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에 대한 이해와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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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창의성을 요구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IT 분야에서 아이폰의 등장 이후 창의성이라는 말을 과거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업의 경영환경에서 창의성은 생존이자 가치창출의 원천에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이란 새롭고 유용한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능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창의력 연구의 대가인 길포드(Joy Paul Guilford)는 창의력이란 주어진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나 산출물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는 창의력을 키우는데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는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인간은 본래 창의적이라고 할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변화와 생존과정에서 이처럼 인류가 번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창의성을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때문이다. 일상 생활을 떠올려보면, 우산이 없이 비가 올때 가방이나 옷으로 머리를 가린다던지, 종이가 없을 때 손에 메모를 적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행위이다. 창의성은 천재나 엘리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창의성은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과정의 결과이다”

하버드대 아마빌(Amabile) 교수는 전문지식, 창의적 사고기술, 내적 동기를 창의성의 3가지 요소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Amabile, Growing Up Creative, New York: Crown, 1989]

Source :

그림 1. 창의성의 3가지 요인
Source : http://thedesigntree.net/portfolio/creativity-and-creativising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분야에서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여기서 지식이란 학습된 교육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업무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동안 경험을 쌓다보면 해당 분야에 익숙해져 기존 생각과 사고의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것이 창의적 사고기술이다. 창의적 사고 기술은 주어진 문제에 대한 기존 생각을 벗어난 새로운 시각과 사고를 가지고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새로운 문제나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차별화될 요구사항을 반영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고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완전히 다른 개념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일에 대한 내적 동기이다. 어떤 일을 수행함에 있어 돈이나 명예와 같은 외적 동기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하는데는 역부족이다. 이는 외적 보상에 의해서 동기화되면 보상 획득에 관련된 자극에만 주의를 집중하여 창의적 수행에 필수적인 자발성과 탐구심을 감소시키고 결국 창의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식을줄 모르는 열정으로 일을 수행하는 그 자체로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을 때 평범함을 뛰어넘는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

창의성은 머리가 좋거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 지식과 경험, 창의적 사고기술 그리고 내적 동기가 필요하며, 이 세가지 요소가 수렴된다면 누구에게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SW에서의 창의성 모순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공학은 엔지니어링에 기반한 과학적 검증이 필수적이라면 소프트웨어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산출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소프트웨어 공학을 적용한다고 하면 소프트웨어라는 주제보다는 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인 공학적 측면이 휠씬 강해진다. 요구사항 명세와 설계, 개발, 테스트, 배포라는 소트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과정을 생각하면 웬지 창의적인 제작보다는 기계적인 제조 공정이 먼저 떠오른다.

소프트웨어 공학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소 시간에 최적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개발 업무를 효율적으로 최적화를 시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최적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창조성을 놓치는 역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사라 그린(Sarah Green)은 이에 대하여 HBR Blog에 실린 “You’re Too Busy to Innovate” 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였다.

“The problem, he argues, is that we’ve become too efficient. Too much of our time is optimized and streamlined, carefully delineated for this meeting or that conference call, with no time for just… thinking.”

그는 우리는 업무에 너무도 효율적으로 최적화되어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한다. 조직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최적화시킬수록 창의적 생각을 가질 여유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모토로라(Motorola)는 이런 창의성 역설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토로라는 1970년대 중반 최초의 이동통신단말을 개발하고 전세계 모바일 시장을 주도하였다. 또한 6 시그마(6 Sigma)라는 품질경영기법을 창시하여 세계 최상급의 품질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표준화와 업무 최적화에 노력하여 효율성은 뛰어났지만 시장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는 실패하였다. 시장은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를 요구하는데, 너무나 효율적으로 정착된 최적화는 창의적 변화를 이끌어낼 여지를 주지 못하였다.

아이폰 출시 이후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국내 많은 기업들이 소프트한 인재를 양성하고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 현실을 살펴보면, 창의성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이를 허용하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애자일 컨설팅의 김창준님은 한국 IBM developerworks에 실린 ” 창의성의 아이러니 ” 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창의성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 방식대로 해서는 일정 내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없는 없는 상황일수록 현실은 창의성을 허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당장 출시할 제품들과 산적한 버그들이 밀려 있는데 창의성 있게 일하자라고 요구하는 것은 별반 소용이 없게 마련이다. 그는 이것을 창의성의 아이러니 제 1법칙이라고 하였다. 또한 쫒기는 개발 일정 속에서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팀원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이다. 이런 부정적 심리적 상태에서는 창의성인 사고는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창의성이 가장 필요할 때 창의성 발휘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창의성의 아이러니 제 2법칙이라고 하였다.

