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라이브 방송의 고민

사용자 삽입 이미지티빙(Tving), 푹(pooq), 에브리온TV(EveryOnTV), 올레TV나우(Olleh TV Now) 등은 호핀(hoppin) 등 다른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와는 출발점이 조금 다릅니다. 바로 모태가 방송입니다. 방송이라는 모태의 가장 큰 특징은 ‘라이브’입니다. 이 ‘라이브’ 또는 ‘실시간’이라는 단어는 올드미디어 방송의 가장 큰 유산이자, 뉴미디어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입니다. 숙제를 잘 풀려면, 우선 문제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아주 기초적인 질문, ‘방송’이란 무엇인가, ‘온디멘드’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시작해 봅니다.

TV의 차세대를 얘기할 때, 당연히 ‘온디멘드’ 서비스를 제일 먼저 떠올립니다. 뉴미디어 TV의 대명사였던 IPTV도 VOD 서비스로 먼저 시작했었지요. (물론 법의 속도가 늦어서이긴 했지만) 하지만, 인터넷망을 통한 ‘라이브’ 방송 전달을 차세대 TV의 완결로 보는 관습은 제법 완고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겠죠. 말 그대로 그게 TV의 ‘관습’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라이브’ 방송이라는 것의 의미를 좀 해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의 전환은 전달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경험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우리는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은 타임 프로그래밍, 온디멘드는 컨텐트 큐레이션

방송과 온미디어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그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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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온디멘드의 관계
먼저, 진짜 ‘라이브’가 무엇인지 한번 까봅시다. 물론, TV의 특징은 실시간 방송입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방송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 시간이 지나면 애써 고생해서 찾거나 재방송을 하지 않으면 TV로 다시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 컨텐트들은 미리 녹화되고 잘 편집된 녹화 방송입니다. 뉴스도 물론 앵커가 라이브로 원고를 읽고 있긴 합니다만, 몇 시간 마다 재탕해서 읽고 있을 뿐입니다. 진짜 ‘라이브’는 스포츠나 공연 실황 같은 이벤트밖에는 없죠.

그런 얼마 안 되는 진짜 라이브를 빼면, 실상은 온디멘드와 다를 바 없는 이미 만들어진 컨텐트가 대부분입니다. 가짜 라이브[pseudo-live]인 셈이죠. 그러니 방송과 온디멘드와의 가장 큰 차이는 실은 시간별로 프로그램하느냐 안하느냐입니다. 방송은 컨텐트를 시간별로 ‘라이브’로 트는 가짜 라이브이고, 온디멘드는 그 컨텐트의 홀드백- 방송이 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유통하는 것- 라이브러리인 것입니다. 본질은 같습니다.

그런데도 왜 ‘TV 서비스’하면 맨날 ‘라이브’는 어찌할 거냐 물어봅니다. 그 유산은 바로 현재의 방송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그리고 사업적 특징 때문입니다. 현재의 방송 시스템은 남산 꼭대기에서 일정 주파수에 같은 방송 신호를 뿌려대는 그야말로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입니다. 볼 거냐 말 거냐 이외에 시청자의 선택권은 없습니다. 주파수 채널별, 시간별로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습니다. 동시에 최대의 시청자를 모으는 것이 방송사의 지상 과제이며, 이 시각 시청률을 바탕으로 광고 매출을 올리는 게 기본적인 사업 구조입니다. 그러니 TV의 생명은 ‘라이브’, 즉, 이 시각의 시청률이 됩니다.

이에 반해, 온디멘드는 시쳇말로 표현하면, 큐레이터에 의한 컨텐트 큐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큐레이터는 물론 채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컨텐트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들이나 소셜에 의한 추천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죠. 이것은 동시성이 아니라 일정 기간-보통은 마케팅 기간이 되겠죠- 역시 최대의 시청자를 모으는 것이 목표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은 광고가 아니라 컨텐트 당 유료 모델을 가지고 있죠.

방송 사업은 타임 마케팅, 온디멘드 사업은 커버리지 마케팅이 주력이고, 방송은 컨텐트보다는 매체(채널)가, 온디멘드는 매체보다는 컨텐트가 더 중요한 마케팅 요소가 됩니다. 현재는 실시간 방송이 주력이고 온디멘드는 부가 사업으로 포지셔닝되어 있기 때문에, 방송에 먼저 컨텐트를 데뷔한 후에 일정 홀드백을 갖고 온디멘드에 유통을 하는 것이 정석이죠.

시청자 측면에서 보면, 방송은 프로그램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람은 뭔가 예측 가능한 것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방송이 그동안 그렇게 편한 엔터테인먼트 수단이 된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겁니다. 이런 예측 가능성은 물론 수동적 시청 습관을 들이게 합니다.

그에 반해 온디멘드는 선택권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미없는 방송을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하는 컨텐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당연히 능동적 소비가 될 수밖에 없죠. 이것은 결과론적으로는 장점은 아닙니다. 소비자를 능동적이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수많은 훌륭한 뉴미디어 서비스 아이디어들이 지지부진한 이유의 한 99% 정도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라 (근거 없이) 주장해 봅니다.

뉴미디어 라이브 방송의 리모델링 필요

원래 결론을 내려고 쓴 글은 아니지만, 다시 애초의 문제를 다시 꺼내 봅니다. 뉴미디어에서 ‘라이브’ 방송 서비스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가. 그에 대한 현재의 실험은 푹, 에브리온TV 등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라이브 방송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실험들의 큰 성과는, 인터넷망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바로 그 ‘어느 정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예를 들어 푹의 연간 망 비용만 50억-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 정도이겠죠. 물론 단순히 그런 실험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푹 같은 경우는 홀드백 단축 등 라이브-온디멘드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도모하고 있고, 에브리온TV 같은 경우엔, 오픈 채널 개념으로 다양한 오리지널 채널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직도 ‘라이브’의 형식이 너무 올드미디어를 그대로 옮겨 놓는 형태로만 추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그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이겠죠.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TV란 그런 것입니다. 9시면 뉴스가 나오고 10시면 드라마가 나오는 것. 그걸 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스크린에 보여주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접근법이겠죠.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교훈은 이런 겁니다. 인터넷망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전달하는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 유료화의 진입 장벽을 넘기가 어렵다는 것, 광고 수익을 위한 매체력을 키우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것. 이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결론에 도달해 있지 않나요?

결국, 답은 온디멘드에서 찾을 수밖엔 없을 겁니다. 그게 인터넷망의 자연스러운 본질이기도 하고, 복잡한 이 시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시간 스케쥴의 제어권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퍼스널 스크린의 확산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하지만 온디멘드의 한계도 분명 있습니다. 그 많은 라이브러리의 디스커버리 문제가 있습니다. 장벽이 높습니다. 사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 불확실성에 대규모 투자를 꺼리니, 서비스에 때깔을 내기도 어렵고 고로 소비자는 외면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기도 쉽죠.

방송도 온디멘드도 둘 다 문제라면, 역으로 방송의 장점과 온디멘드의 장점을 서로 융합하는 것은 어떤가요. 채널 리브랜딩, 유사 프로그래밍, 홀드백없는 온디멘드, 크로스 플랫폼 광고 등, 잘 풀어내면 멋진 뉴미디어 라이브 방송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넘어야 할 산 너머 산이 있습니다만, 거기 산이 있으니 산에 간다는, 원래 그런 등산가들 아니던가요.  함께 고민해 보시죠. 정리가 되는 대로 아이디어는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Xclg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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