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Startup] “저 오기 있어요 어디 내 제품 안쓰고 배기나 할때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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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는 제가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어요. 제 서비스니깐요. 만약 90개가 안되는 이유인데 4~5개를 제가 해결할 수 있다면 저는 합니다

자존심이 상하는 얘기를 들으면 보통 화를 내거나, 자책하거나, 여러 가지 행동으로 그 일을 잊으려는 것이 일반인들의 반응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대표들, 아니 꼭 스타트업이 아니라도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모두 이 ‘굴욕감’을 실력으로 극복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투자자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단 된다 보다 안된다를 더 많이 듣는 이들에게 실행력을 동반한 ‘오기’라는 것은 어쩌면 성공 욕구를 불지르는 원동력인 것 같기도 하다.

렌딧 김성준 대표

렌딧 김성준 대표

P2P 금융 렌딧(Lendit)의 김성준 대표도 스스로를 ‘오기’가 센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똑똑해서 무시 같은 건 안 당했을 것 같은데 ‘저도 많이 까였어요’라며 웃는다. 서울과학고, 카이스트(산업디자인), 스탠포드(석사중퇴)까지 화려한 스펙을 지닌 엄친아가 할 얘기인가 싶었지만,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 별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최근 58억 원의 후속 투자에 이어 P2P 대출 부문 1위 기업으로 이름을 알린 것을 보면 렌딧은 확실히 순항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뷰 현장에서 그가 스타트업 구루 스티브블랭크 교수의 권유로 스탠포드를 중퇴하고,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는 얘기를 들었다. 린스타트업의 창시자로부터 받은 창업 수업이야기를 시작으로 두 번의 창업 실패, 렌딧의 설립, 그리고 향후 계획까지 들어봤다.

스티브블랭크 교수의 스타트업 과목은 어떤 수업인가요?
엔니지어 245 린론치패드(Lean launchpad)란 수업인데요. 이 수업은 학생이 40명에 멘토가 40명인데 멘토가 픽사 CTO 등 실리콘밸리에서도 유명한 분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수강 경쟁률이 높아요. 교수가 승인해야 들을 수 있는 과목이고 수강 신청할 때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할 것인지를 적어 내야 해요. 그런데 첫 번째 수강 신청했을 땐 떨어졌어요.

왜요?
그때 제가 제출한 아이템이 그루폰과 비슷한 형태의 group buying 모델이었거든요. 스티브블랭크 교수 말이 이 아이템은 너무 흔하고 전 세계에서 다하겠다고 나섰던 분야인 데다 레드오션이라며 단번에 거절하시더라고요. 그리고는 물론 내가 틀릴 수는 있는데 그렇다면 네가 성공해서 자서전에 쓰면 되겠다고 까지 말씀하셨어요.

오기 생길만하네요.
왜 떨어졌는지도 몰라서 찾아 가서 물었죠. 그루폰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모델이었는데…. 어쨌든 첫 어플라이에선 떨어졌고, 계속 찾아가서 끈기 있게 설득했더니 두 번째 수강신청 때 받아줬어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제가 두 번째 창업도 실패했잖아요. 근데 블랭크 교수가 제 끈기 (persistence) 하나는 인정한다며 언젠가는 잘 될 거라는 얘기를 해줬죠.

얼마나 끈질기길래?
보통사람은 어떤 문제를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저는 좀 그렇지 않은 편이에요 첫 번째 창업이었던 2분의 1프로젝트도 그렇고, 미국 학교 다니면서 창업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래요. 공통적으로 비효율적인 문제라고 생각이 들면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오기와 자존심도 센 편이고요.

그럼 내가 생각해도 이건 심한 오기다 싶었던 게 있다면요?
제가 생각해도 이건 좀 심했던 건 뭐였냐면 두 번째 사업했을 때 페이팔 CEO 중 한 명이 저를 불러다 놓고, 제 사업이 안 되는 이유를 늘어놓으셨어요. 한마디로 엄청 까는 거에요. 이럴 때 오기가 생기죠. 그때 내가 1년 안에 사업성을 검증해서 당신 앞에 가져다 놓겠다. 라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사실 해요. 지금도 투자자나 업체 미팅을 하면 한 10번 중 7~8번은 거절당해요. 좋은 얘기보단 부정적으로 얘기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1~2년 안에 검증해서 가져오겠다 생각을 하죠. 오기라면 오기랄까요?

다시 수업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창업을 위한 어떤 걸 배우나요?
첫 수업에서 하는 질문이 잠재 고객이랑 실제 만나봤냐? 대화해봤냐에요. 첫 학기 절반은 커스터머 디벨롭먼트만 해요. 린스타트업에 깔린 철학인 고객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정말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정말로요. 수업에서는 4명의 학생에 4명의 멘토가 붙는데 거의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기업의 임원급이에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고객들과 교류하고, 린스타트업의 비즈니스캔버스 블록을 하나하나 검증하고, 피봇했다면 어떻게 했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고, 실제 책에서 하라는 걸 그대로 실행하게 하는 수업이에요.

