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는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하는 무언가.

지극히 합리적이거나, 지극히 주관적이거나

사람은 극단적이다. 그야말로 합리적이거나 주관적이다. 그것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10원이라도 더 싼 것을 찾으려고 각종 가격비교사이트를 검색하거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몇 번이고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가를 반복하는 모습이 그렇다. 하지만 자신의 감당수준을 넘어서는 수억이 넘는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수천 만원에 호가하는 자동차를 사고자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 그 합리성은 조소에 가까울 때도 있다. 왜 별로 티도 나지 않는 수준의 비용에 대해서는 그렇게 집착하면서 정작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대범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그것은 바로 가치라는 관점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인이 내리는 선택에 가치라는 요소를 느낄 때면 기꺼이 합리성을 포기한다.

가치는 연결의 수에 비례한다.

내가 선택한 무언가가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거나, 내가 관심을 가지는 집단의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을 형성해 내면 낼수록 우리는 그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연결은 생명의 가장 깊은 본능이다. 생각해 보라. 더 싼 것을 찾으려고 애썼던 것들의 대상들은 예외 없이 연결성과는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비교해 보라. 100만원에 호가하는 컴퓨터를 구입한다고 생각해 보면 일단 비싸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이자 장기 할부를 할 수 있어도 말이다. 반면에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는 싼 것을 구입하기는커녕 인지도 있는 브랜드의 가장 최신형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고 있을 것이다. 두 개의 차이는 정보를 검색하는 장치인가 사람과의 연결을 형성하는가의 차이다. 결국 가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서비스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출발한다.

서비스는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무엇인가’로 정의해야 한다. 모든 가치는 사람과의 접점에서 발생한다. 서비스는 소비자의 가입 전부터 가입 후 기간 동안의 지속되는 어떤 상태에 관한 것이다. 서비스 기간 동안 우리가 느끼는 관계에 관한 만족도가 곧 서비스 만족도이다. 접점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서비스라고 보기가 어렵거나 서비스의 가치가 낮다고 평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각종 보험이나 통신사의 경우 가입 전 타사 대비 얼마나 더 싸게 공급하겠다 또는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며 가입을 권유하는 과정의 만족도는 어떤가. 그야말로 서비스를 그저 제품을 판매하는 관점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 스스로 소비자를 합리성의 극단으로 밀어내게 된다. 기업은 자신을 서비스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저가 제품을 밀어내기 식으로 파는 제조회사와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이것은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할 뿐더러 기업의 내부 구성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접점 부서가 가장 핵심역량부서로서 대우받고 있는가? 사실 정반대에 가깝다.

많아질수록 접점이 중요하다

많아지면 달라진다. 정보는 넘쳐나고 값싼 상품도 넘쳐난다.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갑을 열 때만 회사를 찾는 데서 끊임없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피드백을 주고받기를 원한다. 제품 자체에 대한 사용성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집중하며 그것이 얼마나 자신의 욕구의 본질을 실현시켜주는지 반응하고, 경험의 본질을 충실히 만족시켜주기를 요구한다. 그야말로 소유 그 자체에서의 의미보다 소유 이후의 경험적 연결을 요구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회사가 광고하는 차별화 전략은 더 이상 고객이 감동하는 부분이 아니다. 감동이라는 요소는 회사에 의해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들이 다른 고객들에게 전하는 무엇인가에서부터 비롯된다. 이것이 곧 평판이다. 영국인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말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왜 대부분의 요리 프로그램들은 요리의 결과물을 예쁜 접시에 올려놓는 순간 끝나는가. 적절한 재료, 효율적인 요리용 주방, 각종 식도구들을 활용해서 요리를 완성하는 게 최종 목적은 아니지 않는가. 요리는 결국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 본질이다. 누구와 어떻게 함께 먹는지에 따라서 메뉴가 결정된다. 그리고 요리의 대부분은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시시한 얼굴로 냉장고 문을 열어서 오늘은 뭘 먹을까 하면서 이미 있는 재료들을 꺼내 그냥 해 먹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요리 프로그램들은 현장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만들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 핵심이다.

대응이 아니라 관심이다.

