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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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많은 스타트업 대표이사들이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착한 리더’가 되려고 노력했던 것이라고 했는데요,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것으로 ‘칭찬’을 많이 한 것을 후회하는 리더들도 많습니다.

‘뭥미? 칭찬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칭찬도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 칭찬을 자주 하다 보면, 칭찬의 효과가 줄어듭니다. 부하직원들이 다 압니다. ‘저 분의 칭찬은 그냥 하는 얘기야’. 그러다 정말로 필요하고 칭찬하고 축해해주고 싶을 때 효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2. 살짝 더 나아가서, 부하직원 스스로가 그렇게 일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칭찬을 받으면, ‘뭐지? 나 잘하지도 않았는데 잘했다고 왜 하지? 나한테 기대하는 것이 이것밖에 없나? 이 회사는 이 정도 퀄러티를 요구하나?’라고 오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3.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인데, (2번과 달리) 부하가 정말로 칭찬이라고 이해를 하고, 상사는 사실 칭찬이 아니었다면, 여기서부터 ‘기대수준 괴리(expectation gap)’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나중에 훨씬 더 큰 부작용이 생기게 됩니다.

많은 리더들이 부하들을 ‘동기부여’ 시켜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칭찬’을 남발하게 되고요. ‘속마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인데 그냥 의례적으로 “잘 했어”라고 하는. 심지어는 “XX님 최고예요”라고 하는. 그리고 다음번에 또 결과물을 봤을 때 속으로 ‘아 이 친구 왜 이렇게 실력이 없지? 왜 이렇게 안 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시 “잘 했어”라고 하게 되죠.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믿으면서… 그런데 이 책을 막상 읽어보면 무조건적으로 칭찬하라고 적혀 있진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는 것입니다. 상사의 기대 수준에, 회사의 기대 수준에 도달했다 혹은 그러지 못했다를 명확히 말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도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도달하면 좋을지를 같이 논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시범을 보여주고 하는 것이 좋은 상사입니다. 그냥 칭찬을 하는 것이 좋은 상사가 아니라.

특히 직원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별 생각 없이 해온 칭찬들이 ‘덫’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사가 보기에는 분명히 일을 못해서 낮은 고과를 주거나, 심지어는 직급 강등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계속 칭찬을 했고, 일을 잘 못했을 때에 조차 “XX님, 힘내요. XX님 원래 잘 하잖아요”라는 수준으로만 대화를 했다면 상사와 부하 사이에는 엄청난 갭(gap)이 생기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상사가 좋지 않은 평가를 주면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상사는 순식간에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이중적인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언젠가부터 ‘잘했어요’ 라는 말을 잘 안 하고 있습니다. 정말 잘 했을 때에만 잘했다고 하죠. 가끔 ‘고생했어요’ 혹은, ‘수고했어요’ 수준으로. 또 많은 경우는 그냥 ‘오케이’ 수준으로 답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이 정도 수준으로 만족하면 안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얘기를 더 자주 하고요.

스타트업 월드에 계신 리더분들, 칭찬을 하면서 속으로 끙끙 앓지 말기 바랍니다. 스타트업은 지독할 정도로 솔직하게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서로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하는 환경이랍니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goo.gl/p54D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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