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지금 명상 앱을 켜는 이유

“불안은 지나가는 손님이지 내 마음의 주인이 아닙니다. 불안은 스트레스가 가져온 자연스러운 반응이지,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나는 지금 안전하고 점점 평온해집니다.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입니다” 명상심리 앱 코끼리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혜민스님. 혜민스님의 장단에 맞춰 심호흡을 내쉰 지 몇차례, 약 10분 명상 코스가 끝난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소를 찾는 것은 옛말이다. 언제 어디서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명상이 가능해졌다. 명상 심리 콘텐츠가 손바닥 안으로 들어온 것도 한 요인이다. 덩달아 마음을 들여다보고 챙길 수 있는 기회도 이전에 비해 늘었다.

마음 돌봄에 집중하는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더부스 공동 창업자이자 전 신문기자 다니엘튜더 마음수업 대표는 지난해 8월 명상심리 앱 코끼리를 출시했다. 조직심리학 전문가 유정은 대표는 실리콘밸리 명상가 차드 멩 탄이 종교적 색채를 배제하고 만든 명상법인 마음챙김을 2016년부터 마보 앱에서 선보이고 있다. 매쉬업엔젤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한 루시드 아일랜드는 오디오 크리에이터와 손잡고 명상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끼리에서는 행복, 긍정심리, 힐링, 숙면, 우울 등 약 300여 개 명상심리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혜민스님이 헤드티처로, 곽정은 작가와 이해인 수녀, 정재열 청춘상담소장 등 유명 힐링 스타와 아티스트가 직접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다. 박재현 인생관리 소장, 알랙스 룽구 하이어셀프 소장 등 다양한 심리 전문가 협업을 통한 마스터클래스 온라인 수업도 진행한다. 출시 이후 18만 사용자를 확보한 코끼리는 2019년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니엘튜더 마음수업 대표는 코끼리앱을 ‘친구’에 비유하며 “요양원의 노인, 장애시설의 장애인 등의 취약 계층, 가사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주부, 교육 시설의 휴업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험생, 재택근무로 집중력과 생산성을 키우고자 하는 직장인이 모두 명상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며 “친구와 만나 수다 떨듯 코끼리 앱을 꺼내 듣고 나면 조금은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마음보기 연습의 줄임말인 마보는 매 주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단순히 몸을 이완, 휴식하는 연습에서 나아가 마음의 중심을 잡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연습하는 ‘마음챙김’에 집중한다. 유정은 마보 대표는 “마음챙김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고 허용하는 마음 상태를 훈련법을 기를 수 있다”며 “몸과 마음에서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알아차리고 현실과 관계 맺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3월 초 기준 마보 누적 가입자 수는 15만 명, 누적 콘텐츠는 270여 가지다.

콘텐츠는 기초7일, 14일 훈련 등 마음챙김 명상을 기초 원리부터 차근차근 익혀나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예컨대 7일 기초 훈련 후에는 기분, 상황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실시간 이용자 현황도 확인 가능하다. 명상 후에는 자신의 느낌을 남기고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이를 공유할 수도 있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마보유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서로의 고통을 나눌때 내면의 힘이 생긴다”는 게 유 대표 설명이다. ‘마보지기에서 물어보세요’에서는 심리학 전공자인 유 대표가 직접 사연을 소개한다.

두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는 수면과 관련된 콘텐츠다. 마보에는 ‘잠자기 전 이완바디스캔’이, 코끼리에는 잠이 잘 오는 명상, 잠으로 안내하는 바디스캔과 같은 콘텐츠가 인기다. 코끼리 측은 “다니엘튜더 대표가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동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전래동화 등이 인기가 좋다”며 “최근에는 숙면 전문가인 허정원 한의사와 숙면 수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명상 힐링 오디오 앱 루시드아일랜드는 오디오 크리에이터와 명상 콘텐츠를 전한다. 불안, 분노 관리, 육아, 자존감 키우기, 숙면 등 일상과 밀접한 주제의 콘텐츠를 팟캐스트처럼 손쉽게 골라 들을 수 있으며 매주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가 업로드 된다. 생활명상뿐 아니라 힐링에세이, 프리미엄 ASMR, 등 다양한 힐링 오디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눈치 보는 사람’, ‘어마에게 나는 어떤 딸일까’ 등 사용자가 공감할 수 있는 힐링 에세이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명상앱이 주목 받는 이유는 현대인이 만성적으로 안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과 맞닿아 있다. 유정은 마보 대표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지금 우리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정보들 때문에 늘 불안한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며 “매일매일 세상을 쫓아가기 위해 뛰다보면 늘 뭔가 내가 뒤처진 게 아닐까, 부족한 것 아닐까,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더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갈수록 중심을 잡기 위해 그 반대급부로 고요하게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인 명상은 더 필요해질 것”이라는 견해다.

기업에서도 업무 효율성 증대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명상에 주목하고 있다. 코끼리를 운영하는 마음수업 이윤정 차장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명상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인지적, 창의적 의사결정 능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갖는다”며 “지난해 52시간으로 근무제도가 개편된 이후 업무 효율을 향상해야 한다는 기업의 요구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 LG디스플레이, 라이나생명보험, 위워크 코리아, SK플래닛 명상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명상에 대한 유의미한 조사 결과도 최근 관심을 뒷받침한다. 유 대표는 “한국에서도 명상이 신비적, 종교적 영양이 아니라 과학적, 실용적 분야로 자리 잡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유 대표에 따르면 명상은 1910년대 히피 문화를 타고 동양에서 온 신비한 것으로 주목 받았지만 그 물결은 일부에 국한 돼 있었다. 2000년대 비로소 마음챙김 명상이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 분야로 자리 잡으며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 심리학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마음을 돌보는데 더 적극적이 됐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전에는 없던 불안이 사회에 퍼져있는 가운데 불안한 마음을 치유하는 명상를 내놓기도 했다. 마보와 코끼리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환자와 자가격리자, 의료진, 일반인을 위한 명상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했다.

유정은 마보 대표는 “장기적 불확실성으로 생기는 무기력감,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효능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마보의 코로나19에 대한 마음챙김 명상 콘텐츠에는 그 점을 중점적으로 담았다”고 전했다. 다니엘튜더 마음수업 대표는 “지금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며 주변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들을 찾아보거나,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기를 추천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각 콘텐츠들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나열하기보다는 ‘마음을 살피라는 마음’을 전한다. 이 중 혜민스님이 내레이션을 맡은 코끼리 SOS 힐링 명상 콘텐츠는 이렇게 끝이난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딜가시나 항상 보호 받으시고 인정받으시고 건강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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