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포트폴리오 전략 앞세운 ‘유니콘 요정’ 꿈꾼다

“유니콘 집어내는 ‘유니콘 요정’이 되면 좋겠다. 스타트업이 주인공인 이 생태계에서 업계 조연으로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돕는 것이 목표”

홍종철 인포뱅크 아이액셀 대표가 말했다. 홍 대표는 2000년대 특허 컨설팅 회사를 거쳐 2011년부터 인포뱅크 아이액셀 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인포뱅크 아이액셀은 2015년 출범한 인포뱅크 독립부서 중 한 곳이다. 같은 해 팁스 운영사로 선정, 2018년 중기부 액셀러레이터로 등록을 마쳤다. 현재까지 초기 투자를 진행한 곳은 100여 곳으로 투자 단계는 초기부터 프리시리즈A까지다. 투자 영역은 전 분야지만 인포뱅크만의 철학에 따른다. 홍 대표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기술, 마케팅 등 지원이 필요한 곳에 투자하는 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인포뱅크가 스타트업에 눈을 돌리게 된 건 2006년 기업메시징 B2B 서비스로 상장한 이후 기업 내부에 새 바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B2C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사내벤처도 운영해봤지만 지속성이 약하다고 봤다. 고민이 깊어지던 중, 프라이머 파트너사로 참가하며 스타트업과 만났다.

홍 대표는 “스타트업이 거의 목숨을 걸고 하는 게 보기 좋았다”고 기억했다. 이미 덩치가 커진 상황에서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결정하고 혁신을 이루는 것이 어렵다면 스타트업과 운명공동체로 동반 성장하겠다는 게 당시 결정이었다. 주연이 아닌 특급 조연을 자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인포뱅크 아이액셀은 강력한 특허(IP) 포트폴리오 구축을 내세운다.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시작부터 최대한 많이 특허로 방어막을 만들어놓고 시작한다는 취지다. 사업초기부터 스타트업과 머리를 맞대고 최소 30개부터 많으면 100개까지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스타트업이 성장할수록 특허가 기업가치를 높이고 사업을 보호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현재까지 90여개 기업과 약 1,300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홍 대표는 “투자를 결정할 때 아이템, 시장, 팀이 주로 검토하지만 진입장벽 또한 중요시 살핀다”며 “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 후발 주자나 대기업 경쟁사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는 경쟁사 진입을 차단하거나 늦추는 방어막으로 작용한다.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특허를 무효화하기 위한 소송 등을 진행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자원과 시간을 막대하게 써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 총대를 매고 특허를 무효화한다고 하면 다른 기업들도 그보다 노력을 덜 들이고 시장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모든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특허를 무효화한다 해도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촘촘히 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 유치에도 유효한 수단이다. 후발주자 진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면 기업 가치 또한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는 견해다. 홍 대표는 “예를 들어 단일 서비스로 특허 300개를 보유한 기업은 2년 만에 기업가치 400억을 돌파했다”며 “미국에서는 M&A 시 첫번째로 고려하는 게 특허 포트폴리오 유무다. 있고 없고의 차이가 가업가치 10배, 100배를 좌우한다”고 했다. 현재 인포뱅크 아이액셀이 위치한 건물에는 특허 사무소와 특허컨설팅이 자리잡고 있다. 홍 대표는 “덕분에 스타트업과 특허 관련 문제를 풀어야할 경우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스타트업과 외부 전문가의 만남을 주선하는 런치 2.0, 매 달 새로운 주제로 열리는 멘토링 프로그램, C레벨 모임인 ixl, 밸류애드 프로그램 등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매년 6차례 IR을 통해 벤처캐피탈 심사역과 투자 유치를 필요로 하는 기업 4~8곳을 한 자리에 모으고 투자 유치 발판을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투자한 100개 기업 중 후속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65곳으로 팁스 팀은 35곳이다.

인포뱅크 아이액셀은 올해도 20개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30억 원이다. 지난해 개인투자조합 1호를 조성하며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출범도 염두에 두고 있다. 홍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 발굴, 지원을 통해 쌓인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는 마이크로 CVC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움츠렸다 뛰는 개구리가 멀리 뛴다. 너무 움츠리면 넘어져서 뛰지 못하니 지금 시점에는 내 안을 한 번 들여다보고 내실을 다질 수 있길”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스타트업의 대외활동이 줄어든 가운데 홍 대표는 “지금까지의 사업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 놓친 것이나 중요한 점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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