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달려봐야 안다, 자율주행버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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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26R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핀란드 교통정보국 공식 앱 HSL에도 26R 버스가 운행 시작을 알렸다. 26R버스 전광판에 나타난 시속은 14km. 26R 버스는 핀란드 칼라사타마 지역 1km 지역을 순환하는 자율주행 버스다. 운전자는 없다. 핀란드는 2015년 자율주행차 5단계를 허용한 국가로 운전자 없이도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다만 혹시 모를 안전 사고에 대비해 26R버스에는 운영자가 동승했다.

운영자 포함 9명 만석을 채운 자율주행버스가 첫번째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버스가 멈춰섰다. 주차선 밖으로 삐져나온 자동차를 장애물로 인식한 탓이다. 운영자 에드 로다맨 메트로폴리아 프로젝트 매니저가 조이스틱을 움직이자 버스가 운행을 재개했다. 두 번째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교차로를 달리던 버스가 급정거를 했다. 버스 뒤에 따라오던 자동차를 위험 요소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좌회전 코너를 돌자 이번에는 서서히 멈춰섰다. 횡단보도 앞 보행자를 살피기 위해서다. 세 번째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급정거는 두 어차례 더 일어났다. 한 번은 버스 앞으로 차량이 진입하면서, 다른 한 번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출발 전 에드 매니저가 안전밸트를 매라고 권한 것이 이 때문이었다. 조이스틱을 들고 있던 에드 매니저가 분주해졌다. 에드 매니저는 정지 원인을 파악하고 버스가 출발할 수 있도록 운행을 지시했다. 버스는 칼라사타마 내 거주지역을 돌아 시작점으로 향했다. 주차까지 스스로 마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6분이다.

칼라사타마 지역을 운행하는 R26 버스 명칭은 ‘로보버스’다. 로보버스는 핀란드 메트로폴리아가 2017년 1월부터 헬싱키시와 EU마이스마트라이프 프로젝트에서 재정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2018년 끼비코 지역 도로 운행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는 칼라사타마 지역에서 시범 운행을 진행하고 있다. 칼라사타마 지역은 2013년 핀란드 정부가 스마트 칼라사타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지역으로 도시 전체를 테스트베드로 스마트시티 구축에 나선 도시다. 프로젝트 목표는 매일 한 시간씩 거주민의 시간을 절약해준다(Save one hour of citizen’s time every day). 로보버스 역시 거주민 이동 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 버스 실험은 현재 진행형, 실험을 통해 개선해 나간다” 칼라사타마를 운행 중인 로보버스는 운영자가 동승해 변수를 통제한다. 에디 매니저가 26R 버스를 트램에 비유한 이유다. 26R 버스 역시 트램과 마찬가지로 시속 20km 이상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에디 매니저는 “현재까지는 자율주행 버스가 일반 버스와 비교할만큼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로보버스를 탑승했을 당시 운영자가 없으면 매끄러운 운행이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보버스는 실제 도로 위를 달린다. 테스트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찾고 칼라사타마 지역에 맞춘 서비스를 찾기 위해서다. 테스트기간 동안 발견한 문제는 다음 프로젝트에 수정, 반영된다.

칼라사타마 시범 운행 이전 진행됐던 소흐요아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소흐요아 프로젝트는 2016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진행한 자율주행 버스 실험이다. 당시 EZ10 버스를 이용해 헬싱키, 탐페레, 반타공항, 에스푸와 핀란드 산학연 단지 오타니에미 지역 1km를 운행했다. 당시 실제 도로를 달렸지만 캠퍼스나 공장부지 등 한정된 공간에서 운행했다는 점에서 칼라사타마 프로젝트와 차이가 있다.

소흐요아 프로젝트 당시 목표는 도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처하는 것으로 주의 경고판, 방지턱, 횡단보도가 있는 주행 환경에서 테스트가 진행됐다. EZ10 버스에 탑재된 6개의 라이다는 실시간 장애물을 감지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장애물과 그렇지 않은 것 간 혼동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겨울철 눈바람이 휘날리거나 제빙을 위해 깔아놓은 모래가 휘날릴 때도 장애물로 감지했다. 지정 지역 외 추자 된 자량이나 주차선을 벗어난 차량 또한 피해가지 못했다. 그 때마다 운영자가 상황을 통제하고 재운행에 나서야했다.

칼라사타마 프로젝트 이전 끼비코 지역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도 변수는 존재했다. 당시 사용한 버스는 프랑스 자율주행 전기차 나브야(Navya) 차량. 이전 EZ10버스 보다 2개 많은 8개의 라이다를 장착한 버스다. 장애물 감지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번엔 기후나 도로 환경이 아니라 사람이 변수였다. 당시 끼비코 지역은 50km/h에서 40km/h로 규정 속도 기준을 변경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전처럼 50km/로 도로 위를 달렸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를 추월할 때면 어김없이 급정거로 이어졌다. 버스가 추월 자동차를 장애물로 인식한 까닭이다. 에디 매니저는 “일반적인 교통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주변 환경 때문에 버스가 정차하는 경우 프로그래머에게 수정 요청을 해야했다”고 전했다.

칼라사타마 프로젝트는 기존 시험 테스트 때 발생한 문제를 반영해 추진했다. 칼라사타마 지역 내 주민에게 주차선 안에 주차하도록 유도하고 로보버스의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일반 차량용 표지판도 세워뒀다. 로보버스가 오고가는 지역이니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하라는 식으로 신호를 준 것이다. 2019년 10월 기준 칼라사타마 지역 로보버스 탑승자는 2,330여 명. 주행거리는 900km다. 에드 매니저는 칼라사타마지역 로보버스 프로젝트가 끝나는 올해까지 5,000여 명이 탑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험을 마치는 시점까지 무인자율 버스 안정화에 힘쓸 계획이다. 겨울에는 특히 눈과 비가 계속되는 악천후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테스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책임 소재를 정리하는 일도 과제로 남아있다. 아직까지 자율주행 버스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일반 자동차 보험과 손해 보험을 들어놨다. 에디 매니저는 “차량 대수가 늘어나고 속도를 30km 이상 끌어올리게 될 경우를 대비해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야한다”며 “프로그래머, 운영자, 회사 등 자율주행 관계자 간 입장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에디 매니저는 “로보버스는 아직 완성품은 아니”라며 “결과적으로 자동차를 줄이는 목표에 근접하기 위해 실험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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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화 기자
/ lee99@venturesquare.net

스타트업들과 함께 걷고, 뛰고, 부비며 이 세상에 필요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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