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도 창업할 땐 혼자가 아니야

우리 역사를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한반도라는 시장에서 창업하고, 경쟁하고 해외로 진출하기까지. 고객(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실천했던 사례나 이야기들을 보면서 현재의 창업가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역사학도는 아니지만 ‘창업가를 위한 역사책’을 만들어보려는 두 청년의 새로운 역사 이야기를 지금 공유합니다.

신도 창업할 땐 혼자가 아니야

[역사에서 배우는 스타트업] 천제의 둘째 아들인 환웅은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세상에 내려왔다. 그에게는 풍백, 우사, 운사라는 능력 있는 동료들과 그를 따르는 3,000명의 무리가 있었다. 한 마디로 팀 창업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은 곡식, 수명, 형벌, 질병, 선악 등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맡아서 직접 주관했다. 신의 아들이었던 그도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에는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다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때 곰과 호랑이가 팀원이 되게 해달라고 찾아왔다. 환웅은 쑥과 마늘을 주며 “너희가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 하였다. 하지만 호랑이는 쑥과 마늘만 먹는 창업초기의 고단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결국 환웅은 웅녀와의 결합을 통해 그의 아들 단군에 이르러 이 땅에 최초의 국가를 세웠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고 버틴 기간이 삼칠일, 즉 21일이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의사 맥스웰 몰츠는 그의 저서 ‘성공의 법칙’에서 어떤 행동이 습관화되는 데는 최소 21일이 걸린다는 ‘21일의 법칙’을 주장했는데, 이미 우리의 곰은 그 인내의 시간을 이겨내고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 역시 여러 공동창업자의 도움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다. 천제의 아들인 해모수의 아들이자 물의 신 하백의 외손자인 주몽은 알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부여의 궁궐에서 자랐다. 활을 잘 쏘고, 능력이 출중했던 그였지만 다른 왕자들의 질투와 경계를 한 몸으로 받았다. 결국 그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고, 준비 끝에 오이, 마리, 협부 등의 친구들과 부여를 떠났다.

이 사실을 안 부여의 왕자들이 군사를 보내 그들을 추적하였는데, 주몽의 무리가 강을 만나 붙잡힐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때 물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도망 중에 재사, 무골, 묵거라는 인물들을 만나 건국과정에 큰 도움을 받았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주몽이 가는 길에 만났던 물고기와 자라, 인물들은 토착민 내지는 부여로부터 소외당한 집단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여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주몽에겐 또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졸본 지역에 이미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몽은 이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그들과 전쟁이 아닌 결합을 택했다. 졸본의 유력자 연타발의 딸인 소서노와 결혼을 하는 것이다. 앞서 본 환웅과 달리, 주몽은 이미 부여에서 예씨부인과 혼인한 적 있지만, 소서노와의 결혼을 통해,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명분을 얻어 쉽게 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후에, 고구려 계승을 내건 왕건은 나라를 세우기 위해 29번 결혼을 한다)

이외에도 ‘6촌의 촌장들과 함께한 신라의 혁거세, 10명의 신하와 함께했다’하여 나라 이름도 초기 ‘십제’라고 지었던 백제까지, 창업(?) 군주를 높이기 위한 건국신화 속에서도 영웅적 인물들조차 많은 팀원과 함께 일을 성취해 나갔다.

소위 공동창업자를 찾는 일은 배우자를 찾는 것과 비유돼서 말하곤 한다. 앞서 본 시조들은 실제 결혼을 통해서도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오늘 우리가 역사를 통해 보아야 하는 것은 사실 같은 꿈을 위해서라면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만을 먹고 견디고, 뒤쫓아오는 군사들을 피해 목숨을 함께 걸 수 있는 그런 우정을 나눈 사람들과 함께 창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사람들과 함께 창업한다면, 아마 당신은 이 땅에 다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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