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가드너의 한 단어 격언 (One-word Maxim)

백산씨의 블로그를 통해 존 가드너(John Gardner)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사서 지난 주말에 읽어보았다. 블로그에서 번역해서 소개했던 Personal Renewal이란 글은 내용이 너무 좋아 몇몇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원문을 보냈고, How To Tell You’ve Grown Up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 번역) 역시 내용이 참 좋았는데, 책을 읽은 지 일주일이 지나 계속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았던 것은 The Fourth Maxim(네 번째 격언)이라는 짧은 글이었다.

JohnGardnerWHF

교육가로, 그리고 정부 고위 공무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존 가드너는 많은 글과 책을 남겼고 강연도 무척 많이 했는데, 오랜 기간동안 격언(proverbs)를 많이 모았다고 한다. 아마 글을 쓸 때나 연설할 때 많이 인용을 했기 때문인 듯하다. 어느 날, 짧은 격언들이 주는 매력에 매료되어 네 단어, 세 단어짜리 격언들을 모아봤다고 한다. 아래에 인용한다.

네 단어 격언은 주로 대조법을 사용한다.

  • Soon ripe, soon rotton (빨리 익으면 쉽게 썩는다)
  • Easy come, easy go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
  • Young saint, old sinner (나이가 들면 죄가 많아진다?)

세 단어 격언은 별로 없지만 아주 오래된 것들이 많다.

  • Misery loves company (불행한 사람들은 남도 불행해지길 바란다)
  • Love is blind (사랑은 눈을 멀게 한다)
  • Make haste slowly (급할수록 꼼꼼히)
  • Que sera, sera (될대로 되라?)

두 단어 격언도 있다.

  • Power corrupts (권력은 부패한다)
  • Tempus fugit (Time flies. 시간은 날아간다)
  • Know thyself (자신을 알라)

한 단어 격언은 없을까? 그 때부터 가드너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Health(건강), Fortune(부), Honor(영예), Veritas(진리)와 같은 좋은 단어들이 있기는 하지만 격언으로서의 가치는 없다. 단어 하나만으로 어떤 가치 전체가 전달되어야 한다.

“서기 2500년을 사는 젊은이에게 단 한 단어만 이용해서 조언해줄 수 있다면 어떤 단어가 될까?”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해 보았다고 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손꼽은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책을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도 한 번 생각을 해보았다. 하나의 단어로 교훈을 전달할 수 있다면 무슨 단어일까? Make? Inspire? Give? Trust? Lead?

가장 많은 사람들이 꼽은 단어는 다음 세 개로 좁혀졌다고 한다. 그 중 첫째는 다음 단어였다.

“Live!”

아! 이 단어를 보고 감탄했다. 이렇게 함축적으로 모든 것을 하나에 담은 단어가 있을까? 우리가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하는 모든 활동, 결국 “Live”를 위한 것이고, “Live”를 잘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단어에 붙은 느낌표가 색다를 느낌을 준다. 마치 ‘제대로 살아라!’고 외치는 것처럼.

두 번째는 무엇이었을까?

“Learn”

이 단어가 Top 3 중 하나로 꼽혔다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난 정말 많이 공감했다. Live를 잘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Learn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암기식으로 공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고,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모든 과정이 Learn이다. 얼마전 Bay Area K Group 정기 총회를 주최하면서 키노트 스피커로 조나단 리(Jonathan Lee)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난 26년동안 회사를 7개 만들고, 다른 회사에 투자하고, 지금 전체 직원 수가 600명에 달하는 두 개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지금 가장 집중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명령하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도 아닌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철학을 배우고, 심리학을 배우고, 인류학을 배우고. 얼마전에 또 뵈었던, 한국에서 과학계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한 의대 교수님은 ‘사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시더니, 사람은 ‘배우는 존재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인생의 목적이 배우는 것은 아니겠지만, ‘배움’이라는 것이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함은 부인할 수 없다. 꼭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뭔가를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제공한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신문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유명한 사람의 강연을 들으며 깨달음과 용기를 얻는 것. 그 모든 것은 결국 배움의 과정이다. 아기는 태어나서 첫 몇 달동안 소위 ‘폭풍 지식 흡입’을 한다. 어린 아이가 거의 쓸모 없을 만큼 무능력한 채로 태어나는 이유는 대뇌가 더 발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다큐멘터리에서 들은 적이 있다. 동물은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에 프로그램된대로 먹이를 찾아 해메고 포식자를 피해다니지만,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배운다.

가드너가 세 번째로 꼽은 것은?

“Love!”

Top 3에 충분히 들어갈 가치가 있는 단어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가족에 대한, 친구에 대한, 연인에 대한 모든 종류의 사랑. 사랑은 다른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 다음은 의견이 엇갈렸다고 하는데, 가드너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선택했다.

“Think”

“Give”

“Laugh”

“Aspire”

단순한 Try 보다는 “Try for something better (더 나은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어감을 주는 Aspire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이 단어가 참 정감이 간다.

사람마다 우선순위는 다를 것이다. 나는 첫 번째 세 단어의 순서에 공감이 가고, 그 다음에는 Aspire, Give, Think, Laugh 순으로 중요한 것 같다.

당신이 500년 후의 누군가에게 한 단어의 교훈을 전달한다면, 어떤 단어를 선택하겠는가?

글 : 조성문
출처 : http://sungmooncho.com/2013/01/12/the-fourth-max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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