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과하이드] 지킬편 :: 우연을 기회로 전환하기

우연을 기회로 전환하기

예상하지 못한 성공은 경영자의 판단력을 시험하는 도전

전쟁에서 모든 것은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가장 간단해 보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들이 모여 전쟁을 경험해보지 않은 자는 알 수 없는 전장의 마찰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마찰은 우연과 맞물리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 세계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

  • 칼 폰 클라우제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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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욕 백화점 ‘메이시’와 ‘블루밍데일’이 직면한 우연(chances)

1950년대 초반 당시 뉴욕 최대의 백화점이었던 메이시(Macy’s)는 폭발적인 가정용품 판매량의 증가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기존의 추세는 패션상품 매출이 70%를 유지하는 가운데 나머지 상품들이 꾸준한 판매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2차대전후 소비심리의 변화로 가정용품 판매가 60%까지 신장된 것이다. 이에 회장이었던 R. H. 메이시는 가정용품 판매를 줄이고 다시 패션상품 판매가 상위에 오르도록 갖가지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그리고 예측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현상에 당황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일어난 변화는 당시 뉴욕 백화점계에서 4위에 머물던 블루밍데일이 일약 2위까지 치고 올라선 것이다. 이들은 가정용품 판매의 증가를 중요한 징후로 판단하고 이후 백화점 주력 사업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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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연을 기회로 전환하라! 미 육군 야전교범 3-0, [작전]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 “FM 대로 해”가 있다. 규정대로, 제대로 하라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은 미 육군의 Field Manual, 우리말로 하면 야전교범이다. 미 육군이 작전,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 만든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 중에서도 기준이 되는 ‘기준교범’이 있다. FM 3-0, [작전(Operations)]이다.
[작전]은 ‘우연’을 자연스러운 전쟁의 속성으로 본다. 우연에 대처할 수는 있어도 이를 제거할 수는 없다고도 적고 있다. 예상치 못했다는 측면에서 위기이고, 이를 극복하면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회이기도 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작전]에서는 우연으로 인해 증대되는 마찰, 복잡성,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여 제시하고 있다.

셋째는 믿을 수 있는 기술의 보유이다. 이것은 이전의 [작전] 버전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군사과학기술의 첨단화로 무인항공기(UAVs)와 같은 수단이 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넷째는 시기적절하고 정확한 정보이다. 군사분야에서의 정보는 아무리 훌륭해도 시기를 놓친 정보는 ‘죽은 정보’로 간주하며 아무리 믿을만한 것이라도 지휘관의 판단을 느리게 하는 정보의 홍수는 없는 것이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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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연에 대처하는 방식 : 위험인가 기회인가

[작전]의 내용을 참고하여 뉴욕의 두 백화점이 우연에 대처한 방식을 분석해보자. 이 둘은 자신들의 앞에 닥친 우연(chances)을 처리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었다. 메이시 백화점이 갑작스런 가정용품 판매의 증가를 위험한 현상으로 보고 이를 회피하려고 했다면 블루밍데일은 이를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가정용품 판매의 증대를 중요한 징후로 보고 즉각 분석하여 대응책을 내놓은 블루밍데이와 달리 메이시는 이것을 이상한 예외적 사태 정도로 밖에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메이시 백화점이 별다른 변모의 움직임 없이 갈팡질팡할 때, 블루밍데일 백화점은 소매 구조를 패션용품 중심에서 가전용품 중심으로 재빠르게 전환했다. 1950년대 가전용품 판매붐과 함께 블루밍데일은 뉴욕에 지점을 확장하고 가구전문점을 열었으며 동시에 디자이너 브랜드 가방 판매와 같은 새로운 시도를 했으나, 기존의 전통을 지키기 급급했던 메이시 백화점은 그 자리에 정체되어 한 때 부도의 위기까지 겪어야 했다.
메이시 회장은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필요한 경영자로서의 결단력을 제때에 발휘하지 못했다. 이 같은 판단착오들이 그 후 20년 동안 메이시를 퇴보시켰다. 이전과 같은 명성을 다시 되찾은 것은 1970년대에 새로운 경영자가 나타난 이후였다.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위대한 혁신’에서 우연과 기회의 상관관계에 대해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성공은 경영자의 판단력을 시험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중략)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기회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의 보고 시스템이 그런 사실에 대해 경영자가 주의를 기울이도록 경종을 울리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징후나 현상을 잘 알아차리기 어렵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중략) 예상하지 못한 성공이 가져다주는 혁신의 기회를 잡으려면 분석을 잘해야 한다.

고수는 극에 달하면 서로 통한다고 했는데 역시 그렇다. 전쟁을 헤치고 나온 미 육군과 현대 경영의 마스터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의 우연에 대한 통찰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참고문헌 : 피터 드러커 / 권영설, 전미옥 역,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 (서울 : 한국경제신문사, 2006). US Army, Field Manual 3-0, [Operations]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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