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0] 저도 세 아이의 엄마예요, 맥닐의 캐시 위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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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시 이해관계자와 유사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회사 대변인을 맡게 되면 커뮤니케이션 성공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그래서인지 기업들은 특정 위기와 연관 있는 임직원들을 커뮤니케이터로 활용하려고 애쓰곤 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기분 나빠할 광고로 곤경에 빠졌던 제약사 (McNeil). 이 회사에선 세 아이를 키우는 마케팅 부사장이 나섰다.

2008년 11월경 미국 유명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중 하나인 맥닐(McNeil)사가 그들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광고 한 편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광고명은 ‘Wear the Baby(아기 안고 다니기)’였다. 그 내용은 대략 어린 아기를 앞이나 옆으로 안고 다니는 많은 엄마가 경험하는 어깨와 허리 등의 통증에 자사의 진통제 모트린(Motrin)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광고가 공개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맥닐사는 충격에 빠졌다. 그 광고의 주 타깃인 아기 엄마들이 보았을 때 기분 나쁜 내용들이 있다는 피드백들이 온라인상에서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광고 속에서 아기들이 마치 짐짝인 것처럼, 엄마들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인 것처럼 표현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 엄마는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의견을 표현했다 “모트린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의 소중한 아이가 나에게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비판 의견들은 블로그, 트위터, 각종 온라인 포럼 등을 통해 퍼져 나갔고 결국 며칠 만에 맥닐은 자사 홈페이지와 소비자 이메일 그리고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사려 깊지 못한 광고를 했고, 당장 홈페이지와 여러 공식 온라인 채널에서 해당 광고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광고에 대한 엄마들의 반응을 보고 ‘일부 지나치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하지만 맥닐사는 광고의 주요 타깃 중  일부라도 광고를 보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해당 광고는 좋은 광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이에 대한 상황 분석과 대응은 빨랐고 과감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그들의 생각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다. 그 핵심 타깃도 물론 엄마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모트린 부문의 마케팅을 총괄하며 이번 광고를 결정했던 부사장 캐시 위드머(Kathy Widmer)가 중요한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수행했다. 아기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는 아주 적극적이고 공격적이 되는 엄마들의 특성으로 인해 여러 엄마가 맥닐의 광고를 책임지고 있는 부사장 캐시에게 여러 통의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 회사 실무임원으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하지만 캐시 부사장은 화나 있는 엄마들 한 명 한 명에게 친절하게 이메일로 답신을 보내 주었다. 그 내용에는 사려 깊지 못했던 광고 결정에 대해 사과하고, 엄마들의 피드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핵심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그중 엄마들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이야기는 ‘(캐시 부사장) 나 자신도 어린 세 딸을 키우는 엄마’라는 사실이었다. ‘실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인 제가 다른 엄마들을 기분 나쁘게 할 의도가 있었겠는가? 그러니 넓은 이해를 구한다’는 느낌을 여러 엄마들에게 공유해주었던 것이다.

우리 기업들을 돌아보자. 위기 시 회사 이메일로 쏟아져 들어오는 고객들의 항의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응답하려는 임원들이 얼마나 있을까? “고객 불만 처리는 고객관리센터의 업무이지 않나? 왜 마케팅 수장인 내가 광고 실수 하나 때문에 이처럼 수많은 이메일 하나하나에 굽실거리며 용서를 구해야 하지?’ 같은 해당 임원의 개인적 불평에 회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 것인가?

평소 기업 내에서 공유하고 있는 철학이 엄중한 위기를 관리하는 법이다. 누구도 나서라 하지 못하고,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을 때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들며 이해관계자들과 성실히 대화한 임원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얼핏 단순한 위기대응이라 생각하겠지만, 현장 실무자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라 할 것이다. 책임과 실행이 다른 곳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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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 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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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전용민
출처 : http://goo.gl/bBbZ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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