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7편] 나침반을 읽고 투명하게 결정했다, 한화 이글스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이 있듯 오래 전부터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는 나침반이 있었다. 바다나 사막에서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아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시 기업에게도 나침반은 꼭 필요하다. 여론의 나침반을 읽는 체계를 만들어 놓은 기업은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어렵고 혼돈스러운 시기. 여론을 읽어 성공했다. 한화 이글스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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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012년부터 내리 3년 동안 정규시즌 꼴찌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응용 감독이 사퇴하면서 만년 꼴찌팀을 재건할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한화 이글스는 팀을 잘 아는 코치 중에서 내부 승진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소위 ‘보살팬’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의 충성도 높은 팬들의 목소리를 청취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한화 이글스는 한화그룹과 함께 온라인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그리고 오프라인 상에서 결집되는 한화 이글스 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청취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가 모니터링을 하는 동안 오프라인과 일부 언론에서는 ‘가짜 뉴스’가 떠돌았다. ‘대전 모 호텔에서 김성근 감독을 봤다’, ‘김성근 감독 지인이 대전에서 집을 알아봤다’, ‘김성근 감독이 김승연 한화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이 돌면서 김성근 감독 영입에 대한 바람들이 기사화 되었다.

본사 앞에서 시작된 1인 시위에도 한화 이글스는 예의 주목 했다. 서울 한화 본사 앞에서 ‘한화 팬, 7년의 한. 회장님(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성근 감독 영입으로 풀어주세요’라고 적은 피켓을 든 1인 시위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에서는 다음 아고라의 인터넷 청원이 모니터링 되었다. ‘한화의 모든 팬들에게 바랍니다. 제10대 감독은 김성근이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인터넷 청원은 김성근 감독 영입을 간절하게 주장했다. 댓글 게시판에는 수백 건의 찬성 의견들이 달렸다. SNS에서도 압도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도 한화 이글스 팬들의 희망을 담은 동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10월 23일에는 한화 이글스 팬들이 유튜브에 ‘한화 이글스 10대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입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은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게시판과 각종 야구 관련 사이트, 인터넷커뮤니티 게시판,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어 이틀 만에 12만 뷰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한화 이글스는 그룹 차원의 모니터링팀과 내부적으로 팬심을 분석한 결과 김성근 감독이 가장 팬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의견을 모았다. 이 보고를 받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결국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한화 이글스를 재건하기 위해 김 감독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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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사장과 단장이 25일 계약서를 들고 김 감독을 찾아갔다. 김 감독은 그 다음날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에 한화팬들은 환호했다. 구단주가 현장에 대한 간섭을 하지 않는 게 전통인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의 영입 결정을 불투명하게 진행하기 보다 빠르고 깨끗하게 처리 해 팬들과 성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팬들 사이와 일부 보도에서는 김 회장이 직접 김 감독에게 영입 제안 전화까지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에 대해 엄청난 감사와 결정에 대한 팬들의 지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와 그 또한 각각이 모니터링 되었다. 팬들의 여론을 모니터링 해 분석 후 의사결정에 정확하게 반영한 내부 체계와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전 몇몇 구단의 감독 선임 사례들과 비교하여 전문가들은 프로야구계에 팬들의 영향력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구단 최고의사결정자들에 의해 결정되던 감독 인선이 팬들의 여론을 감안하게 되는 감독 인선 스타일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일방향적인 의사결정에서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단과 팬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위기 시 많은 기업들은 전문가들에게 헤쳐나갈 길을 찾곤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얻어야 하는 하는 것은 해당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이해관계자 여론의 내용과 방향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은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과 SNS 그리고 여러 핵심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여론분석에 많은 투자와 인력들을 투입한다. 구조적인 체계화를 통해 이를 일상화, 자동화, 신속화, 전문화 해 놓은 기업들도 많아졌다.

리스닝(듣기) 없이 위기를 올바로 관리해 성공하는 것은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다행히 여러 미디어 덕분에 더욱 가시적이고 세부적으로 여론을 읽을 수 있는 훌륭한 나침반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를 충분히 읽고 활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 성공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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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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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Rs4z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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