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방앗간 쿠엔즈버킷 “참기름의 세계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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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역사공원역 대로변 안쪽, 주거지 사이에 양동이를 켜켜이 쌓아올린 듯한 건물이 들어서있다. 외관만 보면 미술관이나 카페를 연상케 하지만, 이곳은 도심 속 방앗간 쿠엔즈버킷이다. 0층부터 5층까지 마련된 공간에서 깨를 세척하고 볶고 착유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는 “외관은 기름이 필터로 여과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며 공간을 소개했다.

독특한 외형보다 색다른 건 방앗간 초입에 들어설 때 나는 특유의 깨 볶는 향이 덜하다는 점이다. 맛도 궁극의 고소함 보다는 산뜻한 쪽에 가깝다. 참기름 하면 생각나는 황금색 빛깔보다 좀 더 채도가 옅거나 투명한 색을 띈다.

“가마솥에 깨를 볶아서 맷돌아 갈아 기름을 짜내던 전통 방식은 고온이 아닌 저온 방식이었다”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참기름이 고온 압착 방식으로 얻어진다면 쿠엔즈버킷은 70도 이하 최소한의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참기름을 얻는다. 그러다보니 기존 참기름에서 강하게 맡을 수 있는 고소한 향과 맛 보다는 참깨 본연의 맛에 가까운 맛을 낸다는 설명이다.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착유하던 참기름은 지금처럼 진한 향을 풍기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진한 향기는 1960년 대 착유기가 들어오면서 익숙해진 맛이라는 것. 참깨에서 지방을 분리, 착유하는 과정에서 참깨에 고온을 가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진한 향이 발현된다. 고온에서 볶을수록 향이 진해지는 참깨의 특성 때문이다.

공급자 관점 바꾸니 참깨 고유의 맛 되살아나…=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한 고소한 맛은 익숙하게 만들어져 온 맛에 가깝다. 참기름 시장이 변하지 않는 시장이자 변할 이유가 없는 시장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은 무엇보다 공급자 입장에서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고온에서 착유할수록 섬유질과 지방 분리가 활발히 일어나 많은 양의 기름을 얻을 수 있었다. 기름을 얻을 때 방부 성분이 발생해 기름을 오래 보존할 수 있기도 했다. 공급자가 효율을 추구하는 사이 소비자 입맛은 고소한 향에 익숙해져갔다.

박 대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른 무언가를 섞어도 고소한 향을 내면 참기름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콩기름 섞인 참기름, 가짜 참기름 논란이 불거졌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고온 압착 방식에서 발생하는 벤젠계열 물질도 문제였다. 지방에 높은 온도가 가해지면 벤젠 계통 성분이 높아지지만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혹은 효율성을 위해 높은 온도에서 참기름을 착유하다보면 벤조피렌 발생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어떤 맛일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건강하면 맛은 덜하더라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전통방식인 저온압착식을 택했다. 대다수에게 익숙한 맛은 아닐지라도 건강한 식품이 필요하다는 확신은 있었다. 박 대표는 저온압착으로 기름을 착유할 수 있는 기계를 찾아 깨를 들고 유럽으로 향했다. 그 중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기계를 들여와 1년 반 가량 실험을 진행했다.

단순히 온도를 낮추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열을 유지,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깨를 볶을 때부터 원적외선으로 열이 안에 고르게 전달되도록 한 것도 한 방법이다. 160도 미만에서 깨를 볶은 후 완전히 식힌 다음 착유 과정을 거친다. 깨가 압축기에 들어갈 때 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건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쿠엔즈버킷만의 기술력이다. 이후에는 제약용 필터로 한 번 더 걸러내 산패 과정을 최소화했다. 기름을 짜내서 병입까지 걸리는 시간은 4시간 남짓이다.

강한 열을 가하지 않으니 참깨 고유의 맛이 그대로 드러났다. 박 대표는 “농작물의 특성이 그대로 옮겨오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나아가 참기름 맛에 대한 선택권과 기호도 다변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커피에 비유했다. 커피도 콩과 볶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참기름도 참깨가 가진 특성이 기름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높은 온도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향이 사라지만 참깨 본연이 가진 향과 맛이 살아나면서 농산물이 가진 본연의 맛이 입으로 들어오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참깨 재배지부터 식탁까지.. 맛으로 이끄는 선순환=원료의 맛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은 처음부터 좋은 참깨를 쓰지 않으면 맛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쿠엔즈버킷은 참깨는 전남 고창, 부안, 들깨는 강원도와 수매 계약을 맺고 고른 품질을 확보했다. 박 대표가 원료 생산 농가를 찾아가 종자를 확인하고 재배방법을 전했다. 상온에서 보관하던 참깨도 저온저장 방식으로 바꿨다. 왕겨 옆에서 상온 보관하던 참깨를 착즙하자 향이 그대로 기름에도 옮겨 붙은 까닭이다. 박 대표는 “원료 보관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확인한 후부터는 모든 원료를 저온 저장한 후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참기름이 향을 내는 조미료가 아니라 식품으로서 제 기능을 다 할 것으로 봤다. “참기름은 이집트에서 약으로 사용되던 식품이었다. 항암, 항당뇨, 항혈압 효과를 지녀 올리브오일에 비견할 만한 뛰어난 가치를 지녔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식단에 녹여 먹는다면 먹는 즐거움뿐 아니라 건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아울러 고온압착 방식보다 기름 생산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확장성은 커졌다. 저온압착을 거친 부산물은 쿠키와 빵, 화장품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방앗간 4층에 마련된 베이커리에서는 참기름과 들기름 부산물을 활용한 비건 빵이 새로운 맛의 세계를 펼쳐낸다.

팔방미인 참기름, 세계 기름 시장 이끌 세계적 식품으로..=박 대표는 해외 시장도 희망적으로 바라본다. 지방, 기름 산업의 경우 양보다 질이 산업 파이를 키우는 특성 때문이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올리브유지만 그조차도 20~30년 간 정체된 시장이다. 새로운 기름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점이 왔다는 게 박 대표 의견이다. 특히 강한 향을 내던 기존 참기름과 달리 지역 특성에 따라 참깨 고유의 신선한 맛을 담아내면서 외국에 식재료로 활용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박 대표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올리브오일처럼 세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쿠엔즈버킷 기름 역시 2017년 미국 뉴욕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올리브유 대신 사용되고 있다.

“맛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변화 이끌어 나갈 것” 올해 쿠엔즈버킷은 동대문 도심형 공장을 안정화하고 세계화 전진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동대문을 찾는 일본 관광객 사이에선 관광객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참기름을 못먹던 아이들이 쿠엔즈버킷 참기름을 먹으면서 새로운 맛을 느끼고 건강을 챙기는 사람도 참기름을 찾기 시작했다”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에 한국 참기름 맛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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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화 기자
/ lee99@venturesquare.net

스타트업들과 함께 걷고, 뛰고, 부비며 이 세상에 필요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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