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를 용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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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flic.kr/p/8bP3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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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서 가끔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이 아메리카노 커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가가 별로 안된다고 하는데, 이걸 이렇게 비싸게 받다니…”

우리가 흔히 원가라는 걸 말할 때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재료값에 한정지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그 비싼 스타벅스 커피 값은 잘 용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커피 값에는 재료 값말고도 다양한 게 포함이 된다. 자리 좋은 곳에 잡은 1층 커피 전문점의 임대료는 수백만원에서 천만원이 넘어가며, 아르바이트 비, 전기료, 각종 세금 등의 비용이 있으며, 여기에서 커피 전문점을 열기 위해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 같은 것도 다달이 나누어져서 계산된다.

재료비를 제외한, 이렇게 한 잔의 아메리카노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들어간 비용을 합치고 나면, 그 비용이 적지 않다. 이런 비용까지 머릿속에 담고 있다면, 우리는 한잔의 아메리카노를 팔아서 남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대박 난 커피 전문점이야 그럼에도 많이 벌겠지만, 커피 전문점이 한집 건너 하나인 요즘 아무튼 커피 팔아서 빌딩 올리기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우리가 한 잔의 커피에 대해서, 원가에 대해 인색한 입장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손에 쥐거나 마시거나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무형의 제품보다는 그 원가 개념이 상당히 너그러운 편이다. 말하자면 소프트웨어나, 음악, 영화관 밖의 영화, 웹툰 같은 무형의 제품에 대해서, 우리가 원가를 이야기할 때 창작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상당히 잔인한 입장을 취한다.

잉여에 대해서 상당히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자본론의 입장을 취한다면, 잉여란 자본주의가 그나마 굴러갈 수 있는 핵심이다. 예전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자본주의에서 투입된 자본으로 생산물을 만들고 다시 그 생산물을 자본으로 바꿀 때, 생성되는 가치는 노동자의 노동에 기인한다.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을 통해서 일부 가치를 노동자들에게 돌려주고 남는 잉여를 취한다. 결국 노동자에게 덜 줄수록 자본가의 잉여는 늘어난다.

말하자면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가치를 덜 분배할수록 자신의 취하는 잉여가 늘어난다는 뜻인데, 자본가가 그렇다고 무작정 혼자만 먹을 수 없다. 노동자들이 내일도 회사에 출근해서 일할 수 있는 생활비와, 노동자에게 의지하고 있는 식구들의 생계와, 새로운 노동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자녀들이 공부할 수 있는 비용을 줘야 한다. 말하자면 자본가도 오랫동안 먹고 살려면 노동자에게 일정부분 돌려줘야 한단 뜻이다.

사실 돈에 대해서 욕심이 과한 자본가들도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런데 무형의 것을 창작하는 노동자들이 내놓는 가치를 향유하는, 같은 노동자들도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음악이든 일단 다운로드 받아서 취하려고만 하지 그 가치에 대해서 옹색하다. 누군가가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데 들어가 비용을 인정해 줘야 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흔히들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음악 만드는 데 돈이 얼마나 들겠어요?”

사실 작사, 작곡 하는데 실제 비용은 많이 들지 않는다. 커피 값 따지듯이 원가를 따진다면 그 비용은 제로다. 하지만 작곡가도 방세 내고 아이들 키우고 외식은 못하더라도 밥이라도 먹고 살려면, 최소 생활비는 벌어야 한다. 굳이 무형의 창작자들의 비용을 말한다면, 이런 최소 생활비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우리는 늘 향유하는 무형의 것에 대해서, 칼같이 무서운 잣대를 들이댄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핵심은 잉여다. 자본가가 노동자의 노동에서 잉여를 취할 수 없다면 자본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 잉여에서 한꺼풀 더 내려가면 거기엔 노동자의 삶을 보장하는 최소하는 생계비가 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노동자이면서 사업주?이기도 한 창작자들에게, 잉여란 참으로 호사스러운 것이다. 최소 생계비도 담보할 수 없는 가격에 뭔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말이 있는데, 가끔 노동자의 잉여에 대해 냉정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지는 않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35

About Author

/ root@talk-with-hani.com

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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