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의 뜨는 분야를 예측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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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연초가 되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올해의 뜨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어느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를 할 것인가요?” 이때마다 저희 대답은 똑같습니다. “저는 올해의 뜨는 분야를 예측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합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예측을 안한다고?’ 이상하게 들리실 수 있다는 것 압니다. 그런데, 소위 많은 분들이 듣고 싶어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대변될 수 있는 그런 예측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예측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스타트업을 하는 환경에 (playground)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예측하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큰 기업들의 전략, 움직임, 정책 변화 등은 중요하죠. 구글, 애플,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다음 등 회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스타트업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또, 시장에 안드로이드폰이 더 많이 깔리는 추세인지, 아이폰이 더 많이 깔리는 추세인지, 태블릿은 어느 정도까지 깔렸는지, 유저들이 실제 모바일/태블릿을 갖고 무엇을 하는지 등을 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예측은 소위 말하는 ‘2013년에 XX의 시대가 도래했다’ 류의 예측인데, 저는 이런 예측을 하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을 돌이켜봅시다. 한 때에는 소셜네트워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수 많은 서비스들이 나왔고 (근데 생각해보면 소셜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극소수의 플랫폼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많은 서비스들은 그 소셜을 녹여내는 것으로 이해했어야 했죠. 모두 소셜네트워크를 새롭게 만드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의 시대라고도 했었고, 3D의 시대라고 해서 한참 3D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나타났었고, 클라우드의 시대라고 해서 스타트업들도 뛰어들었고, 작년에는 큐레이션의 시대, 빅데이터의 시대 등으로 불렸었죠.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키워드를 기반으로 사업을 해서 잘 된 스타트업이 있었던가요?

저는 투자를 할 때 하향식(Top-down)으로 하지 않습니다. 상향식(Bottom-up)으로 접근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큐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큐레이션 서비스들만 열심히 검토하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들이 우리 삶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그 문제가 대중이 동일하게 느끼는 문제이고,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면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A급 팀은 전제되어야 하고요)

성공한 스타트업들을 보면, 무슨 트렌드를 보고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Facebook, Twitter, Linkedin, Groupon, Dropbox, AirBnB, Evernote 등을 보면 무슨 ‘트렌드 보고서’ 등을 보고 만든 서비스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오히려 이들이 트렌드를 만들어냈고, 후행적으로 보고서들이 나오는 것이죠.

2013년에 만나는 스타트업들은 소위 말하는 ‘뜨는 용어(buzz word)’들로 가득한 사업계획서로 만나지 않길 바랍니다. 본질로 돌아가서 ‘이런 문제가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누가, 왜 이런 서비스를 쓸 것입니다’라는 스토리로 만납시다 =)

ps. 2012년에 종종 볼 수 있던 사업계획서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소셜플랫폼을 추구하는 회사로,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컨텐츠를 큐레이션해주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저들을 가치를 제공합니다” 뭥미? 이러지 맙시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www.jimmyrim.com/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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