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창조경제`…대기업 `시장`·벤처 `혁신` 결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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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창조경제

  • 혼자 모든 것 다 만들지 못해…외부 아웃소싱 등 협력 필수
  • 혁신·시장이 富 창출·분배…21세기에 강국 되는 길
  • ‘재료비+인건비’ 방식 끝나… 공동 개발·시장개척 ‘윈윈’
미국과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는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돼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 벤처기업 버텍스의 전략 회의 모습. /한경DB

미국과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는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돼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 벤처기업 버텍스의 전략 회의 모습. /한경DB

마이클 포터는 경제발전 단계로 ‘요소주도 경제’에서 ‘혁신주도 경제’를 거쳐 ‘효율주도 경제’로 발전한다는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혁신경제’와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무엇이 다를까.

혁신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강인한 실천력이다. 지금까지 혁신에서 이 두 가지 요소 중 대체로 실천력이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새로운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실험 설비를 구비해야 하고, 이를 시험 생산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가 필요하고, 이어서 대규모 생산시설과 이를 판매하기 위한 판매조직이 필요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창조적 아이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고, 실천력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숱한 실험을 해야 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생산 공장을 구축해야 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글로벌 유통은 또 하나 넘기 힘든 과제다. 그런데 세상이 바뀐 것이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비용과 시간이 극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태계 중심의 새로운 창조경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①기술을 만드는 기술, 즉 메타 기술의 발전 ②혁신 생태계의 형성 ③시장 플랫폼의 등장으로 요약된다. 일단 소프트웨어는 아이디어가 구현 능력보다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즉 메타 기술의 발전이 극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하드웨어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 설계를 자동화해주는 기술들이 등장해 누구나 설계가 가능해졌다.

# ‘아이디어 빅뱅’ 뒷받침하는 생태계의 다양화

혁신 생태계는 수많은 전략적 제휴와 아웃소싱이 창조적 아이디어의 구현을 극적으로 쉽게 만들어주게 된 것이다. 과거 필자의 메디슨 창업 당시에는 아웃소싱과 제휴 파트너가 없었기에 키보드에서부터 케이스까지 직접 만들어야 했다. 우리의 핵심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보다 비핵심 분야를 구현하는 데 더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입됐다.

이제는 하드웨어 개발 플랫폼이 형성돼 있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필요한 요소 기술들을 제공한다. 3D 프린터와 같은 차세대 기술이 프로토타입(prototype)을 신속히 만들어준다. 심지어는 만들어보지 않고도 성능을 검사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들이 극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고난도의 비행기술 교육도 직접 위험한 비행기를 몰지 않고도 시뮬레이터를 통해서 가능하다.

시장 플랫폼은 유통을 해결해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폰이다. 아이폰이 앱스토어를 열기 전까지는 컴투스, 게임빌과 같은 한국의 모바일 게임업체들은 전 세계의 개별 통신사에 수많은 상이한 피처폰을 상대로 게임을 올리기 위해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었다. 엄청난 시장 진입 비용이 소모되는 과정이 ‘글로벌화’였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경제 규모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앱스토어는 전 세계에 단일 플랫폼으로 통신사업자에 관계없이 창조적 아이디어에 의거한 앱을 올리면 간단히 유통된다. 유통의 장벽이 돌파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마디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 생태계가 급속히 다양화돼 구축됐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투입하는 돈과 시간과 사람이 극적으로 감소하게 됐다. 선진국일수록 직업의 종류가 많은 이유는 생태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의 구현이 극적으로 쉬워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창조성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새로운 경제를 ‘창조경제’라고 명명하게 된 것이다.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현상은 수익의 원천이 기술에서 지식재산권으로 이전되는 것이다. 이제 지식재산권 거래 산업은 연간 2조달러를 넘어 세계 최대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도 그 한 단면이다. S&P 500대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감소하지만 지식재산권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연구·개발 그 자체는 수많은 외부 벤처 기업에 아웃소싱하거나 인수·합병(M&A)이라는 개발 혁신을 통해서 획득해 나가고 있다. 경제의 중심이 지식재산권과 고객관계로 이전하면서 기업의 경쟁 패러다임은 창조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경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 협조가 되는 ‘초협력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 진화하는 ‘초(超)협력 공생경제’

