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파크 점령한 韓스타트업, 이것 때문에…

올해 CES 2020 스타트업 전용관인 유레카파크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 수는 179개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CES 주관사인 CT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프랑스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스타트업이 유레카파크에 자리했다. CES 2020 참가한 294개 한국 업체 중 약 60% 이상이 스타트업인 셈이다. 올해 국내 스타트업의 높은 참여율은 정부 및 지자체 기관 그리고 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먼저 카이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대학 중 유일하게 카이스트 이름을 내건 독립 부스를 꾸렸다. 참여 기업은 테그웨이(유연 열전소자를 활용한 온도 실감 장치와 쿨링 게이밍 헤드셋), 리베스트(웨어러블 유연 배터리), 제이마이크로(전도성 투명전극 필름 및 투명 발열 필름 등 응용기술), 노타(딥러닝 모델 압축기술 기반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오비이랩( 휴대용 고해상도 뇌 영상 기기), 더웨이브톡( 박테리아 실시간 분석 기술) 등 11곳이다. 이중 더웨이브톡, 쉘파스페이스, 리베스트, 테크웨이 4곳은 CES 2020 혁신상을 받았다. 특징적인 것은 KAIST 총동문회에서 CES 장학금을 신설, 기부금을 모아 총 30명의 재학생 예비창업자도 CES 참여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행사 첫날인 7일 CES 부스를 직접 방문해 참가 스타트업을 격려했다. 신 총장은 “현장에 와보니 역시 기술력은 한국이란 생각이 든다. 카이스트 참여 기업 중 4곳도 혁신상을 받았다”며 “앞으로 카이스트는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중앙대, 한양대, 선문대, 서울대, 한서대 등이 유레카파크 내 유니버시티 이노베이션 구역에 각각 자리를 잡았다. 한양대는 올해 3개의 제품이 혁신상을 받았다. 한양대 관계자에 따르면 수상작 중 하나인 바이오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전자 데오드란트 프래그런트는 제품 출시 전임에도 CES 참관객의 호평을 얻었다고 전했다.

KIST 한국과학기술원도 독립 부스를 마련하고 8개 기업을 지원했다. 생각만으로 제어하는 장애인용 보행 보조 외골격로봇, 5G 기반 고해상도 스마트 AR 안경, 3D 몽타주 소프트웨어, RF 신호를 이용한 정밀 실내 위치 인식 및 모니터링 시스템 등 4가지 혁신제품을 공개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으로 CES에 참여한 스타트업도 다수였다. 서울시는 처음으로 CES에 서울관을 설치, 서울시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참여 기업은 네오사피언스, 펄핏, 한컴모빌리티, CUBE AI, 에너넷, 커노코퍼레이션 등 20여 곳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직접 서울관을 방문,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한편 스페셜 세션을 통해 스마트시티 서울의 지향점을 발표하고 게리 샤피로 CTA 대표에게 CES 한국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구시 역시 경상북도와 역대 최대 규모로 CES에 부스를 마련했다. 총 47개 중소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을 기업을 지원한 것. 스마트시티, 미래형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로봇, 스마트헬스케어, 가상현실(VR),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이다. 강원도는 강원테크노파크와 강원디지털헬스케어 공동관을 운영한다. 메쥬, 스몰머신즈, 디메디, 크레도 등 의료기기 관련 4개 기업이 참여했다. 경상남도는 경남테크노파크와 창원산업진흥원 주도로 에덴룩스, 세이포드 등 지역 스타트업 5개사 제품을 선보였다.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들도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대구창조혁신센터는 C-Seed 청년 스타트업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창업 7년 이내 대구 지역 스타트업의 CES 참여를 지원했다. 선발을 통해 파코웨어(스마트 블록완구 애니블록) , 라이더스(실시간으로 관제 및 알림이 가능한 스마트 블랙박스), 엔사이드 (동물 활동성 진단 목걸이) 등 총 3개 팀이 CES2020에 참가해 해외 진출 기회를 엿봤다. 연규황 대구창조혁신센터 센터장은 “CES 유레카파크 외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에도 대구지역 스타트업의 참가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진출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리코, 라온A&C, 엠씨케이테크 등 9개 기업,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한비전, 제이루씨, 트위니,  CTNS 등 보육기업 6곳을 지원했다.

코트라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창업진흥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성남산업진흥원, 수원시 지속가능도시재단과 함께 통합 한국관을 구성해 95개 기업을 지원했다. 한국 지원기관 중 가장 큰 규모의 독립 부스를 마련한 것. 스타트업관인 유레카파크에는 95개 기업 중 67개 기업이 자리했다. 코트라는 매일 피칭 세션을 마련해 국내 스타트업이 참관객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해 참여 기업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정부, 지자체 기관들이 제각기 부스를 꾸린 것을 두고 ‘한국 스타트업’이라는 통일성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지만, 해외 진출과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스타트업에게 세계 최대 IT 전시회를 경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기관의 지원은 긍정적이다. 다만 참여 기업의 양보다는 질로 승부해야하는 것은 과제로 남았다. 정부 기관의 지원으로 CES에 참가한 한 기업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지원금을 받아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을 수도 있지만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CES를 찾은 기업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관의 지원을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관들이 통일된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성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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