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스타터 덕분에 쏟아지는 하드웨어 혁신 스타트업

실리콘밸리의 반도체대기업에 다니던 권기태씨는 지난해 ‘인피니윙’이라는 하드웨어회사를 창업했다. 맥북에어를 연결해 쓰는 훌륭한 도킹스테이션제품을 만들어보고자하는 아이디어에서였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벤처와 달리 하드웨어벤처는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기가 무척 어려웠다. 창업 아이디어를 단지 소프트웨어엔지니어의 역량으로 프로그래밍해서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벤처기업과 달리 하드웨어 벤처는 여러가지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제품이 완성되기 전에는 실물을 보기 어렵고, 초기 프로토타입제품을 만들어내는데도 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일단 제작에 들어간 뒤에도 쉽게 내용을 변경하기 어려우며, 배송비용과 AS부담까지 있다.

얼마간의 초기 투자를 끌어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비용부담때문에 그의 프로젝트는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그는 구세주를 만났다.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라는 웹사이트에 그의 프로젝트를 게시하면서 초기 투자비를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는 멋진 제품사진과 효과적인 설명비디오로 잠재사용자이자 투자자인 킥스타터의 독자들에게 프로토타입제품을 소개했다. 물론 공짜로 투자를 구하는 것은 아니고 139불이상을 기부하면 나중에 완성된 제품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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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 맥북에어 도킹스테이션 프로젝트는 불과 12일만에 목표액 5만불모금을 달성하고 한달동안 5백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8만2천만불을 모금하면서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직접 돈을 기부한 사람뿐만 아니라 킥스타터를 통해 그의 제품을 사겠다는 잠재 고객 수천명과의 연결이 가능해졌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대기업 4군데서 초도물량을 주문받았다. 이 모든 것이 킥스타터가 없었다면 상상도 하지못할 일이었다.

킥스타터는 2008년 뉴욕에서 페리 첸 등 3명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벤처기업이다. 이들은 멋진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나 개인이 투자회사가 아닌 일반대중에게 직접 십시일반으로 모금을 받아 재원을 대는 인터넷플랫폼을 생각해냈다. 이것을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고 한다. 원리는 이렇다. 어떤 기발한 프로젝트나 제품개발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나 회사가 킥스타터플렛홈에 내용을 설명하는 게시물을 올린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과 모금기한을 명시한다. 잠재적 기부자는 소개페이지를 보고 기부를 할지 결정한다. 기부를 하고 싶으면 크레디트카드 등을 통해 하면 된다. 하지만 전체 모금금액이 달성되야만 돈이 빠져나간다. 정해진 기한내에 목표액을 모금하지 못하면 모두 없던 일이 된다. 기한내에 모금을 달성되면 킥스타터의 수수료인 5%와 아마존의 3~5%결제수수료를 제한  나머지 금액이 아이디어발안자의 통장으로 입금된다.

어찌보면 단순한 이 모델은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다. 7월중순현재 6만4천여개의 프로젝트가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금을 받았다. 이 플렛홈에 소개된 프로젝트중 44%가 투자유치에 성공해 2억4천만불이 넘는 금액을 모금한 것이다. 매년 그 성장세도 가파르다.

예를 들어 올 2월 한 아이폰주변기기제작프로젝트가 1백만불이 넘는 금액을 모금한 이후 지난 5월에는 페블 이페이퍼 와치라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전자시계프로젝트가 1천만불이 넘는 금액을 모금하는데 성공해 큰 화제가 됐다. 멋진 제품에 열광하는 전세계의 얼리아답터들을 흥분시킬수 있는 제품이라면 정식투자자를 통하지 않더라도 투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회사의 지분을 투자자에게 넘겨주지 않으면서도 미래고객층까지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킥스타터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돈을 모금하고 실제 제품을 기한내 만들어내지 못해 문제가 되는 일도 많다. 하지만 옛날같으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질 수많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세상에 꽃피게 해준 것만으로도 킥스타터는 큰 의미가 있다.

/8월초 시사인에 게재했던 내용입니다.

글: 에스티마
출처: http://estima.wordpress.com/2012/08/20/kicksta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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