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기 오른 HMR, 생존 비결은?

간편하되 건강한 식사,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식사에 대한 수요가 함께 오르면서 HMR 시장의 규모도 2013년 1조 3,000억 원에서 4조 원을 훌쩍 넘겼다. 대형 유통 마트와 온라인 마켓이 앞다퉈 전자레인지만 돌리면 바로 즐길 수 있는 냉동/냉장 식품을 내놓는가 하면 새벽마다 신선 식품을 배달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도 인기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성장하는 HMR 시장에서 각 기업들은 어떻게 생존하고 있을까. 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진행된 2019 HMR월드마켓포럼에서 HMR 벤처기업 ‘프레시고’와 식품 포장지를 개발하는 ‘태방파텍’, 조미식품을 개발하는 ‘태경식품’으로부터 각각 HMR 제품 개발, 포장, 유통 분야 경험과 생존 노하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이진구 프레시고 대표는 밀키트 매장으로 시작해 냉동 HMR 사업으로 피봇팅한 경험을 전했다. 프레시고는 현재 자체 개발한 냉동 덮밥 소스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처음 도전했던 분야는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밀키트 매장이었다. 직접 100여 개 레시피를 개발하며 매장 부엌에서 밀키트를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도시락과 컵밥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매장당 매출은 꽤 높았지만 신선 재료를 매장에서 직접 손질해야 했기 때문에 효율성도 낮았고 지점을 확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대표는 냉동 간편 식품으로 피봇팅을 결정,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접고 자체 개발 덮밥 소스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마련했다. 요즘 들어서는 유기농 야채, 산나물을 활용한 미니 주먹밥 제품도 출시를 준비하는 한편 국내 대형 마트와 밀키트 제작에 협력, 예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던 시절에 개발해뒀던 레시피를 다시 선보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프레시고의 메인포인트는 ‘누가 만들어도 같은 맛이 나는 음식’이다. 이진구 대표는 “초등학생이 만들어도 엄마, 아빠가 만든 것과 똑같을 수 있도록 간편한 메뉴 키트를 만들고자 한다. 레시피도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며 “식품을 생산, 유통하는 스타트업이지만 콘텐츠 비즈니스적인 성격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다음으로 자사 HMR 제품 특화 포장 기술을 소개한 정희국 태방파텍 대표는 “내용물에도 물론 충실해야 하겠지만 시간, 공간을 초월한 진정한 HMR을 위해서는 포장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며 자체 개발한 포장용기 ‘찜팩’을 소개했다. 이는 압력밥솥의 원리를 활용, 용기를 전자레인지로 데우는 과정에서 생성된 과포화증기로 음식을 찌기 때문에 조리시간은 줄이는 동시에 필름을 개봉하지 않고도 바로 데울 수 있어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정희국 대표는 “HMR 제품 조리기구별 선호도를 보면 전자레인지가 식품군과 성별을 초월해 항상 1위를 차지했다”며 “우리나라 고유의 ‘찜’이라는 조리 문화에 착안, 풍미와 수분을 지키는 동시에 식감을 살리고자 했다”며 찜팩을 개발한 배경을 전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 포장기술자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하고 재료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친환경 소재 사용, M710과 MT14 FDA 기준 인증, 비스페놀 프리 인증과 그린 패키지 인증을 취득했다는 것. 

이렇게 개발한 찜팩은 청정원, 동원, 오뚜기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과 싱가폴 항공 기내식, 코스트코와 세븐일레븐 제품에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면류, 덮밥류, 한식, 만두, 생새우 식품 분야에 제한 없이 냉동식품이라면 응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희국 대표는 “찜팩 기술연구소를 마련해 고객이 ‘OK’할 때까지 최적의 포장 용기를 공동개발하고 최적의 맛을 내도록 돕고자 한다”며 양주에 위치한 필름, ‘찜팩’, 실링기 생산 3개 자사 공장을 기반으로 “원스탑 패키징 솔루션을 마련, 고객이 오면 디자인부터 마지막 포장까지 한번에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유통 분야서 발표를 진행한 최윤철 태경식품 팀장은 온라인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홈쇼핑 등 국내 유통 채널의 장단점을 비교, 홈쇼핑을 가장 추천할 만한 채널로 꼽았다. “홈쇼핑은 판매 수수료가 기본 35%에 건강기능식품은 45%까지 꽤 높은 편이지만 시기나 방송 시간만 잘 노린다면 시간당 매출이 매우 높은 편”이라는 것이 그 이유. “요즘은 메가히트 상품이 별로 없고 트렌드 주기도 짧다. HMR 제품 비중이 높아지고 진입장벽은 낮아지면서 경쟁채널 히트 제품을 2-3개월 내로 카피해 곧바로 출시하는 일도 잦다.” 이에 그가 제시한 해법은 서로 시너지를 낼 만한 식품을 적극적으로 믹스하라는 것. “소막창, 대창 제품을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려 했는데 비슷한 상품이 워낙 많다보니 차별화를 위해 막창 볶음밥을 끼워서 함께 팔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양을 늘리는 것으로 승부를 볼 수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어울리는 상품을 묶어 조금이라도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그밖에는 종합몰과 T-커머스 진출도 권했다. “종합몰은 서류 심사를 비롯 입점 절차가 비교적 까다롭기 때문에 여기서 통과하면 나머지 채널에서는 거의 판매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며 “다른 채널 입점을 준비할 때는 필터링 과정이 거의 없어 의도치 않더라도 허위 광고로 경쟁 업체가 고발하는 사례도 있다. 처음부터 종합몰의 상품 설명 작성 기준을 지키면 이러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T-커머스에 관해서는 “일반 홈쇼핑과 달리 녹화 방송이기 때문에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계속해서 틀어준다는 장점이 있다”며 “홈쇼핑에 비해 시간당 매출은 낮지만 준비 물량이 적어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리스크 낮아 선호하는 채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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