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바로보기

창조경제 화두를 타고 이스라엘 열풍이 불고 있다. 인구 1인당 벤처 창업 세계 1위, 나스닥 상장 기업수가 세계 1위인 100개 등 이스라엘의 벤처는 화려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빛의 원천으로 후츠파 정신, 요즈마 펀드, 군사기술 융합, 창조성 교육 등을 들고 있다. 심지어는 이스라엘은 벤처의 천국으로 대기업 중심 경제가 아니라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까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물은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다른 측면을 살펴 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

#1 과연 이스라엘 발전은 경이로운가? 결론적으로 이스라엘은 한국보다 크게 발전한 국가가 아니다. 1960년에는 1인당 GDP가 한국의 40배 수준이었으나, 2011년에는 한국의 1.3배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발전이 더 경이롭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전세계의 유태인들의 지원을 받는데 비하여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이 한국보다 이스라엘을 훨씬 더 지원 해주고 있음은 많은 책에서 밝히고 있지 않은가. 군사적 대치 상황은 비슷하다고 보더라도 한국이 이스라엘을 경이롭게 볼 이유는 크지 않다.

#2 과연 이스라엘은 벤처중심 경제인가? 이스라엘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년전 폭등하는 주거비와 생활고에 분노한 수십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우리는 사회 정의를 원한다!”는 이스라엘판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을 벌였다. 아직도 텔아비브에서는 “대기업 독점을 없애라”는 피켓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소득 불평등 척도인 지니계수를 보면,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4번째로 불평등하다. 실제로 이스라엘 10대 그룹은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의 41%를, 6대 그룹의 매출액은 국내총생산의 25%를 각각 차지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세계화된 반면, 이스라엘 재계 1,2위인 IDB와 FIBI는 매출의 90% 이상을 이스라엘에서 올리는 내수형 기업이다. 이스라엘 최대 대형 수퍼마켓(SuperSol)과 최대 이동통신사(Cellcom), 은행(Hapoalim) 등을 상위 5대 재벌 기업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수 신문사들은 이스라엘 경제는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과 명백히 다른 보도를 하고 있다.

#3 과연 이스라엘 벤처는 경이로운가? 이스라엘에는 세계 100대 하이테크 기업의 75%가 연구소 또는 생산기지를 두고 있고, 전 세계 벤처투자의 31%가 집중되어 있고 한다. 나스닥 상장사 100개, 세계 최대의 창업 벤처 등의 놀라운 수치를 보면 우리도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벤처의 비밀은 기술보다는 미국의 유태계 자본으로 보는 것이 본질에 가깝다. 이스라엘의 주요 벤처 투자가는 미국의 유태계 기업들이다. 이스라엘의 기술이 대단하여 세계 75대 하이테크 기업들과 세계적 벤처기업들이 투자한 것이 아니라, 유태계 세계적 기업들과 유태계 벤처 자본이 모국에 투자한 것이다. 여기에 군사기술과 후츠파 정신을 활용하여 창업국가를 이룩한 것이 진실에 가깝다. 전세계에 유태계 자본과 미국 시장 접근성이라는 창업 인프라를 갖춘 국가는 이스라엘 이외에는 없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다른 진화단계를 밟아야 하는 것이다.

#4 요즈마 펀드가 대안인가? 이스라엘 벤처 정책의 백미로 요즈마 펀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모태 펀드 규모는 과거 요즈마 펀드의 5 배 규모에 달하고 있다. 일부 기관들이 한국형 요즈마 펀드를 추진하고 있으나, 문제의 본질은 자금의 공급이 아니라 회수 시장이다. 이스라엘은 나스닥과 미국의 M&A시장에서 투자를 회수하나, 한국은 코스닥은 위축되고 M&A시장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은 분명히 배울 점이 많은 국가다. 그러나, 무작정 따라하기는 부작용이 클 가능성이 있다. 사울 싱어의 창업국가는 유태의 홍보물이고, 베터 플레이스는 성공 벤처가 아니다. 현상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우리의 창조경제를 잘 설계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글: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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