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장터 Exit 경험을 통해 얻은 다섯가지 교훈

지난 11월 29일에 프라이머가 투자하고 인큐베이팅했던 번개장터(퀵켓)를 네이버가 M&A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2010년 1월 프라이머를 설립하고 첫번째 열었던 엔턴십 프로그램을 참가한 졸업팀이었고 졸업과 동시에 투자하고 인큐베이팅을 시작했던 번개장터(퀵켓)가 3년만에 exit의 경험을 안겨주었네요. 프라이머로서는 첫번째 exit 이지요. 아쉽기도 하지만 큰 기업 네이버와 함께 더 큰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같은 좋은 예감입니다.
이번 기회에 번개장터(퀵켓)팀의 역사를 돌아보며 몇가지 교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57567419@N00/746607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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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스타트업의 속도는 기대보다 빠르다

프라이머는 팀, 비즈니스 모델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의 팀도 투자하고 인큐베이팅을 하죠. 절반 이상의 인큐베이팅팀들이 법인 설립 이전 상태에 투자를 하였지요. 이런 경우 리스크도 높기도 하지만 제품도 만들어야 하고 시장검증 과정도 거쳐야 해서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을 기대하고 투자를 하죠.

퀵켓(번개장터)의 경우 2010년 가을에 인큐베이팅을 시작해 만 3년만에 exit입니다. 사실 기대보다 상당히 빠른 exit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업팀들이 좋고 잘 했습니다. 팀이 좋고 비즈니스모델이 좋으면 초기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빠르게 성장하고 선두기업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였습니다.

Start와 실행이 중요하다

사실 3년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계에서는 3년이면 강산이 변합니다. 세월이 훅~하고 지나 가버리죠. 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고도 수년째 스타트업 세미나를 전전하고, 국내 외 유명인들이 온다 하면 기웃거리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번 퀵켓의 3년만의 exit은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시작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퀵켓의 경우 2010년 여름에 엔턴십과정 3-4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만든 제품을 공개 해서 검증이나 해보자하고 뛰어 들었던 서비스가 지금까지 성장해 왔어요.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죠? 스타트업에게는 시작이 전부일지도 몰라요.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넘쳐 나는 세미나와 강연과 해외 관광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누군가는 시작하고 실행해서 시장을 선점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하게 됩니다.

고객 만족이 경쟁력이다

번개장터가 모바일에서 중고장터 서비스를 국내 처음으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미 기존에 선두서비스와 경쟁서비스들이 여럿 있었어요. 그 선두 서비스가 작았던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이미 선점해서 어느정도 규모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번개장터가 서비스를 오픈하고 단기간에 선두를 역전시켰어요.

그것은 바로 고객에게 밀착한 서비스 개발과 마케팅의 조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기 번개장터 창업팀들은 주요 고객들과 자주 전화도 통화하고 밥도 먹기도 하면서 고객을 같은 팀으로 대하면서 고객 밀착 서비스를 만들었던 것이 주요 성공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초기에 국내 대기업 가운데 한 곳이 퀵켓 창업팀들로부터 정보를 취득하고, 똑같은 앱을 카피해서 만들어 동일한 중고장터 서비스를 오픈해 경쟁한 적이 있었어요. 게다가 매일 명품 상품을 파격가로 경품을 걸면서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쳤지요. 그러나 결과는? 망했어요.

고객을 경품이라는 미끼로 속일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오판이요, 고객은 우리 팀이고 우리 친구이라고 생각했던 번개장터의 창업팀들이 이루어낸 고객 만족이 번개장터 서비스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봐요.

돈보다 멘토

번개장터 창업팀들은 프라이머 인큐베이팅 팀들의 평균 연령을 높이는 역할을 했어요. 왜냐하면 이 팀의 창업자들은 모두 개발자로서 직장경험을 한 경력자들이었지요. 직장에서 한 사람이 받던 연봉도 안되는 작은 돈을 프라이머로부터 투자 받아서는 서너명의 경력자들이 창업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웠을 거예요.

대학생 창업팀들은 봉급을 받아 본 적이 없으니 용돈만 있으면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직장경험을 몇년씩 하며 넉넉한 생활을 했던 경력자들에게는 프라이머의 투자금은 정말 작은 투자금이었죠. 당시 제가 어느 대학생 창업모임에서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프라이머는 얼마를 투자하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이천에서 오천만원 사이를 투자해 준다’고 답했더니 ‘에계?’ 하는 반응을 받기도 했죠.

그러나 프라이머의 세가지 가치 중에 하나가 ‘돈보다 경영’이라는 가치가 있어요. 작은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른 멘토를 통해 스타트업팀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과 방향성의 오류를 잡아 주는 것이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검증했어요. 좋은 경영을 알려주는 좋은 멘토는 기적을 만들어내지요.

지금 좀 잘 나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번개장터(퀵켓)의 경우를 보면 스타트업계는 쉽게 추월당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지금 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지요. 지금 제품이나 서비스가 완성되어 있으니 우리 회사의 가치는 높다고 주장하는 팀도 많아요. 지금 우리는 이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고객 반응도 있으니 우리 회사의 가치는 더 높다고 주장하지요.

그러나 의미 있을 수준만큼의 뿌리를 내지지 못한 스타트업 서비스는 제품이 얼마나 번듯하게 개발되어 있는지, 이미 고객이 열렬히 반응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 방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잘 나간다는 말의 근거가 제품과 고객에 기반하면 그나마 건강한 것이죠.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에서 말잔치해서 얻은 인기, 언론 인터뷰에서 띄워준 것, 심지어 요즘은 TV에까지 출연할 기회도 많아지니 그런 것들을 기반으로 스스로 잘 나간다고 오해하고 있는 경우는 정말 한 방에 훅 갈 가능성이 크죠.

내실을 다지는 것, 의미 있을 만큼, 대기업이 경쟁으로 뛰어 들어와도 뒤집지 못할 만큼의 고객규모와 충성도를 갖기 전에는 스타트업은 잘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글 : 권도균 (douglas@primer.kr)
출처 : http://goo.gl/1aDq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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