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낙관주의 下

많은 창업들, 특히 많은 학생창업들을 지켜보며, 나는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기대”를 지닌 낙관주의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정부지원제도나, 인큐베이터 등에 의해 설정된 기간을 잡아두고 “이 기간 동안 한 번 열심히 해 보겠다”고 말을 하곤 했다. 대개 이런식으로 기간을 설정한 창업자들에게, 저 기간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겨우 합의를 끌어낸 “허용된 일탈의 기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낙관도 구체적이니, 자연스럽게 실패에 대한 관용이 줄어든다. 이러면 액션에는 필요 이상의 힘이 들어간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너무 많은 공을 들이고, 한 번에 완벽하게 성공하려 애쓴다. 그러나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스타트업은 합리적인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며, 엄청난 불확정성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이들의 회심의 액션은 대개 실패하고, 곧바로 스타트업을 회생불능의 정신 상태로 몰아간다.

원래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힘든 일이라서기도 하겠으나, 실제로도 이런 식의 창업으로, 카운터 펀치 한방에 그로기를 당하듯 쓰러져버린 많은 창업자들을 보았다. 그들은 스스로의 기대대로 제품이 나오지 않거나,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때, 그 외 수많은 기대 섞인 가정이 현실에서 어긋났을 때, 손쉽게 무너지고 손쉽게 창업의 꿈을 정리했다.

잘못의 시작은,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기대에 있었다. 이건 비유하자면, 가드를 포기하고 펀치 한 두번에 온 힘을 다 쏟아붓는 것과도 같다. 물론 온 힘을 실은 펀치가 제대로 먹힌다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잽을 날리면서 빈틈을 찾고, 그 동안 가드를 충실히 갖추는게 오소독스(정석)한 플레이 방식임은 분명하다.

그 오소독스한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장기적이고 비구체적인 낙관”이다. 이게 풀어쓰자면 “뭐든 언제쯤은 성공하겠지”라는 태도인데, 이 안이해보이는 태도는 다르게 표현 하면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럭키펀치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복싱에 비유하면 간단한 얘기인데, 내가 상대보다 체중과 근력, 리치에서 우위를 가졌다면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에게 액션의 실패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필연적인 일이다. 오히려 빠르게 실패 하고, 실패로부터 개선점을 찾는 방식이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실패의 구간을 버티게 해 주는 것은, 바로 막연한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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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래서 마지막 결론이다. 스타트업에게 이러한 자신감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그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좋은 아이템? 그 아이템이 그렇게 훌륭하다면 다른 기업도 따라함으로써 상대적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많은 자본? 물론 많은 자본은 훌륭한 우위임에 틀림없으나, 자본이 막대한 시점부터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언가.

그렇다.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자신감, 팀워크에 대한 자신감. 그것이 스타트업을 견인하는 자신감의 본질이며, 뭐든 언제쯤은 성공할 것 같은 “장기적이고 비구체적인 낙관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결국 창업을 꿈꾸는 자들은, 타고 나기를 비관주의자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은, 자신의 성격을 바꾸러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최고의 동료이자, 최고의 자신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뻔한 얘기임에도, 그렇다.

글 : 이충엽
출처 : http://goo.gl/2EPR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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