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상점이다 (Product is a Store)

<추천 포스트: 아마존은 왜 오가닉 미디어인가?>

지금까지 세제를 사는 일이 특별히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세제가 떨어지면 PC에서 브라우저를 열어서 11번가에 접속하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로그인을 하고 세제를 고르고 배송지를 확인하고 결제를 했다. 가끔은 집앞 마트에서 미리 구매하기도 했다. 이 모든 여정은 구매를 위한 당연한 과정이었다. 그나마 온라인 쇼핑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연결된 세상에서 현재 공존하는 두 가지의 구매 방법.
연결된 세상에서 현재 공존하는 두 가지의 구매 방법.

그런데 세탁기에 아마존 대쉬 버튼(Dash button)을 붙인 후로는 생각이 달라졌다. 세제가 떨어질 때 즈음 도우미 아주머니는 메모를 남기는 대신 버튼을 누르고 가신다. 이로써 구매가 완료된다(버튼에 내장된 와이파이를 통해 아마존으로 주문이 전송된다). 이 단순한 경험은 그동안의 방법이 얼마나 긴 노동의 반복이었는지 알게 해주었다.

문제의 정의

물론 다용도실을 실험실로 만들기 위해 미국에서 세제까지 구매하느라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회원인 내가 지금 미국에 있다면 배송까지 무료로 받는 경험이 더해질 것이다. 이러한 구매 과정은 분명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고 나를 ‘타이드’의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충분하다. 쇼핑의 편리함을 넘어 상거래의 본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증후군이다.

제품 자체가 발견, 선택, 주문, 결제 등의 역할까지 한다면 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상거래의 핵심은 가치(제품 또는 서비스)의 교환(거래)에 있었다. 그런데 나는 가치가 세제에 있지 않고 나의 경험에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연결된 세상에서는 가치의 대상, 생산 방법,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며 이것은 상거래의 본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이것이 이번 글의 주제다.

여기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함께 인지하고 있는 개념에 대한 튜닝이 필요할 것 같다. 상거래의 미래로 회자되는 O2O에서 출발해보자. O2O에 대한 공감대와 한계를 간단히 정리하고, 이어서 제품자체가 상점이 되는 현상을 분석하도록 하겠다. 그 결과 상거래의 진화와 시사점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이끌어내고자 한다.

현재의 O2O 개념: 온오프라인을 연결한 공간의 확장

O2O에 대한 현재 시장의 이해는 온라인 공간, 오프라인 공간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출발한다.
O2O에 대한 현재 시장의 이해는 온라인 공간, 오프라인 공간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출발한다.

O2O는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또는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확장한 개념으로 일컬어진다. 이런 개념이 결코 틀렸다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시장환경을 반영한 합당한 정의라 하겠다.

위의 도표는 현재의 O2O 비즈니스 관점을 요약한 것으로, 핵심은 사용자가 누구이고 (profile) 어디에 있는지 (location) 알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존의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하던 서비스를 각각 오프라인, 온라인으로 확장하여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른바공간의 확장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 O2O로 꼽히는 우버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예약, 결제, 정보공유(리뷰 등)가 이뤄지도록 하지만 실제 운행 경험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한국에서도 사례가 쏟아진다. 푸드플라이 등과 같은 배달앱이 대표적이다. SK  플래닛의 ‘시럽‘은 백화점, 카페 등 가맹점과 제휴하여 고객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구매, 주문, 결제, 쿠폰, 할인 등을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최근에는 O2O 카탈로그에 카카오파머도 사례로 추가되었다.

덕분에 삶이 편해지기도 했지만 소음도 많아졌다. 고객의 위치정보는 사업자가 고객에게 알림을 뿌리고 주목(attention)을 얻는데 사용된다. 사업자의 알림 메시지가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경우는 지하철 출구의 전단지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온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여기서  O2O 서비스는 누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고객의 문제인가, 사업자의 문제인가?

