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7편]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쏘리’, 여성용품사 O.B.

고객들이 화가 났다. 불매운동을 하겠다 한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철회하라 주장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이해해달라 이야기한다.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아주 독특하게 전달한 기업이 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며 로맨틱한 사과로 성난 고객들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든 여성위생용품 회사 o.b.의 이야기다.

2010년 9월. 미국 존슨앤존슨의 여성위생용품 브랜드 o.b.는 고객들이 놀랄만한 갑작스러운 발표를 하게 된다. 북미에서 인기를 누리던 탐폰형 여성위생용품 o.b. 제품 라인들 중 울트라(Ultra)라고 불리는 제품 라인 하나를 더 이상 생산 판매하지 않겠다는 발표였다.

워낙 인기를 끌던 브랜드였기 때문에 ‘울트라’ 제품을 더 이상 생산 하지 않겠다 발표한 o.b. 회사에 대한 여성 고객들의 불평이 생겨났다. 온라인에서 여러 고객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o.b.회사를 대상으로 다시 울트라 제품을 만들도록 압력 넣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온라인 청원이 시작되었다.

고객들은 o.b. 회사에게 다시 울트라 제품을 생산 판매하지 않는다면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며 강한 입장을 표명했다. 각종 블로그나 여성 커뮤니티들 그리고 캐나다와 미국의 언론들에서도 이런 고객들의 불 같은 반응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이런 온라인 공중들의 보이콧 운동을 ‘걸코트(girlcott)’라고 부르기 까지 했다. 대부분 보이콧에 나선 사람들이 o.b.의 여성고객들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o.b.사는 이런 고객들의 성난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들의 특성과 주장을 꼼꼼히 살피며 어떻게 의사결정 해야 할까 고민했다. o.b.사는 단종된 ‘울트라’ 제품이 고객들간에 기존 4달러에서 140여달러까지 오른 가격으로 호가되는 것에 주목했다. 또한 미국 일부 매장에서는 다른 o.b. 제품들까지 매진 되어 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의미는 고객들이 o.b.를 단순히 미워하기 보다는 사라지는 제품에 대해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 했다.

o.b.사 모기업인 존슨앤존슨의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이사 쉘리 코헛(Shelley Kohut)은 언론을 통해 “우리 고객들에게 개인적인 사과를 보내도록 하겠다. 고객들은 곧 우리를 용서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코헛 이사가 이렇게 자신 있게 내놓은 사과방식은 여성 고객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o.b

‘트리플 쏘리(triple sorry), 즉, 세 번 미안해요’라 제목 붙은 뮤직비디오를 소개한 것이다. o.b.사는 이 특별한 사과를 위한 온라인 사이트를 열어 성난 고객에 맞섰다. 이 뮤직비디오는 잘생긴 남성 가수가 출연한다. 그 가수는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그랜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용서해달라’는 가사의 멋진 로맨틱 발라드를 부른다. 얼핏 보면 별 특별한 것이 없는 사과의 노래였다.

하지만, 그 사이트에서 특별함이 커뮤니케이션 되었다. o.b.사의 울트라 제품 단종에 불만이 있거나, 다른 제품도 단종 될까 두려워하는 충성 고객들이 하나 둘씩 그 사이트로 몰려 들었다. 각각의 여성 고객들은 그 뮤직비디오를 보기 전 자신의 이름을 입력해야 했다. 그 후 뮤직 비디오가 시작되면 아름다운 발라드가 연주되는데 그 노래 악보 제목이 자신의 이름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가사도 자신의 이름으로 바뀌어 그 가수가 자신의 이름을 애끓게 불러댄다. 그 멋진 가수가 자신에게 직접 사과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형식이다. 뮤직비디오의 배경에서도 열기구 풍선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남자 가수의 팔뚝에 새겨진 타투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완벽하게 개인적인 사과를 전달받은 것이다.

다운로드마지막으로 ‘미안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o.b. 제품 구매용 쿠폰을 다운받을 수 있게 배려한 것도 백미였다. 많은 여성 고객들은 o.b.사의 이런 고급 기술(?)을 가미한 개인적 사과에 입 꼬리가 올라갔다. 화를 내며 불매 엄포를 놓던 고객들이 하나 둘 자신을 향한 사과 노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결국 o.b.에 대한 걸코트(girlcott)의 기세가 꺾이며 사라져 버렸다. 고객들은 다시 각지 매장에서 다른 o.b. 제품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 케이스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o.b.사가 위기 상황을 아주 정확하게 바라보고 고객들의 취향과 특징을 평소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고객 컴플레인의 큰 뿌리를 잘 분석했고, 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아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선택했다. 단순히 대표이사나 임원이 언론 앞에 나와 고개를 숙이고, 보도자료를 내서 고객들의 이해를 구하는 방식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일부 국내에서도 ‘위기를 창조성(creative)으로 대응 극복해 보자’는 시도가 있다. 하지만 위의 케이스에 있어 ‘창조성’에만 주목 하고 기업들이 이를 섣불리 따라 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o.b.사는 아주 신중한 ‘들여다 보기와 듣기 그리고 고객의 편에서 생각해 보기’라는 프로세스를 거쳐 힘든 결정을 했다. 해당 위기를 가볍게 보지도 않았다. 즉, 위기관리에 있어 창조성을 발휘하려면 내적으로 극도의 신중함과 심각함이 필히 전제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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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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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OuoQ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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