이제 세계는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 진입했다(Being Connected). 사람들은 이제 관계에 집중하고 그 관계의 지속성에 관심을 가진다. 모든 것의 가치는 접점에서 생겨나고 그것은 일개의 회사가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해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치는 이제 접점에 있는 공급자의 모든 구성원들과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제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는데서 고객과 함께 가치를 발견하고 키워가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이들은 이제 고객의 앞에서 저를 봐 주세요가 아니라 고객의 옆에서, 또는 뒤에서 공통의 숙제와 관심사를 풀어가는 동반자여야 하며 친구여야 한다. 이룸과 성취의 관건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사람들은 지극히 극단적인 가치를 우리에게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말만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앞서 보험과 통신사를 언급했으니 보험을 예로 들어보겠다. 보험은 엄연히 서비스인데도 여러 면에서 마치 제품처럼 판매되고 있다. 제품 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는 생명 보험, 자동차 보험, 주택 보험을 판매합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생각을 할 수가 있다. 고객의 만족도를 더 높이는 관점에서 심지어 협력업체의 보험까지 추가 서비스로 함께 제공할 방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자사의 서비스를 더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whipcar

윕카(WhipCar, www.whipcar.com)는 자동차 소유주가 차를 쓰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윕카 서비스에는 자동차 대여와 함께 보험이 같이 포함되어 있어서 고객 요청시 최소 1시간 단위로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은 편리성에 기뻐하며 윕카를 이용하지만 사실 이 안에는 보험도 함께 판매가 되는 것이다. 보험 서비스의 결합 가능성이 커질수록 윕카의 다른 서비스와 함께 제공되기 쉬워지는 것이다.

자산 규모 1조 6,000억 달러의 투자 관리 기업으로서 개인과 단체 투자자들에게 뮤추얼 펀드, 금융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뱅가드 그룹의 예를 살펴보자. 고객 지원을 받기 위해 어떤 회사에 전화를 거는 일은 대체로 골치가 아프다. 보통 미리 녹음된 음성 메뉴가 나오면 고객은 끈기 있게 원하는 메뉴를 찾아 전화기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정확히 들어맞는 메뉴가 없어서 상담원 통화 버튼을 누르면 아까보다 더 오래 기다리게 된다. 한참 뒤에 겨우 통화가 연결되면 자신의 개인 정보를 낱낱이 일러줘야 한다. 처음 음성 메뉴에서 이미 모든 걸 다 입력했는데도 말이다. 이때 처음 통화하는 사람이 문제를 바로 해결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고, 보통 다른 곳으로 전화를 돌려주는데, 그러면 다음 사람과 통화하면서 다시 한 번 모든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모두 다 한 번씩은 겪어본 일 아닌가. 하지만 뱅가드의 고객은 다르다. 뱅가드에 전화를 걸면 처음부터 사람이 전화를 받는다. 그 사람이 바로 도와줄 수 없다면 담당자에게 연결해주는데, 이때 지루한 음악이 나오면서 그 사람에게 전화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처음 통화한 그 사람은 계속해서 통화 상태를 유지한다. 뱅가드의 고객 지원 관리자 리처드 달튼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우리 고객 충성도는 매우 높습니다. 고객 충성도야말로 우리 일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죠. …… 고객은 말 그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들은 고객 관리에 대한 기존 개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고객 상담원은 자신이 맡은 고객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기업의 나머지 직원들은 마치 이것을 도와주는 사람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단번에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고객이 원하는 대답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것을 즉시 상담원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기존의 고객 서비스 모델은 이와 정반대다. 직원 각자는 자기 분야만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의 문제를 맡거나 그것을 해결해줄 책임을 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고객의 문제점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유일한 사람은 고객 자신뿐이고, 고객은 모래알처럼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기업과 일일이 상대할 수밖에 없다.

뱅가드의 상담원은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회사의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각 부서별 전문 지식 전체에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뱅가드 상담원은 고객의 니즈가 충족될 때까지 고객의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대리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담원이 성공의 핵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원이 이 회사의 성공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누누이 이야기하고 있고, 그 부분에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고객을 위하려면 이처럼 조직의 가장자리에서 고객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사람 및 시스템에 진정한 힘과 권위를 실어줘야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성공 경험은 기업이 고객과 단절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성공은 엄청난 성장을 가져올 수 있고, 때로는 시장 점유율을 대폭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확장과 사각지대, 리스크 회피 문화를 야기하기도 한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수익과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노력하는 가운데 전문성과 효율 역시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전문성이 발달하면 기업의 시야가 너무나도 좁아져 때로는 심각한 사각지대가 생겨나게 된다. 정작 고객과의 접점형성은 실패한채 말이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

거듭 말하지만 서비스란 사람을 위해 할수 있는 무엇인가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나와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그들의 관계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무엇인가이다. 그들이 만족하면 자연스레 반대로 그들은 나에게로 연결을 형성한다. 이것은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와 마찬가지다. 나에게로 당기면 당길수록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만 끌려다니게 된다. 그들이 살아가는 길을 더욱 나아갈 수 있도록 내가 돕고자 하는 마음, 그것을 조직의 핵심으로 두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은 출발해야 한다. 모든 것은 사이에서 창발하니까.

* 뱅가드와 윕카 사례는 커넥티드 컴퍼니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글 : 송인혁
출처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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