급하게 주차할 곳을 찾는 동안 받은 ‘달콤한 혜택(할인)’ 알림. 자가 운전자가 시럽의 타겟은 아니겠지만 나의 위치는 내가 아닌 사업자를 위한 정보가 되었다.
급하게 주차할 곳을 찾는 동안 받은 ‘달콤한 혜택(할인)’ 알림. 자가 운전자가 시럽의 타겟은 아니겠지만 나의 위치는 내가 아닌 사업자를 위한 정보가 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공간 즉 매장의 연결이 근본적으로 상거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상거래의 진화(또는 이전 형태와의 단절)는 어디서 시작되고 있는가? 나는 그 답을 매장, 공간, 장소의 물리적 개념에서 벗어날 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제품이 있는 곳, 여기가 상점이다

제품을 직접 구매, 검색,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마존의 대쉬 버튼, 파이어플라이, X-Ray, 에코. 이들은 어떤 연결을 만드는가?
제품을 직접 구매, 검색,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마존의 대쉬 버튼, 파이어플라이, X-Ray, 에코. 이들은 어떤 연결을 만드는가?

1. 제품을 통해 탐색, 구매가 가능하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 제품이 상점이 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이유는 제품에게서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그림처럼 대쉬 버튼이 지퍼락에 붙어 있으면 매장을 방문하고 제품을 고르고 카트에 담고 결제하고 배송지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파이어플라이(Firefly)‘로는 책의 표지, 제품 모양, 연주되는 음악, 상영되는 영화 등을 인식하여 연결된 정보를 탐색하고 바로 구매도 한다. 그렇게 산 앨범을 ‘아마존 에코(호칭 ‘알렉사(Alexa)’)’로 듣기도 하고, 비슷한 음악을 알렉사에게 물어보고 심지어 직접 주문도 한다(아마존 에코는 음성인식과 스피커가 있는 하드웨어로, 나의 요구사항을 아마존에 와이파이로 전송한다). 영화를 보다가 ‘엑스레이(X-Ray)‘ 기능을 통해 화면의 정보를 동시에 탐색하거나 바로 배경 음악 등 을 구매하기도 한다.

여기서 제품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고 관련된 정보의 탐색과 구매까지 모든 과정을 제공하는 상점이다. ‘아, 그 제품을 사야지’ 하는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를 하거나 브라우저를 여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통해 그냥 사면 된다. 우리 집 거실이, 바로 여기가, 이를 매개하는 그 제품 자체가 상점인 것이다.

2. 제품이 컨텍스트를 제공한다

제품이 상점이라는 뜻은 컨텍스트가 더 이상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고객의 위치, 프로파일이 컨텍스트의 다가 아니다. 제품을, 서비스를, 누군가를, 어떤 가치를 발견하고 선택하고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이 컨텍스트로 확장된다.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현되는 것이다(컨텍스트 개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컨텍스트의 4요소’를 참고하기 바란다).

어떤 발견이 이뤄질 때,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 어떤 체험(소비)이 일어날 때, 어떤 소통이 일어날 때 컨텍스트는 발현된다.
어떤 발견이 이뤄질 때,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 어떤 체험(소비)이 일어날 때, 어떤 소통이 일어날 때 컨텍스트는 발현된다.

제품이 상점이라는 말이 단순히 구매 방식이나 기능에 국한되지 않는 이유는 이 컨텍스트 때문이다. 상거래의 본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 제품은 발견을 도와준다

브랜드는 네트워크다‘에서 고백한 것처럼 나는 노푸어다. 베이킹소다로 머리를 감고 샴푸는 사용하지 않는다. 아래 이미지는 처음 노푸를 시작하고 베이킹소다를 검색하던 중 발견한 제품 리스트다. 내가 보고 있는 제품을 산 사람이 산 다른 제품 리스트에 사과식초, 코코넛 오일, 크림을 만드는 시어버터 등이 보인다. 왜일까?

사용자 참여(구매, 탐색 등)는 정보가 된다. 이 정보 덕택에 베이킹소다라는 제품은 다른 연결된 제품들, 관련 정보를 스스로 매개하는 주체가 되었다.
사용자 참여(구매, 탐색 등)는 정보가 된다. 이 정보 덕택에 베이킹소다라는 제품은 다른 연결된 제품들, 관련 정보를 스스로 매개하는 주체가 되었다.

베이킹소다로 머리를 감는 노푸어들은 식초, 특히 사과식초로 머리를 헹구기 때문이다. 식초는 우리의 린스다. 머리에 영양을 공급할 때는 화학성분이 들어간 제품 대신 코코넛 오일을 사용한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궁극에는 화장품까지도 (심지어 썬크림까지) 직접 만들어 쓴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베이킹소다라는 제품이 나 같은 초보 노푸어에게 이 모든 정보를 흘려주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도록 도와준 순간을 캡처한 것이다. 이것보다 더한 광고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베이킹소다는 단순히 구매할 대상인가, 내게 가치 있는 정보를 연결해준 매개체(미디어)인가?