심리 상태와 창의력에 관한 연구결과들이 살펴보면, 1987년 앨리스 아이센(Alice M. Isen) 박사가 발표한 “Positive affect facilitates creative problem solving”에서는 부정적인 심리상태를 경험하는 경우 창의력 수준이 떨어지는 반면에 긍정적인 감정 상태는 창의력을 촉진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제시한다. 하버드 대학의 아마빌(Amabile) 교수의 2005년 “Affect and Creativity at Work” 논문에서도 200여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업무 중 긍정적 감정은 창의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창의적 행동이 다시 긍정적 감정을 만들어 주는 반면, 부정적 감정은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뇌와 심리 현상을 분석한 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2009년 슈미츠 (Schmitz) 외 2인의 발표한 “ Opposing Influences of Affective State Valence on Visual Cortical Encoding”에서는 긍정적인 감정 상태에서는 주변 환경을 넓게 인식하는 반면에 부정적인 감정인 경우 시각이 좁아지는 터널비전 (tunnel vision)을 경험한다고 하였다. 개발자나 테스터들에게 이런 경험은 한 두번은 있을 것이다. 화면에 에러는 나는데 원인을 찾지 못하면 짜증과 함께 화가 나기 시작한다. 아무리 살펴봐도 원인을 찾지 못하여 괴로워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동료가 살펴 보더니 “이게 빠졌네” 혹은 “거기봤어?” 라고 해결책을 찾아준다. 아무리 눈 씻고 봐도 못찾던 원인이었지만 실수는 분명 자신도 잘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다만 부정적인 심리적 상태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다.

만약 경영진으로부터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소프트웨어를 당장 출시해야 한다고 요청을 받았다면, 상식적인 관리자라면 아마도 좋은 학력과 많은 지식 그리고 경험까지 갖춘 전문가들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일반인과 비교하여 오랜 세월의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여 문제를 풀어나가는 패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문제를 접하게 되면 직관적으로 기존의 경험을 통해 해결방법을 모색하게 마련이다.

윌리엄 더그간 (William Duggan) ” Strategic Intuition “라는 책에서 “전문가 직감은 혁신적 직관의 적이다 (Expert intuition is the enemy of strategic intuition)”라고 말을 하였다. 즉, 업무에 익숙해지면 유사한 문제를 보다 빠르게 해결하는 패턴을 갖게되는데 이것이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다.


1998년 10월 20일 열린 OOPSLA (Object-Oriented Programming, Systems, Languages & Applications)에서는 개발자가 아닌 항공 엔지니어인 파울 맥그레디(Paul MacCready)가 “Unleashing Creativity While Still Getting the Job Done”이란 제목으로 키노트 연설을 하였다. 바로 1977년 Gossamer Condor라는 유인동력 항공기를 최초로 성공시킨 그의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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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Gossamer Condor
자료: http://projects.kmi.open.ac.uk

그가 개발한 Gossamer Condor는 당시 치열한 경쟁상대였던 영국팀보다 열악한 전문가와 자원을 지원받았지만 먼저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당연히 그에게 어떻게 먼저 항공기를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하여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당시 영국팀은 각 분야별 최고 전문가로 구성이 되었다. 따라서 항공기의 날개구조는 기존 항공산업계의 뛰어난 구조공학 엔지니어가 맡아서 항공 구조공학 설계에서 시작했던 반면, 그는 기체역학은 알고 있었지만 항공기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하였다. 따라서 자신이 알고 있는 실내 모형기와 행글라이더에 기반하여 가벼운 무게에 초점을 두고 동체를 고안하였다. 영국 엔지니어들도 실내 모형기나 행글라이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겠지만 그들의 전문지식은 이를 무시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만든 모형 비행기를 날리고 부서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부서지는 부품은 강하게 보강하고 부서지지 않는 곳은 가볍게 만들어 충분히 가벼우면서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유인동력 항공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애자일 SW 개발 과정과 많은 공통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전문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지식은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복잡한 문제 해결을 기존의 경험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William Sasso는 1989년 “The Constraints and Assumtions Interpretation of Systems Design: A Desciptive Process Model”이라는 논문에서 이와 같은 모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창의력은 모든 설계 활동에서 배어나온다. 설계자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정도는 설계자 경험과 영역에 따라서 달라진다. 설계자가 유사한 설계 경험이 있다면, 창의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 반면 설계자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설계라면 사실상 모든 설계 활동이 창의력을 요구한다.“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창의력이 요구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앞에서 소프트웨어에서의 창의성을 이해하고 SW 개발 과정에서 부딕치는 창의성에 대한 역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소프트웨어라는 용어가 1957년 처음으로 사용되며 소규모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던 SW개발이 대형화되고 복잡해짐에따라 소프트웨어 공학도 함께 진화하여 왔다. 오늘날 웬만한 기능의 SW는 인터넷을 통하여 공짜로 쉽게 얻어쓸 수 있는 정도로 SW 시장도 포화된 상태이다. 다양한 기능과 저렴한 가격보다 소비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독특한 UX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제 창의성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핵심적인 요구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이 글은 연재로 다음번에서는 창의적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설계자의 특성과 그들이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하는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창의성을 수용하기 위한 원리들과 방법들을 개발 과정에 수용하기 위한 대안들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글 : 황순삼
출처 :  http://swprocess.egloos.com/2935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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