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교육..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세상 밖으로 내놓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아산 유스프러너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이 내린 ‘기업가정신’의 정의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10회 교육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기회 발견부터 비즈니스 모델 경험까지=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이 민관에서 활성화되는 추세다. 민간에서는 아산나눔재단이 2019년부터 청소년 대상 창업 특화형 교육 프로그램 아산유스프러너를 시작했다. 프로그램의 방점은 청소년 기업가 정신 함양과 교육 현장에서의 기업가 정신 문화 확산에 찍혀있다. 지난해 첫 시행 이후 전국 45개 중고등학교, 청소년기관, 총 수업시간 900시간, 참여학생은 1,021에 달한다.

커리큘럼은 실리콘밸리의 조직문화와 실험정신을 배우는 ‘실리콘밸리 히어로’,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적성과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내 인생의 CEO로 살아가기’, 문제 정의부터 해결까지 창업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미래형 기업가정신’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아산나눔재단 측은 ”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기업가정신 관련 지식, 기술, 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팀 프로젝트 위주 가치 창출 교육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이 진행한 팀 프로젝트는 총 242개로 제품 개발(117), 서비스 개발(55), 캠페인 등 사회가치 창출활동(23) 외 기타 프로젝트(47) 등 유형과 주제도 다양했다. 지난해 참가한 문정중학교 팀은 유기견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반려견 등록 홍보 상품을 제작했다.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 팀은 학교 도서관 자료 대출 및 관리를 위한 플랫폼을 선보였다.

10회차 교육 이후 기업가정신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변했을까. 학생들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태도, 아이디어 실행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변화를 체감했다고 답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인상 인천남자고등학교 학생은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실패해도 괜찮다’는 점, 더이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이기는 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전했다.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와도 연결된다. 기업가정신을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는 교사를 위한 티처프러너, 학부모와 교사를위한 기업가정신 레츠고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교육 현장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기업가정신을 학습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피어날 수 있도록 연결성에도 방점을 찍었다.

◇스타트업 대표와 함께 푸는 환경 문제.. 자연스레 경험하는 ‘기업가정신’= 스타트업이 학교로 학교에서 직접 기업가 정신을 전하기도 한다. 수퍼빈은 올해 서울시교육청과 ‘수퍼루키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시내 초중고 7곳에서 체험형 환경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해당 학교에는 수퍼빈이 개발한 인공지능 자원 순환 로봇 네프론을 설치하고 학생들은 이를 통해 재활용을 실천,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한다는 아이디어다. 학생들은 네프론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하고 적립 후 주어지는 포인트를 교내 동아리 지원금 지원금 혹은 봉사 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스케치부터 제작, 설치까지 이뤄지는 쓰레기통 디자인 공모전도 진행될 예정이다. 모든 수업은 김정빈 수퍼빈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환경 문제 해결을 소재로 교육을 진행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기업가 정신 교육도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게 수퍼빈 측 설명이다. 수퍼빈 관계자는 “교실 밖에서 학생들이 직접 생각하고 느끼며 실천할 수 있는 1년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우리가 마주한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풀어나가기 위한 해결책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기업가정신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공영역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여러 기관과 손잡고 청소년 대상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기부 산하 창업진흥원은 2002년부터 융합형 창의인재 양성을 목표로 초 중 고생 대상 모의 창업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 비즈쿨’을 운영한다 .비즈쿨은 학교에서 경영을 배운다는 의미로 기업가 정신 이론 교육과 체험, 실습 교육이 병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창업진흥원이 비즈쿨 운영 학교를 선정하면 학교가 청소년 창업을 위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행 이후 약 3,700개 학교에서 비즈쿨을 운영했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대단과 운영하는 학생 창업유망팀 300 프로그램은 전국 학생 창업팀 300 곳을 선발해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멘토링을 진행하고 이다. SK텔레콤과는 앱 개발 경진대회 스마틴 앱 챌린지 개최를 통해 일선 교육 현장과 실전 경험의 접점을 마련하고 있다. 2011년부터 모바일, IT 분야 우수 인재 발굴을 육성하기 위해 시작한 해당 대회는 9년 간 전국 고교생 팀 2,895곳이 참가했다. 본선에 오른 수상팀 중 43개 팀은 실제 창업에 나서기도 했다.

◇초중학교부터 기업가정신 배우는 유럽,미국.. “국내도 빨리 시작해야”=유럽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정신 교육이 우리나라보다 활성화 돼 있다. 유럽위원회는 2006년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과정에서 아동과 청소년이 기업가 정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기서 제시된 ‘오슬로 어젠다’는 초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실천, 실습 중심의 교육 방법 개발 등 ‘교육시스템’과 기업가 정신 함양교육을 위한 ‘교사 양성’, 청소년과 청년의 성공 기업가 사례 소개 등 학교에서의 기업 활동, 현장 연계 구축 방안이 담겨 있다.

미국 또한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는 곳 중 하나다. 산업경제보고서에 따르면 30개 주 이상이 창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오와주를 비롯한 10개 주는 직업, 창업 관련 과목 교육을 법제화했다. 교육의 긍정적인 효과 또한 청소년 대상 기업가 정신 교육 활성화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 대비 창업을 선택하는 비중이 3배, 연평균 수입률이 27% 높은 걸로 조사됐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고 자란 미국 학생들은 가장 우수한 인재가 스타트업을 꿈꾸지만 우리나라는 꿈속에 창업이 없다”며 “어렸을 때부터 기업가 정신과 관련한 교육을 받아본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청소년층 대상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고 회장은 “국가가 잘 살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며 “우수한 인재가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어렸을 때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기업가정신 교육은 기업가정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창업을 통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세상에 변화를 만들어냈던 사람이 적합하다는 게 고 회장 의견이다. 고 회장은 기업가정신 교육을 인생교육에 빗대며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라며 “기업가정신 교육은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전 생애주기에 걸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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