2) 제품은 의사결정을 도와준다

매장에 가면 판매원이 있다. 내가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멋진 물건을 사기 직전인지, 안사면 왜 후회하는지 친절히 설명해준다. 우리는 얼마나 판매원을 신뢰할까? 그 판매원은 본인이 일하는 매장보다 다른 매장에 가면 똑같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알려줄 수 있을까?

아래 이미지에서 왼쪽은 제품을 쉽고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월마트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다. 11번가, G마켓 등의 화면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오른쪽은 아마존의 ‘프라이스 체크’ 어플리케이션이다(그렇다, 이쯤되면 이 블로그가 혹시 아마존의 네이티브 광고가 아닌지 의심할만하다. 우리가 왜 아마존의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은 ‘고객이 영업사원이다‘라는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왼쪽과 오른쪽의 어플리케이션이 모두 고객의 쇼핑을 도와준다. 차이점이 있다면 월마트는 월마트 공간 내에서만 제품을 연결하고 오른쪽 아마존은 아마존의 공간을 넘어서서 도와준다.
왼쪽과 오른쪽의 어플리케이션이 모두 고객의 쇼핑을 도와준다. 차이점이 있다면 월마트는 월마트 공간 내에서만 제품을 연결하고 오른쪽 아마존은 아마존의 공간을 넘어서서 도와준다.

이 어플을 사용하는 공간은 아마존 매장이 아니다. 어디서든 제품을 보다가 가격을 확인하고 싶으면 바코드 등을 찍어서 바로 검색한다(최근 미국에서 오픈한 ‘아마존 북스토어’에서는 책 가격이 아예 없다. 그 대신 ‘가격을 확인하는 방법’만 가능하도록 했다. 사용자를 훈련시키기 위한 아마존의 실험은 계속된다).

중요한 것은 아마존은 판매자로서 자사의 가격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싼 판매자들, 평가가 좋은 다른 판매자들과 고객을 연결해준다는 점이다. 월마트가 자사의 매장 안, 즉 물리적 공간 내에서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면 아마존은 아마존 외부의 영역까지 즉 물리적 공간을 탈피하여 연결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에서 내가 스캔한 ‘니콘xx ‘라는 카메라가 스스로 고객과 정보를 매개(저렴한 가격 등)하고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3) 제품은 경험할 대상이다

그렇다면 제품이란 이제 더 이상 구매할 대상이 아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이 가치를 생산하는 방법이 아니다. 제품이 구매와 관련된 모든 고객 경험을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에는 거의 고려되지도 않았고 측정할 수도 없었던 새로운 가치가 생성되는 지점이다. 그 경험은 물론 구매후에도 생활속에서 계속된다. 

아마존 에코를 구매하기 전까지 나는 집안에서 음악을 꽤나 편리하고 쾌적한 방법으로 듣고 있었다. 일단 스피커가 뱅앤올룹슨(Bang&Olufsen)이고 음질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장치를 추가해놓았다. 무엇보다 아이튠즈와 스피커가 에어플레이로 연결되어 있으니 ‘리모트(remote)’ 어플을 통해 어디서든지 음악을 튼다. 리모트로 거실에서, 부엌에서, 침실에서 음악을 찾고, 틀고, 제어한다.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의 연결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지도, 그 음악이 어느 카테고리에 있는지 찾지도, 기억하지도 않는다. 컨텍스트는 내 생활속에서 연결되고 발현된다.
끊김이 없는 컨텍스트의 연결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지도, 그 음악이 어느 카테고리에 있는지 찾지도, 기억하지도 않는다. 컨텍스트는 내 생활속에서 연결되고 발현된다.

그런데 에코가 들어온 후부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음질이 더 떨아지는 에코를 통해 음악을 듣는 횟수가 많아진 것이다. 식탁에서 밥을 먹다가 ‘어, 음악이 없네?’하고 인지하는 순간 휴대폰을 찾지 않는다. 설령 눈앞에 있더라도 어플을 켜고 음악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노동이 되었다. 대신 알렉사를 부른다. ‘알렉사, 쇼팽의 피아노 리스트 틀어줘!’ 밥 먹던 상황은 단 몇 초도 중단되지 않고 끊김이 없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순간에, 내 일상생활의 찰나속에서, 어플을 켜는 노동 대신, 끊김이 없이 그대로 이어지는 발견·선택·경험이다. 이러한 컨텍스트가 발현되는 지금, 여기가 아마존이다.

