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보는 시장은 공급자가 보는 시장보다 크다

업종을 막론하고, 기업체의 전략기획, 또는 영업기획 부서가 작성하는 월간, 분기, 또는 연간 사업계획용 보고서에는 다음의 정보가 중요한 전략적 정보로서 앞쪽에 올라온다.

  • 시장 크기
  • 판매량, 매출액
  • 시장 점유율

자동차 시장의 예

자동차 시장이라면 다음과 같은 자료가 올라올 것이다.

출처: 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통계월보
출처: 자동차산업협회 자동차통계월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사점은 분명해 보인다. 자동차 내수 시장은 정체 내지 저성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전략적 자료가 올라올 것이다.

출처: 한국신용평가. KIS Industry Outlook 자동차 2013.1
출처: 한국신용평가. KIS Industry Outlook 자동차 2013.1

제조업체, 예를 들어 현대기아차 그룹 관점에서는, 특히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들 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은 매우 중요한 자료일 것이다. 시장은 저성장이더라도, 경쟁사보다 더 판매를 잘 하면 우리 회사의 매출은 올라갈 수 있으니까.

경쟁상황을 보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시사점은 수입차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기준 8.5%에 달하고 있으니, 10%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70-75% 정도를 오가고 있다. 물론 당장 영업과 마케팅을 책임진 임원들 입장에선 1%의 변화도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지금 10%도 안되는 수입차의 성장세가 커지면 점유율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겠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아마 몇 년후에는 여기에 기존의 휘발유차와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카의 점유율을 비교하는 자료 정도가 추가될지 모르겠다.

이것이 보통의 기업들이 월간, 분기 보고 등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전략적 분석이다. 물론 위의 자료 외에 판매단가, 수익성, 기타 여러가지 트렌드 등이 추가되겠지만, 시장을 보는 눈은 기본적으로 이와 같다. 하나의 산업이라는 것은 유사한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들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객의 시각보다는 공급자의 시각에서 시장을 정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은 시장을 다르게 바라본다. 자동차를 조립생산하여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는 새로 제조하여 판매하는 자동차만을 시장으로 생각하지만, 소비자는 ‘자동차를 타고싶다’라는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은 모두 고려 대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고차이다. 그렇다면 중고차를 포함해서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출처: 하나금융그룹 하나산업정보 - 자동차 판매업 시장의 현황 및 성장성 점검 국토교통부 사이트 http://www.mltm.go.kr/USR/NEWS/m_71/dtl.jsp?id=95069514 http://themestock.co.kr/701 http://news.donga.com/3/all/20130423/54654200/1 http://www.fntimes.com/paper/view.aspx?num=118215
출처:
하나금융그룹 하나산업정보 – 자동차 판매업 시장의 현황 및 성장성 점검
국토교통부 사이트 http://www.mltm.go.kr/USR/NEWS/m_71/dtl.jsp?id=95069514
http://themestock.co.kr/701
http://news.donga.com/3/all/20130423/54654200/1
http://www.fntimes.com/paper/view.aspx?num=118215

신차 시장만을 보았을 때 보이지 않던 매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1998년에 이미 신차 시장규모를 넘어섰고, 최근 몇년간 급속도로 성장하여 2012년에는 328만대가 거래되어, 141만대가 거래된 신차시장의 2배를 훨씬 넘는 규모가 되었다. 신차와 중고차를 합한 것을 전체 자동차 시장이라고 한다면, 중고차의 비율이 70%이다.

참고로 이것은 자동차 보급이 많아지면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미국은 중고차 시장이 신차의 3배 정도이다. 역으로 중국은 중고차 시장이 아직 신차 대비 1/3의 크기이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중고차건 새차건 소유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차 비소유’라는 것도 하나의 대안인 것이다. 2011년 잡코리아의 설문에 따르면, 설문에 답한 직장인 10명중 4명은 본인 소유 차량이 없다고 하였다. 특히 20대 직장인은 40% 정도만이 자기 소유의 차가 있었다.

이렇게 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동의 문제를 해결할까? 평소 출퇴근은 대중교통수단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여 여행을 하는 니즈가 가끔은 있지 않을까?

그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자동차 공유 서비스이다. 그린카는 시작한지 2년만에 회원 10만명을 모았다고 한다. (http://economy.hankooki.com/lpage/industry/201312/e2013121518121470280.html)

이렇 듯이, 소비자는 공급자의 사업모델 범위 안에서만 대안을 찾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시각에서 본 시장은 보통 훨씬 범위가 넓다.

모델간 경쟁, 모델내 경쟁

이런 현상은 자동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너무 쉬운 예겠지만, 카메라나 시계는 이동전화와 경쟁한다.

손해보험? 규제기관의 분류만 다를 뿐, 생명보험 회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판다. 전통적인 ‘계’도 있다. 소비자는 보험회사가 아닌 금융회사들의 투자, 저축 상품도 머릿속에 함께 비교한다.

같은 사업모델을 가진 경쟁자끼리의 경쟁을 모델내 경쟁(intra-model competi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경쟁’이라고 할 때에는 모델내 경쟁을 의미하고, 경쟁사라고 하면 같은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을 얘기한다.

서로 다른 사업모델을 가졌지만, 같은 종류의 고객니즈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모델간 경쟁(inter-model competition)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업은 좁은 의미의 경쟁인 모델내 경쟁뿐 아니라, 모델간 경쟁도 한다. 사업모델은 고객의 입장에선 자신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고 해결책이다. 심지어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고 나 스스로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이런 모델간 경쟁, 또는 고객 관점에서의 시장 구조는 기업의 업무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다.

1. 최소한 1년에 한번 이상 공식적으로 고객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 연간 사업계획이건, 전략 워크샵이건, 최소한 1년에 한번은 기업의 리더들이 모여서 소비자 관점의 시장과 모델간 경쟁 현황을 공유하여야 한다.

2. 최고경영자는 고객의 동일한 니즈를 해결하는 다른 사업모델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좋다. 관련 뉴스나 동향을 알고 있어야 한다. 1년에 한번만 듣다가는 새로운 위협이나 기회를 놓치기 쉽다.

3. 뭔가 새로운 모델과 관련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TF팀을 만들어서 좀 더 심층적인 연구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도 직접 해야 할 사업일 수도 있고, 또는 그 사업모델과 우리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팀은 작아도 되기 때문에, 이런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

4. Self-service가 대안인 사람이 많은 경우, 즉 상업적으로 제공되는 모델을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면, 어떤 사업모델이 그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주중에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출퇴근하지만 가끔씩은 레저 목적으로 차를 운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좋은 해결이 된 것처럼, non-consumption 상태의 고객이 많이 있다면 그것은 미개척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방어적으로 나타나는 신모델에만 대응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

고객은 공급자처럼 시장을 보지 않는다. 그들의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글: 장효곤
출처: http://goo.gl/VFU6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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