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모바일 상품권 4사에 ‘레드카드’를 던지다

최근 카카오 선물하기를 이용해 보신 분 있나요?

카카오선물하기를 자주 이용하신 분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셨을 텐데요.

판매하는 상품이 지난 1일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카카오가 기존의 상품권 판매자였던 SK플래닛(기프티콘), KT엠하우스(기프티쇼), CJ E&M(쿠투), 윈큐브마케팅(기프팅)와 계약연장을 포기하고, 직접 판매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카카오가 직접 계약한 상품들만 노출됨에 따라 기존에 판매되던 상품수가 확 줄어든 것이죠.

그런데 왜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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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도로 성장한 모바일 상품권 시장

미래창조과학부에 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 모바일 상품권 시장규모는 283억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카카오가 ‘선물하기’서비스를 시작하며 2011년에는 606억원 시장으로 커졌고, 2012년 1063억원, 2013년 1413억원까지 성장합니다.

SK플래닛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이 중 90% 이상이 카카오톡 내에서 유통 된다고 합니다. 카카오가 모바일상품권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자료=다음커뮤니케이션 증권신고서 07.02)
(자료=다음커뮤니케이션 증권신고서 07.02)

그런데 시장이 커지면서 문제점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뚜렷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자들은 2~3개월의 짧은 사용기간을 보장하는 상품권을 팔기 시작했고, 환불은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상품판매업자, 상품권판매자, 결제대형업자, 카카오 등- …고객센터는 통화도 안 되는 등등 고객들의 불만도 커졌습니다.

 

미래부의 모바일 상품권 사용기간 권고안.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것도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사진=미래부)
미래부의 모바일 상품권 사용기간 권고안.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것도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사진=미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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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지난해 생일 날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케이크만 4개를 받아, 결국 하나를 못 먹었던 쓰라린 기억이 ㅜㅜ

참고로 환불의 책임은 ‘상품권’을 판매한 상품권 판매자, 즉 ‘발행자’가 진다는 것이 미래부의 ‘모바일 상품권 환불 가이드라인’에 나와있습니다.

0% 마진이 10%로 바뀌는 신비한 사업

그런데 이 시장 업계 관계자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재밌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상품권 판매업자가 0%마진으로 상품권을 판매해도 결국에는 5~10% 정도의 이윤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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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을 선물 받고도 상품과 교환하지 않아 ‘공돈’으로 남게 된 미환급금 때문입니다.

경실련, 미래부,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약간씩은 차이는 있지만 모바일 상품권의 5~10% 가량이 상품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미환급금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됩니다.

상품권 판매사가 이득을 취하는 거죠.

조금 길게 설명을 하자면..

우선 상품권판매자가 1장에 1만원짜리 상품권 10매를 팔면, 상품권사업자는 10만원을 손에 쥐게 됩니다.

현금 확보 우왕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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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카카오이나 결제사에게 일부 수수료를 때주고, 제휴사와 상품 판매에 대한 정산을 합니다.

마법은(!) 정산할 때 일어납니다.

만약 10장의 상품권을 팔았는데, 9장밖에 안돌아 온다면?

상품권 판매자는 9장에 대한 정산만 제휴사와 하면 되고, 나머지 1장에 대한 이익은 고스란히 남습니다.

결국 고객에게 현금을 받은 쪽은 결국 ‘상품권판매사’고, 사용하지 않은 상품권을 환불해주지 않는 이상 결국 그돈은 상품권 판매자에 수중에 있기때문이죠.

복잡한 거래 과정 중 위 설명같은 마법이 펼쳐진다(사진= 1차출처 미래부, 2차 출처 뉴스토마토)
복잡한 거래 과정 중 위 설명같은 마법이 펼쳐진다(사진= 1차출처 미래부, 2차 출처 뉴스토마토)

이 같은 상황에 정말 소비자들이 빡(!) 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종이상품권(5년)에 비해, 그동안 턱없이 짧은 사용기간(2~3개월) 때문에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다가 못쓰는 상품권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 비율이 제가 앞서 말한 5~10%였으며, 이는 ‘미환급금’으로 그대로 사업자의 부당이윤으로 남은 셈입니다.

그럼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나? 