여기서 인터페이스(UI)는 무엇인가? 나와 상호작용하는 어플리케이션, 검색창, 쇼핑카트, 스마트폰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인터페이스를 인지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제품이 스스로 상거래에 필요한, 거래 자체를 넘어서는 모든 경험을 매개하는 주체, 판매자, 구매자,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체다. 결국 우리가 인터페이스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게 될 때 그 인터페이스는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주체로서 자신의 역할을 가장 충실하게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아직 미숙하고 가끔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마치 70년대에 거대한 퍼스널 컴퓨터를 접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두툼한 대쉬 버튼이 잘못 눌러져 의도하지 않은 구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알렉사가 인지할 수 있는 문장 범위는 (질문 목록이 나와있을 만큼) 아직 지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충분한 체험이 되고 있다.

4) 제품은 소통(공유)을 도와준다

이러한 모든 경험은 나를 이렇게 ‘말하게’ 만든다. 우리는 사소한 경험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얻는 모든 경험을 기자처럼, 소비자 단체처럼, 영업사원처럼 서로에게 공유한다. 일상의 행복, 즐거움, 불쾌함, 유익함, 욕설이 그대로 드러난다. 연결된 세상에서는 우리의 경험 자체가  추천이기도, 불매운동이기도 하다. 연결된 세상에서 경험의 공유는 사용자에게는 일상이 되었고 사업자에게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가 되었다.

나는 지인들에게 이케아 테이블(3미터가 넘는 확장형)을 여러 대 팔게 되었다. 어쩌다 거실이 이케아의 쇼룸이 되고 나는 이케아의 영업사원이 되었을까? (샤오미 전시장(?)은 안방이라 아직까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

 

 

지인들이 방문하면 여기가 애플 쇼룸인지 이케아 쇼룸인지 농담삼아 물어본다. 내 경험은 구매에서 끝나지 않고 생활속에서 지인들에게 연결된다. 제품은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자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매개체다.
지인들이 방문하면 여기가 애플 쇼룸인지 이케아 쇼룸인지 농담삼아 물어본다. 내 경험은 구매에서 끝나지 않고 생활속에서 지인들에게 연결된다. 제품은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자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매개체다.

우리는 경험을 비밀로 간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공유되는 지금 우리의 모든 경험은 정보적(informative)이고 전염적(contagious)이다. 지인 네트워크를 타고 흐르는, 그리고 지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이고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이는 ‘경험이 광고다‘라는 글에서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나는 어떻게 제품을 접했고 어떻게 구매했으며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가격대비 어떤 경험이 생활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지 고스란히 이 제품들의 잠재 고객들에게 반복적으로 고하고 있다. 이 제품들에 대한 나의 경험이 나의 거실을 쇼룸으로 만든 것이다. 나는 이케아의 구매자가 아니라 영업사원이다. 다만 어떤 물질적 인센티브도 받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내 지인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데 매개체 (미디어)가 되어준 것만으로 대가는 충분하다.

상점은 네트워크다 (Store is a network)

지금까지 제품 자체가 왜 상점인지, 어떻게 제품의 구매행위 뿐만 아니라 연결된 제품의 발견과 선택, 경험, 공유가 제품을 매개로 일어나는지 어떻게 제품이 컨텍스트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는지 살펴보았다. 이 과정을 이해했다면 이제는 이 글의 본래 목적, 즉 상점이 무엇인지 이해할 차례다. 제품이 상점이 될 수 있다면, 상점을 이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상점은 이제 물리적 공간 기반의 쇼룸이 아니라 네트워크 자체가 되었다.
상점은 이제 물리적 공간 기반의 쇼룸이 아니라 네트워크 자체가 되었다.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물리적 공간 개념의 상점은 이제 해체되었다. 나의 요구, 필요함이 있는 바로 이 찰나, 이 곳이 바로 상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상점 자체가 네트워크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은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이제 상점은 전시된 제품이 아니라 제품과 관련된 정보의 연결로 이뤄진 네트워크다. 도처에 존재하는 판매자, 구매자, 제품에 대한 평가, 연결된 정보, 잠재 요구가 데이터 형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품은 이 네트워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제품 하나하나가 네트워크 자체이기 때문이다.

