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7)] 창업자의 딜레마 (The Founder’s Dilemmas)

안녕하세요, 에이프릴 입니다
오늘은 최근 제가 흥미롭게 읽은 스타트업 관련 책 한권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The Founder’s Dilemmas

400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 “창업자의 딜레마(The Founder’s Dilemmas)“는 올해 3월 미국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카프만 재단(Kauffman Foundation)에서 후원하는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 시리즈 중 하나로 Guy Kawasaki는 이 책이 실용적인 조언과 학문적 연구를 잘 조합시킨 흔치 않은 책이라고 평했습니다.

저자인 Noam Wasserman은 현재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Associate Professor)로 있는데 그의 “Founder’s Dilemmas” 수업은 창업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할 수업 중 하나라고 평가됩니다.

Wasserman은 스타트업의 실패 이유 중 2/3가 사람과 관련된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해 발생한 것임을 발견하고 지난 십 여년간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10,000명 이상의 창업자(3,600개 이상의 스타트업) 를 인터뷰 및 설문 조사한 후 취합한 데이터를 분석해 창업자들이 창업의 각 단계 팀 구성, 지분 배분, 투자 유치 등의 의사 결정 시점에서 어떤 딜레마를 겪고, 이 때의 결정이 향후 어떤 결과를 초래하였는지에 대해 다양한 실패 및 성공 사례(Twitter의 창업자 Evan Williams, Pandora의 창업자Tim Westergren 사례 포함)를 가지고 제시합니다.

Wasserman은 창업자가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성공하기 위한 하나의 모범답안은 있을 수 없지만, 창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본인들의 의사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미리 점검해 봄으로써 사전에 많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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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딜레마를 겪는가?

창업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 함을 뜻합니다. 처음엔 혼자 사업을 할지, 함께 사업을 할지에 대한 결정부터, 어떤 비즈니스 아이템을 선정할지, 지분 배분은 어떻게 할지 등등. 그런데 경험이 적은 창업자일수록 회사를 만든다는 황홀경에 취해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 충분한 고민없이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중 어떤 결정들로 인해 나중에 큰 골치를 앓게 됩니다. 실제로 SpurOn사업을 하면서 저희팀은 중간에 커뮤니케이션의 실수로 디자이너를 내보내야했고, 공동창업자 한 명이 교체되는 진통도 겪었습니다.

창업자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이유 중 하나는 충분히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며, 더 큰 이유는 ‘나는 다를 것이다’라는 과도한 낙관, 자만심 때문입니다.

창업자는 끊임없이 불확실성과 싸워야하기때문에 긍정적인 마인드는 필수이지만, 과도한 긍정은 위험을 초래합니다. 저자는 ‘우리는(혹은 나는) 괜찮을 것이다’는 생각이 화를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VC투자를 받으면서 큰 고민없이 잔여재산 분배우선(liquidation preference) 계약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하면 수년을 뼈빠지게 일하고도 창업자들은 아무 것도 못 건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결국 창업자들이 결정의 기로에 섰을 때, 그 결정들이 숙고해서 나온 결정(by design)이어야하지, 그냥 주어진 대로한 결정(by default)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은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근본적 딜레마: 부(Wealth)의 추구 vs.  통제권 (Control) 추구

스타트업을 꿈꾸는 혹은 현재 회사를 만들고 있는 여러분들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이 책은 회사를 만드는 동기가 무엇인지에대한 설문 결과를 창업자들의 연령별, 성별로 나눠 책 서두에 제시합니다.

회사 창업의 목적에는 지적 도전, 이타주의, 명예욕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전 세계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부(wealth)의 추구와 ‘통제권 (control)’ 추구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이를 ‘Rich’ 대 ‘King’으로도 표현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가치가 종종 상충된다는 것입니다. 개인 안에서도 상충될 수 있고, 창업 동료간에도 상충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회사의 가치 증대를 위해 VC돈을 유치하고자 하는 반면, 다른 창업 동료는 천천히 성장하더라도 의사 결정권을 창업자들이 쥐고 있기를 바라죠.

부를 추구할 것인지, 통제권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매 순간 찾아옵니다. 저자는 자칫 두 가지를 다 추구할 경우 생기는 위험을 설명하며, 내가 추구하는 것 뿐 아니라 내 파트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향후 회사에 새로운 직원 뽑을 때에도 직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만약 창업주가 통제권을 원해 VC 투자를 꺼리는 반면, 직원이 회사에 조인한 동기가 부의 실현이라면, 그 직원은 창업주에게 큰 불만을 갖게 됩니다.

한편, VC는 투자할 회사를 고를 때 ‘부의 추구’ 목표가 뚜렷한 창업자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VC의 목적이 투자 이윤 실현 극대화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목표가 잘 맞아  협상이 쉽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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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etscc.net/detail.php?idx=47473&k=dilemma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이에 다룬 내용 외에도 창업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주옥같은 함축과 흥미로운 실례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언제 창업해야 하는가. 기다려야 할 때는 언제인가. 동업자는 나와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 좋은가,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이 좋은가. 창업하기 이전 큰 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유리한가, 작은 회사의 경험이 이로운가. VC돈을 받는게 좋은가, 엔젤 투자자의 돈을 받는게 좋은가. 창업자 CEO가 전문 CEO로 교체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이며, 창업자는 이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가 등등 창업자가 겪게되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원서라, 만만치 않은 책이지만, 저명한 교수의 책답게 책의 구성이 탄탄하고, 매 장별로 결론이 잘 요약되어 있으니 결론만 훑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다만, 저자는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결론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된다면 책에서 제시한 여러 사례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며 내가 처한 상황과 비교해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특히, 공동 창업을 준비 중이시라면, 팀원들과 함께 읽어보길 권합니다. 창업 동지를 소셜 서클에서 찾는 경우, 즉, 친구나 가족과 함께 창업하는 경우, 친분이 전혀없는 사람과 창업하는 것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이는 친구와 가족의 경우 이제까지 쌓은 신뢰에 해가 될까봐 협의해야하는 이슈들에 대해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무언의 언어를 중시하기 때문에 껄끄러운 이슈들에대해 끄집어 내 대화 나누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더 많으니, 팀원들끼리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다룬 이슈들에 대해 오해없이 하나하나 점검해 보면 좋을 듯합니다.

참, 6장의 지분 배분(Equity Split)에 관련된 딜레마는 특히 미국에서 창업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내가 하는 만큼 알아서 챙겨주길 바라는 한국 정서에 반해 미국은 자기 것은 꼭 자기가 잘 알고 챙겨야 한답니다.

지난 한 해 창업자(Co-Founder)의 타이틀을 달고 살면서 책에서 말하는 ‘경험없는 창업자’들이 저지르는 수많은 잘못된 선택을 했던 저는 ‘이 책을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SpurOn을 창업할 때는 이 책 출시 전이었지만요.

다음 주에 저는 창업자 매치 메이킹 이벤트에 참석합니다. 다음 주엔 그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그럼 신나는 한 주 되세요!

글: 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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