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로부터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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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뭔가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그런 단어가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막연한 환상을 갖고 대하는 많은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벤처투자자가 된 이후에 매년 한번 이상은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던 것 같습니다. 유명한 기업들의 캠퍼스에 방문해서 인증샷을 찍기 위함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스타트업들과 VC들과 미팅을 하다 보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채찍질 하기 참 좋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환상과 실제는 꽤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안 가보신 분들도 많이 있고, 또 가봤더라도 informal하게 다녀오다 보니 다 좋은 얘기만 듣기 마련이죠. 예를 들어, “Your service is fantastic!” 뭐 이런 종류의 코멘트들. 미쿡 사람들은 참 칭찬을 잘합니다. 예의상. 또, “한국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 있었으면 내가 투자를 하거나 사업협력을 했을텐데…” 뭐 이런 코멘트들도 흔히 나올 수 있는 얘기라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실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테크크런치 컨퍼런스도 들리고 또 나름 주류(mainstream)에 속해 있는 top-tier VC들과 스타트업들과 십수차례 미팅을 하기 위해 미국출장을 8일간 다녀왔는데요, 실리콘밸리의 top-tier 분들께 들었던 내용을 조금 공유할까 합니다.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코멘트를 했는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두서 없이 코멘트들을 쭉 남겨볼께요. 어떻게 보면 실리콘밸리 insider들의 레알스토리이니, 보시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많은 생각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아는 사람에게 투자한다. 어떻게 모르는 사람에게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남의 돈을 운용하는 VC로서,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버드/스탠포드 출신의 내 동문들에게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1) 하버드/스탠포드를 갔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는 것이고, (2) 동문이기에 그 사람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reference check할 수가 있지 않은가?

나는 뭘 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는다. 뭘 이미 하고 있는 사람에게 투자한다. 우리가 초기 투자를 많이 하는 VC이고 사람을 중요하게 보고 투자하긴 하지만, 최소한 product이 나오거나, 초기의 data set이 나온 것을 보고 투자한다. 왜냐하면, 똑똑한 사람들 중에서도 뭔가를 ‘해내는 사람’과 ‘해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한국 시장은 unique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엄청나게 좋은 인프라와 early adopter들이 많은 시장. 그래서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면 체크해보긴 한다.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이 자국 시장에서 검증(prove)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에 와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말리고 싶다. 여기서 한국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것은 매우 매우 매우 힘든 일이다. 카카오톡처럼 한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면 여기에서 뭔가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회사가 어떻게 여기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는가? 실리콘밸리에서 동일한 모델로 늦게 시작한 스타트업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실리콘밸리에서 ‘누구를 안다’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안다’는 것은 무슨 컨퍼런스에 가서 명함을 교환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메일을 쓰거나 전화를 하면 response를 하고, 미팅과 사업협력이 실제 일어나게끔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reputation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VC의 중요한 역할이다.

실리콘밸리에도 Wannabe entrepreneur가 많은 것 같다. 사업은 장난이 아니다. 최고의 팀이 모여서 죽어라 해도 될까 말까 한 것이다.

Y Combinator의 핵심은 network effect라고 본다. 마피아처럼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Paul Graham이 top talent를 선택하고, 그런 network effect가 있다면 당연히 유리하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요즘엔 예비창업자들이 아니라 이미 창업을 한 팀들도 많이 지원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선순환이 생겼다.

역사적으로 한국/일본의 인터넷 기업이 미국 본토에 와서 성공을 한 것이 있던가? 앞으로도 안될 것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과거에 안된 것에도 분명히 이유가 있다. 너무 쉽게 보지 마라.

우리는 투자할 때 ‘엄청난 분석’을 하고 투자한다. 사람 보고 감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몇 개월에 걸친 due diligence를 통해 최종 ~100페이지의 분석보고서를 만들곤 한다.

스티브잡스는 1명이다. 누구나 스티브잡스가 되려고 하면 안된다. 대부분의 경영 의사 결정은 ‘감’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jimmyrim.com/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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