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6년전 와튼 스쿨에서 파이낸스 기초과목을 수강할때였다. 파이낸스, 경제학에서 유명하신 프랭클린 앨런 교수님 수업이였는데 하루는 학생들이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들 (shareholders)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대충 30%정도가 손을 들었던것 같다. 이어서 또 이런 질문을 하셨다.

“그럼 회사의 주인이 직원들(employees)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아까와 비슷한 숫자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나는 이때 엔지니어 출신으로 비지니스 스쿨에 갓 입학했던 차라 shareholder고 뭐고 이런 개념이 없었다. ‘회사의 주인은 사장 아닌가?’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주주들과 직원들중 택일하라면 주식시장에서 단기 투자하며 치고 빠지는 주주들보다야 비교적 오랜기간 회사에 머물게 되는 직원들이 ‘주인’에 가깝다고 1초만에 단정짓고 후자에 손을 들어줬다.

이어진 교수님의 설명이 재미있었다. 학생들이 매년 거의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데, 그 즉슨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대부분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답하고,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은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몸은 미국에 있었지만 사고방식은 ‘정상적인’ 아시아 학생인 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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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후 어찌어찌 하다가 VC쪽에 몸을 담게 되어 주로 shareholder의 입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회사의 주인은 당연히 주주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물론 상식적으로도 회사의 주인은 주주인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가 파산보호가 들어간 상태가 아닌 담에야)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회가 회사의 경영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사회는 CEO를 선임 혹은 해임할 수 있으며, CEO는 주어진 책무를 위해서 직원을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게 된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CEO를 비롯한 직원들은 회사의 주인이기는 커녕 주주들의 가치 (shareholders’ value)를 극대화 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좀 슬프게 들릴지 몰라도 자본주의 회사 지배 구조 (corporate governance)가 그렇다. 그래서 미국회사에서는 이사회에서 CEO를 짜르는 일이 빈번한 것이다. CEO는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라고 임명한 자리이니, 그 일을 제대로 못하면 이사회가 짤라버리는 것이다. (한국 회사에서는 대주주가 CEO이자 이사회를 장악한 경우가 많아 경우가 좀 다르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인것은 맞는것 같은데, 요새 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주주의 가치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말 맞는 mission인가 하는 문제다. 오늘 BusinessInsider를 보니 이런 기사가 나왔다. 지금 미국 회사들의 GDP대비 이익률은 역대 최고이지만, 임금수준은 역대 최저라고 한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주주의 가치 극대화’라는 사명을 각 회사들의 경영진이 투철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리라. 임금은 어디까지나 ‘비용’의 항목이므로, 이익률을 최대화 하려면 생산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낮은 임금을 유지해야한다. 이렇게 최소화된 비용으로 이익률이 올라가면 그 수치는 결국 주가로 직결되고, 그 혜택은 주주가 보게 된다. 뭐 꼭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누구 좋자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다.

상장회사도 그렇고 비상장회사도 그렇고 회사의 주주는 대부분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회사의 지분투자라는 것이 은행에 예금해두는 것등에 비해 훨씬 위험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도 마찬가지다. 당장 한달 벌어 먹고살기 빠듯한 노동자가 펀드 투자하는 것 봤나?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경로는 이런 저런 길이 있겠지만, 결국 돈있는 사람들의 몫일 확률이 절대적으로 크다. 그리고 회사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창출한 가치는 결국 그들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자본주의가 그렇다. 2007년 통계에 의하면 상위 1%가 미국 국부의 40%를 넘게 차지하고 있고, 하위 80%는 고작 7%를 차지한다고 한다. 아마 2012년 현재는 이 불균형이 더 심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자본주의라는 녀석은 우리가 mission이라고 생각하는 ‘주주의 가치 극대화’를 더 잘 실현하면 할 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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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직원들의 복지와 문화에 큰 신경을 쓰는 회사들은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무료 음식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구글도 있지만,  항상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리스트 상위에 랭크되는 SAS Institute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사내 복지로 유명한 회사다. 회사 조경을 관리하는 인력이나 빌딩 경비원도 의료보험등의 혜택이 있고, 회사내에 기본 건강 검진은 물론 응급 수술까지 가능한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 성공적인 온라인 신발가게로 지금은 아마존에 인수된 Zappos도 직원들의 행복이 회사의 최우선순위 였다는 후문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잘나가는 스타트업인 Evernote는 최근에 직원들 집으로 청소 도우미까지 보내줄 정도로 복지에 신경쓰고 있다. 물론 이런 복지혜택으로 직원들이 부자가 되지는 않겠지만, 만약 회사의 목표가 단기 수익성 향상이라면 이런데 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임을 상기해 보면 신선하긴 신선하다. 이렇게 돈과 재원을 써가며 직원들을 챙겨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주주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지금의 자본주의 회사구조에서는 회사가 잘 되었을때의 혜택이 대부분 주주에게 돌아가고 직원들에게는 거의 돌아가지 않는다. 스타트업에서는 그나마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는 스탁 옵션제도가 활성화 되어있어 좀 낫지만, 큰 회사에서는 주주가 이익을 독식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애플, 삼성이 요새 돈을 그렇게 많이 벌고 있지만 일부 최고위 간부들을 빼고 직원중에 부자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나에게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 명쾌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이익 배분 불균형은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 할 수밖에 없어서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공산주의 하자는 건 아니니 빨갱이라고 몰아세우진 마시길 ^^

글 : 윤필구
출처 : http://liveandventure.com/2012/12/01/company_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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