그럼 린스타트업이 어떻게 렌딧에 적용됐나요?
회사를 3월에 만들었는데 5월에 대출을 오픈하고 7월에 투자를 열었어요. 비즈니스캔버스에서의 저의 나름의 가정은 대출자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상품이 충분히 대출자를 모집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죠. 저희가 플랫폼이니깐 대출자와 투자자를 위한 기능을 다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3, 4달이 걸려요. 일단 빨리 만들어서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고객들을 얼마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서 확보할 수 있는가 검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출자 모집은 렌딩페이지만 만들면 되는 정도라 법인 만들고 딱 5주 만에 런칭했어요. 그리고 2달 동안 실제 대출 업무를 하면서 이때 쌓인 데이터를 가지고 7월엔 투자 쪽을 오픈했어요.

저희 고객은 성향이 다른 고객이잖아요. 대출과 투자고객은 성향이 다르고, 마케팅 유입 채널도 다르고, 비용도 다르고 메세지도 다르고 하니 분리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독립적으로 해야 되니깐 결국 린스타트업에서 말하는 건 모두 다 검증했었어요.

국내에서 린스타트업 이론 열풍이 불면서 인기가 올라갔는데 책으로만 보면 그 의미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린이라는 단어가 빨리빨리 해서 10번 부딪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적어도 비즈니스 캔버스를 그리는데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돼요. 결과적으로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정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각 블럭마다 뽑은 다음에 이 가정을 우리가 검증하려면 어떤 실험을 해야 하는지 생각을 해야 하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신다면요?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단위의 가정을 먼저 정의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것을 검증할 때까지 3일이 걸릴 수도 3주가 걸릴 수도 2달이 걸릴 수도 있는데 어떤 가정인가에 따라 걸리는 속도가 달라요. 가정을 여러 개를 잡고 빨리 빨리하려고 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가정을 검증하려고 잡고 있을 수도 있어요. 단순히 빨리빨리 프로토타입 만들고 하면 린스타트업 방식인 줄 오해하고 있는 분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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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의1프로젝트

김성준 대표는 렌딧을 설립하기 전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대학 시절 운영했던 사회적기업 2분의1 프로젝트는 일상생활 속에서 기부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로 예를 들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내고 실제로는 제품의 반만 가져가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이런 걸 한다고 돌아다니니 말도 안 된다는 소리만 들었어요. 그때 또 오기가 발동해서 세계 대회에서 수상하면 사람들이 다르게 볼 거다란 마음으로 친구랑 세계 3대 공모전에 나갔고 결국 수상했죠

사업을 접은 이유가?
수익성이 전혀 없는 사업이었어요. 사실 이 사업이 안 되는 것을 제가 모르는 게 아니거든요. 물을 반만 담으려고 패키징을 반으로 하는 것이 돈이 더 많이 드는 건 알아요. 그걸 가지고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취지가 너무 좋다 보니 상을 받긴 했어요. 사회적 기업은 셀러브리티나, 유명인의 도움도 많이 필요해요. 네트워크 측면에서 필요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도 필요해요. 또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페이도 잘해줘야 된다고 봐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헌신뿐만 아니라 자본도 필요하다고 느꼈죠. 돈을 벌지 못하면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아무리 비즈 모델이 좋아도 수익성이 없다면 힘들어요.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머지않아 이런 취지의 사업을 다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업이었던 패션 쪽 할 때는 어떠셨어요? 많이 힘드셨다고.
패션은 아무나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패션쪽은 트렌드라고 하는 큰 단어로 뽑아도 예측이 어려워요. 예를 들어 ‘빨간색이 유명하다’해서 일반 소매상들하고 트랜드를 분석해서 판 건데 전혀 안 맞았죠. 어떤 느낌이었냐면 패션이란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팀원 중 패션 분야 전문가가 있었는데도 안됐나요?
도움이 되긴 했지만 감각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라 힘들었어요.

지금 렌딧은 어떠신가요?
지금은 숫자로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훨씬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것 같긴 해요.

계속해서 창업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는 걸 하고 싶어요. 게임하면서 즐거움을 주는 것도 좋은 임팩트고, 사람들에게 잠깐 뿌듯한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임팩트라고 봐요. 렌딧처럼 대출을 조금 낮은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임팩트인거죠.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투자고객 경험 측면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투자고객은 포트폴리오로 운영을 해왔는데 개선돼야 할게 많이 있어요. 예를 들면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앞으로 예상되는 연체가 어떻게 되는지 채권을 몇 백개로 분산 투자했는지, 현재 상태가 어떤지 등 어떻게 하면 일반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할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렌딧이 하나의 대체 금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About Author

주승호 기자
/ choos3@venturesquare.net

그 누구보다 스타트업 전문가이고 싶은 스타트업 꿈나무. 캐나다 McMaster Univ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경제지, 영자지를 거쳐 벤처스퀘어에서 5년째 스타트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났을 때 가장 설렙니다. 스타트업에게 유용한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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