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펫시팅’ 스타트업에 주목

short-coated brown dog on body of water

펫테크 분야의 스타트업들은 다른 여느 분야가 그러하듯이 북미 그중에서도 미국이 투자유치 규모와 시장성과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선도하고 있으며 유럽이 그 뒤를 먼발치에서 따르는 형세이다. 매년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펫테크 분야는 크게 보아 ▲펫시팅 ▲사료 ▲장난감 ▲헬스케어의 네 가지 분야로 나뉘며 그 외에 독특한 분야에서 선전하는 기업들이 일부 포진하고 있다.

시장의 규모 자체는 반려동물 사육두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와 고양이만 하더라도 전세계 최대 규모이자 40%에 달하는 2억 마리에 육박하며(전세계 개고양이 숫자는 5억 마리 내외) 매년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고양이 사육두수(9600만 마리)가 개(9400만 마리)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개와 고양이 이외에도 앵무새를 비롯한 조류와 소동물, 양서 파충류가 전체 사육자 및 사육두수(또는 시장 규모)의 20% 내외를 점하고 있는 것이 특기할 사항이다. (우리나라는 개와 고양이가 전체 시장의 90% 내외를 점하고 있으며 최근 양서파충류나 조류 등이 조금씩 기존 양강구도를 잠식하고 있다.)

사육두수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용호상박의 기세를 보이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는 점 역시 흥미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이는 이른바 고양이의 비현시성(invisibility of cats) 문제 즉, 고양이는 개와 달리 보통 집안에서만 키우고 사육자가 주로 여성인 관계로 사업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이 고양이 시장의 존재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사업의 아이템으로 발탁하는 경우가 낮은 경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Catlog(고양이 전용 웨어러블 제조사)처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고양이 전문 스타트업들의 창업자 대부분이 여성인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2020년 말을 기준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펫테크 스타트업은 주로 독 워킹(dog walking)을 비롯한 펫시팅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Rover, Swifto, BorrowMyDoggy, WagHotels, Dog Hero, Gudog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애견호텔이나 독워킹 즉, 개를 산책시키는 것을 주된 비즈니스모델로 삼고 있다. 이중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영국에서 시작된 BorrowMyDoggy인데, 개를 키우고 싶지만 여건문제로 키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잠시 개를 빌려서 산책하고 돈을 벌 수 있으며, 동시에 개를 키우고 있는 사람은 낮은 비용으로 개 산책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모델을 구성하고 있다. 어찌 보면 단순히 개를 산책시키는 Rover나 Swifto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을 조금 비틀어서 개를 빌린다는 개념을 창안한 것이 재미있다. 영미권 이외에 브라질(Dog Hero)이나 스페인(Gudog)과 같은 지역에서도 펫시팅 관련 스타트업은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받는 분야는 사료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4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Farmer’s Dog이다. 회사의 명칭이 드러내듯이 신선한 재료로 만든 영양가 넘치는 음식(사료가 아닌 음식임을 주목하자!)을 만드는 회사이다. 비슷한 맥락의 회사로는 2017년 설립된 Wild Earth 등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미국인의 36%가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생일선물을 주고 27%가 전문 사진사를 고용하여 반려동물의 초상사진을 찍으며 90%가 동물을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통계를 볼 때 이러한 스타트업의 발흥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반려동물 용품, 그중에서도 장난감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평범한 장난감은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반려동물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4년 설립된 반려동물용 교감형 장난감(일명 행동풍부화용 장난감) 전문 스타트업 Ruppod나, 같은 해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반려동물용 장난감 구독 서비스 Snuffel Box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고도화되어 Go Dogo 같은 개 전용 텔레비전 회사로까지 분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규모가 작으나 기술 발전 상황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을 살펴보자. 대표적인 사례는 텔레메디슨 솔루션을 제공하는 Vethem과 Vetsourcr같은 수의사와 사육자의 연계 서비스, 앱을 통한 건강관리 솔루션인 Fuzzy Pet Health 등이 있다.

앞서 살펴본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 이외에도 다양하고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이중 가장 흥미로운 케이스는 바로 Scratchpay일 것이다. 이 회사는 동물병원비 즉 동물병원비를 신용카드 없이 결제하는 서비스 즉, 핀테크와 펫테크를 결합시킨 비즈니스모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사육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트 앱(Dig, Tindog 등)도 펫테크 스타트업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을 성장시키지만 동시에 시장이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유도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반려동물 선진국 중심의 펫테크 스타트업 업계는 무한히 성장 중이다. 미국 1개 국가가 전체 반려동물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유럽이 다시 그 나머지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반려동물 분야에만 한해에 500억 달러(한화 약 60조원) 남짓을 지불하고 있다. 전세계 반려동물 시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놀라운 기세로 성장 중이며 그 한가운데에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놀라운 성장세의 스타트업들이 존재한다. 선발주자가 있다고 낙담할 필요는 전혀 없다. 시장이 워낙 빨리 성장하며 동시에 고도화되고 있기에 여전히 펫테크 분야에는 새로운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펫테크 스타트업에 주목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사람을 대상으로 지난 십여 년간 연구되어온 디지털 헬스케어는 반려동물을 만나 오히려 꽃을 피우는 모양새다. 사람의 경우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더 높은 소비자효용을 얻을 수 있는 범위가 만성질환, 퇴행성질환 등에 국한되는 측면이 있으며 면대면 방식의 헬스케어를 뛰어 넘어야 하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정은 사람용 디지털헬스케어의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의 허들이다. 하지만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며 보험범위가 매우 제한적인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진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오히려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경우보다 더 큰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인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며 이미 미국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 반려동물의 숫자가 어린아이보다 많다는 통계는 현재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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