이런 창조경제에서는 경쟁 방정식이 과거 산업사회와 완전히 달라진다. ‘인건비 더하기 재료비’라는 산업사회의 경쟁 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창조경제에서는 혁신 비용을 판매 수량으로 나눈 ‘창조원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여기서 ‘창조경제 패러독스’가 발생한다. 창조경제 패러독스란 분자인 혁신과 분모인 시장 규모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혁신에 취약성을 갖고 있다. 중소 벤처기업은 시장에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결국 창조경제에서는 필연적으로 기업들이 분할된다. 영화산업이 분할됐고, 섬유산업이 분할됐고, 게임산업이 분할됐고, 방송산업이 분할됐다. 분할된 기업들이 서로 협조한다면 창조경제는 협력의 경제로 진화하게 된다. 이제 개별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 간 경쟁으로 이전되면서, 경제는 초(超)협력 공생경제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창조경제에서는 창조경제 패러독스를 만족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과 시장 역량이 분리된다. 앱스토어와 같이 시장을 담당하는 기업과 앱과 같이 혁신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분리된다. 창조경제는 다양한 혁신과 거대한 시장들로 연결되는 ‘초협력 구조’로 진화한다. 혁신과 시장을 담당하는 벤처와 대기업이 가장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국가가 21세기 강국이 된다.

국가를 넘어서 협력할 줄 알 때 진정한 글로벌 강국이 된다.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단어가 ‘공정거래’이고 그 결과가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란 제로섬 게임에서 부(富)의 분배를 놓고 갈등하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는 혁신과 시장이 결합하면서 부의 창출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구조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창조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경제민주화라는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혁신에 대한 보상이 달콤해야 한다.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벤처에 뛰어드는 것은 자기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구현했을 때 이를 수천만~수억달러에 사주는 M&A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혁신이 확대될 때 대기업의 시장이 빛을 발하고, 대기업의 시장이 확대될 때 중소벤처의 혁신이 힘을 받는다. 대기업과 중소벤처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혁신성이 20배 이상 차이 난다는 것은 많은 혁신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반면에 시장 역량에서는 대기업이 수십배의 역량을 갖는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 둘을 결합하면 모두에게 상생구조가 된다.

# 또 하나의 화두, ‘혁신시장’

벤처기업이 스스로 개발한 창조적 제품으로 전 세계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는 것은 고비용 구조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대기업이 모든 혁신을 내부에서 하려는 것은 기업 문화상 힘들기도 하거니와 벤처기업에 비해 10배 이상의 고비용 구조가 된다. 결론은 오직 하나다. 대기업의 시장과 중소벤처의 혁신이 결합하는 ‘개방 혁신’이다. 혁신의 성과를 사주는 시장이 활성화되면 혁신은 더욱 활성화된다.

여기서 창조경제, 경제민주화에 이어 또 하나의 화두인 ‘혁신시장’이라는 화두가 설명이 될 것이다. 혁신시장을 구축하는 능력이 21세기 국가의 능력이다. 과거 산업사회 재화의 시장 형성이 국가의 경쟁력이었던 것 같이, 이제는 혁신시장의 형성이 국가 경쟁력이다. 혁신시장에서는 지식재산권이 거래될 수도 있고, 공동 개발이 이뤄질 수도 있고, 공동시장 개척이 이뤄질 수도 있고, 더 나아가 M&A가 이뤄질 수도 있다.

M&A와 같은 개방 혁신은 국가의 부를 증대시킨다. M&A가 활발해지면서 창업 벤처에 투자한 엔젤 자금들이 이익을 회수하게 된다. 이들의 이익을 다시 새로운 엔젤 투자로 선(善)순환시키면 창업은 더욱 더 촉진된다. 이것이 미국과 이스라엘 벤처 생태계의 힘이다.

여기에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는 유연한 국가 구조가 필요하다. 국가는 사전 규제를 줄이고 사후 평가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개방 정부를 ‘정부 3.0’이라는 단어로 축약한다.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혁신시장, 정부 3.0은 21세기의 미래 한국으로 가는 한 가지 목표의 다른 표현이다. 인류사적 대변화인 스마트 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창조경제로 맞이하는 슬기로운 국가가 되기 바란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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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카이스트 교수 /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 (사)유라시안네트워크 이사장 홈페이지: minhwalee.co.kr 펜페이지: facebook.com/koreaventure 트위터: @minhwa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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