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의 스펙은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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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중요하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스타트업/벤처 비즈니스는 엘리트들이 주도하고 있는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그 이유가 세간에서 종종 지적하듯 고스펙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 정당히 대우받지 못하기 때문인가를 생각해보면, 흔쾌히 동의하기가 힘들다. 물론 부당한 편견과 차별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러나 단순한 편견과 차별로 넘기기엔 무리가 있는, 고스펙의 실질적인 장점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인력

대개의 경우,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란 곧 우수한 팀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 우수한 팀은 대개 창업자들의 인적 네트워크에서 기인하다. 초기 스타트업이나 팀은 아직 매출이나 성장세는 물론,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팀에 합류할지 말지를 판단해야 한다면, 당신은 무슨 기준을 통해 판단할 것인가? 아마도 가장 먼저 그 제안을 한 상대가 누구인지를 따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관계 없는 타인끼리 이러한 판단 과정을 통해 의기투합할 가능성은 사실 매우 낮다. 그렇다면 결국 비슷한 네트워크 내의 인간관계가, 초기 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창업자는 친구/동기/직장동료 등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좋은 스펙을 지닌 사람이 좋은 팀을 구성하는데 유리하다. 좋은 스펙은, 좋은 네트워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네트워크를 지녔다고 해서 그 자신과 그 팀원들이 반드시 뛰어나리란 보장은 없으나, 그 확률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장점은 최초의 팀 구성 이후의 구인에도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결국 좋은 팀을 구성하는 것 뿐 아니라, 유지하고 늘려 나가는 것에도 좋은 스펙의 창업자는 유리하다. 이렇듯 ‘팀의 맨파워에 강점을 지닐 수 있음’ 이 스타트업 창업자의 스펙이 중요한 사실상의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뛰어난 공대의 창업자가 일반적인 명문대보다 더 선호받을 수 있다. (분야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스타트업의 성패에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도 공학전공자들이기 때문이다.

2. 스토리텔링

인력보다는 훨씬 부차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IR 및 PR 과정에서 좋은 스펙은 팀의 능력과 신뢰성에 대해 좀 더 원활한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다. “명문 XX 대학생들이 뭉쳤다”, “잘나가는 AA기업을 함께 뛰쳐나왔다” 만큼 자신들의 능력치를 짧게 표현하기 용이한 방법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합리적인 평가의 잣대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대중이 기억하기 쉽다는 것이다. 흔해 빠진 것이 명문대요 대기업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고,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부족한 스펙이 이들에 비해 유니크한 강점이 되기는 더 어렵다.

투자자건 대중이건 업계인이건, 스토리텔링이 없으면 잘 기억하지 못한다. 높은 스펙은, 그러한 측면에서 하나의 무기를 들고 시작하는 샘이다.

이상의 이유로 좋은 스펙이 창업의 성공에 유리하다면 반대로 좋은 스펙을 지니지 못한 창업자가 택해야 할 방법은 자명하다. 꾸준히 좋은 네트워크를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모임에 참여하고, 혹은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외부와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것은 원래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중요한 역량이며, 높은 스펙의 창업가라고 이런 일을 게을리해도 괜찮은 건 아니다. 결국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뻔한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높은 스펙을 지니지 못한 것은 패널티가 분명하다. 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 창업자가 높은 스펙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투자사들이 있다는 소리도 가끔 들린다. 하지만 나는 2번의 이유 때문으로(즉 투자자에게 팀의 능력과 매력을 효과적으로 어필하는데 실패하여) 발생한 IR 실패 과정이 과장되었거나 왜곡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설령 정말로 그런 이유로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가 있더라도 너무 개탄하지 말자. 그들을 제외하고도 편견없이 좋은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싶어하는 현명한 투자자는 많다.

글 : 이충엽
출처 : http://goo.gl/pyx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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