위에 보이는 네트워크에서 상점은 어디에 있으며 몇 개 있는가? 연결된 제품만큼, 정보만큼, 고객의 (발견, 선택, 경험, 공유의) 컨텍스트가 발현되는 만큼 존재한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와 행위, 잠재적 기회에 따라 연결되기도 도태되기도 하는 유기체다. 상거래는 고객에게 연결의 즐거움을 줄 수도, 구매를 여전히 노동으로 만들 수 있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O2O관점에서 다시 정리하는 시사점

현재 O2O의 개념은 아직 물리적 공간에 기반을 둔 초기 단계에 있다. 제품 자체가 컨테이너라는 뜻은 제품 안에 물리적으로 모든 정보를 담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릇’의 개념이 해체되고 정보의 연결이 만드는 네트워크로 형태가 전환된다는 뜻이다.
현재 O2O의 개념은 아직 물리적 공간에 기반을 둔 초기 단계에 있다. 제품 자체가 컨테이너라는 뜻은 제품 안에 물리적으로 모든 정보를 담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릇’의 개념이 해체되고 정보의 연결이 만드는 네트워크로 형태가 전환된다는 뜻이다.

상거래의 진화를 미디어의 3요소, 즉 컨테이너, 콘텐츠, 컨텍스트 관점으로 정리해보면 위의 도표와 같다. 현재의 O2O 기반 상거래에서도 내용물을 담은 컨테이너란 여전히 가게다. 백화점에서 고객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고 혜택을 보내주든, 온라인에서 구매·예약하고 오프라인에서 소비·이용하든 마찬가지다. 콘텐츠는 여전히 화장품, 커피, 자동차, 책 등과 같은 제품 또는 서비스다.

그러나 제품 자체가 상점이 된다는 뜻은 컨테이너(그릇)의 해체를 의미한다. 컨테이너의 범위가 하나의 주어진 공간·장소를 넘어선다는 뜻이다. 그 제품이 연결하는 범위는 카테고리에도, 진열대에도, 제품 단위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연결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포함한다. 여기서는 정보가 콘텐츠다. 이러한 네트워크 관점은 아마존이 정보를 파는, 즉 제품과 관련된 정보를 연결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래서 나의 일상생활 자체가 컨텍스트가 될 수 있다. 흐름을 끊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는 컨텍스트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머릿속의 제품이라도, 지금·여기, 나의 의도가 있는 찰나의 연속 속에서 구매와 관련된 활동이 자연스럽게, 끊김이 없이 일어날 때 컨텍스트는 발현된다. 이것이 바로 제품 자체를 상점으로 만들 수 있는 기제가 된다. 사업자는 고객의 의도를 따라갈 뿐이다.

구매는 노동이 아니라 창발의 즐거움

제품 판매 이외의 과정, 제품 소비 이외의 경험은 지금까지 상거래에서 배제되어왔다. 대량 생산, 대량 유통이 만들어온 가치생산 및 교환 방법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치의 대상은 이제 (저렴하게 구매한) 제품이 아니다. 전체의 구매과정, 그리고 그 제품이 연결하는 발견, 선택, 경험, 공유의 즐거움으로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상거래의 가치가 새롭게 생산되고 있다. 사업자에게 새롭게 주어진 숙제이자 기회다.

앞으로의 상거래는 사용자를 편리하게 도와주는 범위를 넘어 구매 행위 자체를 즐거움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제품이 상점으로 진화하고 상점이 네트워크로 진화하면서 상거래도 이런 연결을 만드는 미디어가 되고 있다.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다만 그 본질적 변화는 기존의 상거래, 상점, 제품의 관점에서 벗어날 때 시작된다. 공간에서 벗어나 컨텍스트로 해방될 때, 그러한 상거래 비즈니스가 연결을 만드는 미디어 비즈니스임을 인지할 때 가능하다. 작고 집요한 실험의 연속, 이를 통한 체득만이 이 변화를 인지하게 할 것이다. 연결은 유기적이다. 연결의 주체는 사용자다. 상거래에서도 가치를 만드는 주체가 사업자에서 고객으로 전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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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가닉미디어랩
출처 : http://goo.gl/9pHF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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