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창업가가 전하는 도전과 용기 ‘육아말고 뭐라도’

“무엇보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내 일을 하고 싶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잘릴 걱정도 없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 그런 나만의 일을 갖고 싶었다.”

엄마 창업자 6인의 경험담을 담은 책 <육아말고 뭐라도> 일부에서 옮긴 말이다. 책에는 엄마 창업가가 되기까지 여정이 담겨있다. 책을 쓴 이들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서울이 운영하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 2기 참여자이자 여섯 명의 엄마 창업가들이다.

김미애 아트상회 대표는 “이만큼 성공했다를 보여주고 싶은게 아니라 육아 말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책은 지난 3년간의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육아말고 뭐라도>를 저술한 김혜송 스타일앳홈 대표,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원혜성 율립 대표, 김성 빼통 대표, 김미애 아트상회 대표, 양효진 베베템 대표는 24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엄마와의 대화에서 엄마 창업가로 살아온 경험을 공유했다.

“집에서 나가고 싶다” 김혜송 스타일앳홈 대표가 엄마를 위한 캠퍼스 문을 두드린 건 김 대표 아이가 8개월 무렵이었을 때다. 김 대표는 출산 전 10년 넘게 인테리어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출산과 육아로 꿈과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 어느 날, 김 대표는 다시 신발끈을 조였다. 김 대표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서 제공하는 아이 돌봄 서비스 덕분에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었다”며 “스타일링을 강화한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겠다는 당시 아이디어를 현재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심리상담사로 활동하던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역시 출산과 동시에 경력단절을 겪었다. 그런 그가 스타트업에 첫 발을 딛게 된 건 남편의 권유였다. 전공을 살려 SNS에 올린 육아 관련 글이 부모에게 공감을 얻고 이 대표 스스로도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던 시점이었다.

이후 이 대 표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 2기에 지원,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위한 육아코칭 앱 그로잉맘을 선보이게 된다. 현재는 전문가와 부모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경력단절을 겪는 상담사, 교육 전문가가 경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부모의 육아가 겪는 육아 고민을 해결하는데 집중한다. 이 대표는 “아이를 키우면서 사업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행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참가자를 독려했다.

원혜성 율립 대표는 원 대표의 딸이 7개월에 들어섰을 무렵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 지원했다. 원 대표의 아이템은 천연 립스팁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제조업 특성상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원 대표가 택한 방식은 크라우드펀딩이었다. 율립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총 6차례 크라우드펀딩으로 소비자와 만났다.

경쟁이 치열한 뷰티 시장에서 원 대표가 강조하는 건 진정성이다. 율립이 립스틱 바른 입술로 딸과 마음껏 뽀뽀를 나눠도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은 만큼 이를 전하려는 노력도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좋은 직장에 취업만 하면 더는 바랄게 없을 것 같지만 평생직장은커녕 육아휴직마저 불이익을 돌아오는 구조적 모순 앞에 좌절을 겪어야 했다. 비단 나만의 사례가 아닐 것…” <육아말고 뭐라도 190p>

김성 빼통 대표는 스스로 고용주가 됐다. 김 대표는 강연, 번역 에이전시, 수입 아기용품 온라인 커머스 빼통 대표로 세 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마치 저글링하듯이 세 가지 일을 처리하면서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엔잡러’가 됐다. 김 대표는 “처음 아이를 놓고 회사를 복직할지 경력단절로 남을 것인지 기로에 서있을 당시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서 용기를 얻고 힘을 얻었다”며 “육아 말고 뭐라고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성공은 아니지만, 강을 건너온 입장에서 손을 내밀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우리도 해내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고 싶다”며 현장 참가자를 격려했다.

김미애 아트상회 대표는 남편의 실직 후 반강제적으로 창업을 하게 된 사례다. 김 대표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회사를 다닐 수도 없어 엄마를 위한 캠퍼스에 문을 두드렸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전공인 시각디자인을 살려 명함부터 광고전단, 포스터 등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아트상회를 꾸렸다. 입소문을 타고 아트상회를 찾은 이들은 100여 곳, 현재는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원스톱 디자인 총판으로 성장하고 있다.

양효진 베베템 대표는 양 대표의 딸이 6개월 때 엄마를 위한 캠퍼스를 찾았다. 당시 선보인 데이터 기반 육아용품 추천 서비스 베베템이다. 베베템은 현재 리뷰 데이터 3만 개를 축적하며 데이터 기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올해에는 히든트랙과 인수 합병에 성공하며 다음 단계 성장 모델을 그리고 있다.

양 대표는 현장에서 엄마 창업자가 겪는 고충을 공유했다. 엄마 창업자를 바라보는 일부 시선이 그것이다. 양 대표는 “벤처투자자를 만나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꿈이 작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엄마니까 거기까지,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울때까지로 꿈을 제한하는 시선을 느낀다”고 전했다. 양 대표는 “스스로를 한계 짓지 않고 그 이상, 그 너머를 상상하며 채워나가고 있다”며 “(참가자들도) 멀리, 담대하게 꿈꾸라”고 당부했다.

한편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서울이 운영하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는 육아 때문에 창업의 꿈을 미루고 있거나 창업에 관심은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부모의 창업을 돕는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2015년 7월 시작, 현재까지 총 94명의 부모 창업가를 배출했다. 프로그램 기간 동안 창업에 필요한 교육과 아이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며 육아를 전담하는 아빠 창업가도 참여할 수 있다.

남편이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는 일반 참가자도 현장을 찾았다. 로지 씨는 “경력이 단절된 남편이 육아를 하며 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실제 창업으로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살피기 위해 왔다”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그는 “막연한 자신감과 함께 구체적인 정보와 대안도 얻게 됐다”며 “하반기 엄마를 위한 캠퍼스를 남편에게 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아 휴게실・나들이 장소 정보 서비스 맘스맵을 운영 중인 마승은 대표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를 찾았다. 마 대표는 23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37개월 아기를 키우는 육아 동료와 지난 1년 간 맘스맵을 꾸려온 여성 대표다. 마 대표는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가면서 이전보다 할 수 있는게 많아지면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아이를 데리고 와서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친구와 함께 행사를 찾은 김도연 씨는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어떻게 도전해야 할지 몰라 정보를 수집하던 차에 참가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현실적으로 어린이 집을 보내고 하원 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직장 선택 폭이 적어져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창업이 답이라고 봤다”며 “현재 솔트테라피 커리어를 살려 창업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에는 창업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김현숙 씨는 “용기를 얻고 간다”고 전했다. 김 씨는 “육아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면서 행복한 일을 찾고 있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도전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출산 전후 커리어를 이어가는 창업가와 다른 분야로 사업을 운영하는 창업가 사례를 들으면서 이전까지 가지 않은 길을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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