카카오는 ‘카카오 선물하기’ 내에서 판매된 상품권 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왔습니다. 구매자가 제대로 상품권을 쓰던 안 쓰던, 중간 수수료를 받아온 셈입니다. 뭐 결제 PG사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카카오는 2012년 공정위 시정조치, 2013년 국정조사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그 동안 사업을 계속 진행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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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시대에 환불도 제대로 안되는 상품 판매를 묵인했던 플랫폼으로서 분명히 책임이 있죠.

박지호 경실련 간사님은 “카카오톡 플랫폼에 의존해 기존 업체들이 오랜 시간 소비자 불편을 야기하고, 문제점을 고치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플랫폼 사업자로서) 카카오도 기존 사업체들과 원만히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책임이 있다”고 정리해 주셨습니다.

사업자 위의 플랫폼, 플랫폼 위의 고객

올해 초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고자, 사업자들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조만간 표준거래약관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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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플랫폼’ 카카오의 움직임은 미래부 보다 빨랐습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말 판매자였던SK플래닛, KT엠하우스, CJ E&M, 윈큐브마케팅 등에게 계약 연장 불가 방침을 통보합니다.

상품권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임대료 받아먹던 건물주인이 계약 연장을 안 해준 꼴로, 충분히‘쫓겨났다’고 표현할 수 있을 상황입니다.

반대로 카카오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카카오 선물하기’는 가장 대표적인 카카오의 모바일 전자상거래 모델입니다. 

또 게임, 광고에 이어 3번째 매출원이기도 하며, 옥션, 지마켓, 11번가, 쿠팡, 티몬, 위메프, 배달의 민족, 요기요, 시럽 등등 수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이죠.

그런데 이런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악덕업주’로 찍힌다면? 장기적으로 수익악화는 물론 플랫폼으로서의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이에 단호하게 4개 회사에게 ‘레드카드’를 선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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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이기는 플랫폼 없고, 플랫폼 이기는 사업자가 없는 셈이죠.

어제 오늘, ‘카카오가 쫓아냈다’는 여론이 많이 확산되기도 했지만… 정말 여론전을 하려고 했으면 사업자들은 ‘고객의 편익을 위해서 플랫폼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카카오가 주장할 여지를 주면 안 됐습니다.

카카오가 미사용 상품권에 대해 전체 금액의 90%(운용수수료로 10%는 제외)를 자동 마일리지로 쌓아주는 카드를 꺼내며, ‘고객최우선’ 논리를 폈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게 사실이죠. 

그 동안 공짜로 먹은 게 있으니…”카카오가 강제로 쫓아냈다”란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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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근이 부릅니다. “있을 때 잘해”

그럼에도 카카오의 결정은 아쉽다

하지만 카카오도 이번에 4곳의 협력사를 한꺼번에 정리한 것은, 플랫폼 사업자의 두 얼굴(고객이 모일 때까지는 양, 모이고 나면 폭군)이 나왔다는 비판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만한 조치였습니다. 

올해들어 사업자들은 늦었지만 미래부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환불 시스템도 정비하겠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카카오에 전달했지만..카카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 중소사업자의 경우 카카오 매출의존이 90%가 넘어간다고 하는데…

이건 누가 봐도 가혹하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힘듭니다.

또 카카오는 기존 상품권 판매 사업자들을 위해 “개편과 더불어 다양한 상품 공급 및 교환권 사업자를 대상으로 ‘선물하기’ 입점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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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입니다.

기존 상품권 판매자가 상품제공자와 계약을 맺어 상품과 서비스 판매권리를 획득하고, 카카오는 이에 대한 상품권을 판다는 이야기인데 -_-;;;;

이게 과연 될까요? 저라면 안 할 것 같은데요 -_-;;;;

정말 고객만 바라봤다면, 고객 응대가 정말 안 좋았던 1~2곳만 퇴출시켜 강력하게 사업자들에게 경고를 주고, 나머지는 계속 사업을 영위하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초기에는 사업 확장을 위해 파트너사의 과도한 영업을 눈감았고, 이후 시장이 커지자 카카오가 먹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아닐까요?

글 : 최용식
출처 : http://goo.gl/PHPB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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