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

사교육 신화라 불리는 메가스터디 설립자 손주은 회장이 지난해 자비 300억 원을 들여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스타 강사가 갑자기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단을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손주은 회장이 스타트업 글로벌스타트업컨퍼런스 2017년 에서 ‘스타트업 겁먹지 말고 도전해라’라는 주제로 메가스터디 창업스토리와 스타트업을 지원하게 된 이유를 공개했다.

정답 없는 세상…부모님 얘기 듣지 마라= 이날 손주은 회장은 서울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마치고 행사장에 왔다고 했다. 거기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세상이 바꿨다. 부모님 얘기 듣지 마라. 이제 부모님 말대로 살다가는 망한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은 것 해라. 일단 질러봐라. 그럼 상상하지 못하는 것도 이룰 수 있다.”

손주은 회장은 “자신은 고도압축 성장기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지금 학생들처럼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운을 띄웠다.  대학에 입학해 낭만적인 삶을 살다가 막막해지면 군대를 갔다 오면 됐다고. 결혼도 대학졸업전 26살에 했다. 딱히 대책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손 회장은 “이제 고도압축 성장기는 끝났고,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옛날처럼 살다가는 큰일 난다”고 못 박았다.

“나는 시대를 잘 만나서 대학만 졸업하면 얼마든지 길이 열려있는 세상에 살았다. 졸업해서 대기업가거나 고시 공부하거나 정답이 있는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부모님이 바라는 공무원, 대기업이 절대 답이 아니다.”

첫 사업은 커피 장사…인생 바꾼 작은 도전=손 회장이 결혼 후 처음으로 했던 창업은 커피 장사다. 결혼을 했지만 돈은 없고 고민하다 2만 명이 모인다는 서울대 졸업식장에서 커피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순진했다.  3만 원으로 시작한 장사는 15만 원 수익이라는 작은 성공을 만들어줬다. 아내에게 한 달 치 돈을 벌어오겠다고 큰소리친 값을 한 것이다. 결혼 후 첫 번째로 온 경제위기를 넘겼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선후배, 하숙집 동료에게는’서울대생이 여기서 뭐 하냐’는 거냐고 욕을 먹었다. 하숙집 주인은 그렇게 돈이 없으면 과외를 소개해주겠다며 학생을 소개해줬다. 이 학생이 향후 메가스터디를 설립하게 된 위대한 출발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단 하루였지만 커피 장사가 그의 인생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여러분이 무엇을 가지고 어떤 스타트업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일 자체가 대박이 날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하는 엄청난 기회와 도전을 가져올 수도 있다. ”

극한에 도전하면 못 이룰 것 없어=손 회장이 메가스터디 성공 신화가 된 계기는 한 명의 과외 학생 때문이다. 이 학생 덕에 잠원동 과외 시장을 평정하고, 명성을 얻어 대치동까지 진출하게 된다.

“극한에 도전하면 못 이룰게 없다.”

학생들을 정말 목숨 걸고 가르쳤다. 미쳤다고 생각할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10명을 모아 9박 10일 합숙 지옥 훈련을 했는데 학생 집 하나를 통째로 빌려 하루에 한 과목씩 전과목을 끝냈다. 수업을 받은 10명 중 9명이 대학을 갔다. 다양한 시도를 했던 이때의 경험이 사업을 하는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유명세는 날로 커졌다. 한 달에 25만 원이었던 강사료는 100만 원으로 뛰었다. 원래는 과외를 해서 돈을 벌고 독일로 유학을 갈 심산이었는데 1억 벌걸 2억을 벌다 보니 공부는 단순히 명분을 세우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학원을 차렸다. 아버지는 서울대 나와서 학원 강사나 할 거면 아예 부자 관계를 끊자고 해 7~8년간 고향도 못 갔다.

사실 손주은 회장이 학원 강사로써 인생을 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일 년 간격으로 아들과 딸을 모두 잃으면서부터다. 슬픔을 잊기 위해서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 없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수업만 60시간을 했다. 입시설명회와 다른 외부활동은 뺀 시간이다. 계산해보니  6만 5천 시간을 수업만 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15시간 수업하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109년을 일해야 되는 시간이다.

창업,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아이를 잃고 나니 어떻게 살 것인가가 크게 다가왔다.

“어떤 계기에 의해 창업은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창업에 성공하려면, 제대로 될려면 결국 무엇을 할 것인지가 아닌 어떻게 살 것인지가 답이다. 우리 인생은 한번 주어지는 데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이런 것보다는 내가 관뚜껑을 닫을 때 내가 잘살았는지는 본인이 알 것이다. 뻔뻔한 사람은 예외다. 아마 잘 살았다 하고 죽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본다.”

강의를 하면서 운명적인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손 회장에게는 계속된 고민이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이 있는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준 것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이 었다. 고민끝에 불평등한 환경으로 희생되는 아이들도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대중 강의을 시작한다.

성공 확신이 전혀 없었던 대중 강의 수강 학생은 5개월 만에  8명에서 2천 명으로 늘었다. 한달에 강사료로만 4~5억을 벌었다. 돈을 갈고리로 긁는데  그럼 메가스터디는 왜 차렸을까. 학원이 유명해지면서 대치동 부동산값이 올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역적 불평등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살 건지 윤리적인 고민이 또 고개를 들었다. 홈쇼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어느 지역이 있든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현장 강연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메가스터디를 설립한다.

사회에 진 빚 갚고파 재단 설립=손 회장은 고도 성장기의 부산물인 사교육으로 쉽게 돈을 벌었기 때문에 사회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도전을 했지만 결국 사교육에 대한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책임도 있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빚을 갚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딸의 이름을 딴 윤민재단을 설립했다.최근에는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고 한다.

“여러분이 지금 하는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작은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른다. 그 중심에 순수하고 착한 마음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나 자신을 돌아봤을 때도 그렇다. 자신의 삶의 가치를 새우면서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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