은 학생이고, 한국에서는 직장인이어야 하기 때문에? 등등을 생각하다가 문득 더 깊이 그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국이 싫다던 사람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나의 가족이 있는 곳, 그리고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것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예전에는 외국에 나갔다가 한국에 온 사람들이 자신은 한국에 있기 싫고, 한국은 이래서 나쁘고 저래서 안좋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식들은 꼭 외국으로 보낼꺼라고 말하는 사람등을 보면 반감이 많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과 우리의 현실을 자꾸만 비교하게 되고, 왠지 모를 패배주의에 사로잡히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서이다.

심지어는 그런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 빨리 좀 한국을 좀 떠나주었으면.. 그 다음에 한국에서 탈출할 생각만 하는 사람들 말고 정말 우리나라에서 살고싶고,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으쌰으쌰 잘 해보면 더 좋은 나라가 될 것 같았다.

막상 지금 내 심정이 한국으로 돌아가기가 막연하게 두렵다보니, 혼란스럽다. 도대체 왜 그럴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미국이라는 사회에도 있고, 한국이라는 사회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생활의 혜택 – 자연, 소비, 그리고 여유

무엇보다도 미국의 교외 생활이라는 것은 사람을 느긋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바쁠 것 없고, 남의 눈치 볼 것도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 소비생활의 수준도 높아서, 원하는 모든 것들을 편하게 살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골프장에서 하루종일 골프를 치고 36홀을 돌아도 100달러도 하지 않는데, 땅거미가 질 때쯤 집에 돌아오면 이것이야말로 여유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다른 큰 이유는 바로 자연이다. 우리 집 앞에서 5분만 걸어가면 미시간 호수가 나온다. 말이 호수지 파도가 치는 바다이다. 미시간 호수 근처에는 공원들이 늘어서 있고, 그 주변을 20-30분씩 걷는 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이자 일상이었다. 비단 호수 뿐 아니라 미국은 어딜가던지 자연이 있다. 어디를 가도 공원이 있고, 어디를 가도 강과 호수가 있다. 사람은 확실히 자연 속에서 살아야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며칠 전에는 아침에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에반스톤 여기저기 피어있는 보라빛 꽃들을 보면서 밥딜런의 Forever Young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이 여유로운 생활을 뒤로 하고 이제는 졸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감정이 격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교외의 작은 도시에 살면서 생활해 본 모든 분들은 나의 말에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 미국 생활의 혜택에 대한 나의 결론은 다름아닌 여유, 소비, 그리고 자연이다.

서울의 삭막함 – 경쟁, 도시, 그리고 의무감

그 반대의 이유들이 한국에는 있다. 무언가 나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경쟁하게 만들고, 이웃집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게 만들며, 쓰는 돈에 비해서 생활 수준이 그렇게 높다고 느끼지 못한다. 원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경쟁을 하거나, 일찍 일어나거나, 연줄이 있어야 한다. 그만큼 한정된 자원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골프는 아마도 1년에 두번 이상 치면 감지덕지겠지.

인천공항에서 내려서 서울로 들어갈때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단 하나 ‘회색’ 이다. 서울은 내 머릿속에 늘 회색의 도시인 것이다. 누가 그랬는지 이렇게 기형적인 괴물을 만들어 놓았을까? 싶다. 무분별하게 늘어선 아파트, 종로, 강남, 여의도 어디랄 것도 없이 모두 회색 건물들만 지어 놓았다. (시카고의 건축물들을 보면 건물을 하나 짓더라도 ‘조화’를 생각해야 함을 배운다)

또 하나 나를 긴장시키는 것은 한국에서 살면서 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집중하기 보다는 많은 사회적 규율과 제약에 대해서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항상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살아야만 하고, 가장으로서, 아들로서, 남자로서 해야 하는 의무들이 정해져 있다. 어쩌면 초중고의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기대와 규율을 배우는데 우리의 많은 시간을 할애한지도 모른다.

한국 생활의 무서움에 대한 나의 결론은 경쟁, 도시, 그리고 의무감이다.

서울은 내 머릿속에 '회색'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서울은 내 머릿속에 ‘회색’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Let your soul be your pilot

물론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선도 느끼지만,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나를 빌딩속에 가둬놓는 것 같다. 지금 미국에서 누리는 많은 여유는 결국 내가 미국의 교외에 살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것이다. 만약 서울에서 1시간 거리 떨어진 곳에서 살며, 필요할때만 서울에 와서 문명을 누리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되면 자연에서 살게 된다는 것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고, 나와 내 가족에게 더 집중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결국 한국에서의 나의 삶의 행복은 내 스스로가 얼마나 내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는가? 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가 남는 순간들은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못한 순간들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팅의 노래 중에서 let your soul be your pilot 이라는 노래가 있다. 자기 삶의 주체가 자기 자신의 영혼이어야 한다는 노래. 이 노래처럼 한국에서 내 삶의 주체로서 나 자신이 나 스스로의 삶을 리드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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