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상장, 2023년부터 주의해야 하는 것 3가지

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이거나 IPO 업계의 관련된 사람에게는 초미의 관심사가 있다. 바로 ‘표준 기술평가모델’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올해 초 표준 기술평가모델(이하, 표준 모델) 개발을 선언했다. 거래소는 당초 8월까지 연구 용역을 마치고, 2022년 4분기부터 표준 모델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직 표준 모델의 구조나 개선 방향을 다룬 통쾌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그래서 거래소가 최근 개최한 세미나에서 필자가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간략하게 나마 공유해 보고자 한다. 알고 있겠지만 거래소는 2021년도에도 평가항목을 크게 개편한 적이 있다. 그때에도 필자를 포함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기술특례상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서 다양한 의견의 칼럼을 작성했었다. 당시의 자료와 비교해서 본다면 더 좋을 듯하다.

1. 중복, 상충되는 평가항목들을 통폐합하여 18개로 재편한다.

앞서 말했지만 거래소는 2021년도에 한차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의 평가 항목을 개선한 적이 있다. 명분은 기술평가 항목을 정비하고 항목별 평가 내용을 구체화하여 기술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때에는 26개의 평가항목을 35개로 늘렸다.

일례로 기술의 완성도 평가 시 기술의 완성도, 기술의 자립도(확장성), 기술의 모방 난이도를 평가하였다면, 기술 진행 정도와 기술의 신뢰성을 추가로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기술의 경쟁우위도 평가의 경우 주력 기술 혁신성, 연구개발 투자 현황, 전략을 추가로 따져보도록 했었다.

그런데 표준 모델 개발 과정에서는 이점을 오히려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과도하게 세분화된 지표로 인해서 중복이거나 서로 상충되는 평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평가 항목은 늘었지만, 항목별 정의나 세부 평가 지표가 미흡하여 평가체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지표도 다수 있었다는 문제도 거론되었다.

똑같은 이유이지만 이번에는 다시 평가 항목을 줄였다. 표준 모델은 문제되는 평가 항목들을 통합하거나 재배치하였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기술의 확장성이 기술의 자립도와 분리되어 기술의 경쟁우위도의 세부 항목으로 이동한다. 서로 중복되는 주력 기술의 차별성과 혁신성을 통합하여 주력 기술의 차별성만 남겼다. 기술제품의 수명, 기술관련 지식재산 관리는 기술의 모방난이도로 통합하였다.

평가 항목의 재편 과정에서 일부 항목의 명칭을 수정하기도 하였다. ‘기술 인력의 수준’을 ‘기술개발 환경 및 인프라’로 수정하고, ‘기술제품의 상용화 수준’을 ‘제품/서비스의 사업화 수준’으로 수정하고, ‘기술 제품의 시장 규모 및 성장 잠재력’을 ‘목표 시장의 잠재력’으로 수정하였다.

2. 바이오, IT, 서비스 등 산업과 기술 특성을 고려한다.

전통적으로 기술특례상장은 바이오 의약품의 전유물이었다. 최근에는 AI/빅데이터, IT, 의료기기(헬스케어), 콘텐츠 등 다양한 업종들로까지 확장하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하는데.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통과한 비바이오 분야의 기업들은 많은 고난과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종래에는 산업이나 기술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평가 항목을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많이 알려진 대로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 라이선스 아웃 실적, CMO/CRO 파트너십 여부 등이 주요한 평가 지표인데, 이를 AI나 IT 등에 교차 적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AI 기술의 경우 AI 알고리즘이나 모델의 경쟁력, 데이터 저장/처리/분석 기술의 차별성, 컴퓨팅 인프라 확보 수준 등이 대표적인 평가 지표인데 이를 다른 기술 분야에까지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평가 기관이 임의로 대체 평가 지표를 적용하기도 어려웠다.

이 같은 문제 인식에 따라 표준 모델은 산업과 기술 특성에 따라 평가 관점을 다각화했다. 바이오 외의 헬스케어, IT, 제조, 에너지 등 업종별로 상이한 핵심성공요인(Key Success Factor)을 평가 방법에 반영한 것이다. 종래에는 업종 구분 없이 모든 평가 항목의 가중치가 일률적이었다. 그러나 표준 모델에서는 기술성과 시장성이라는 가장 큰 대항목부터 가중치가 달리 적용될 예정이다.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기술성 비중이 65%로 높은 반면 서비스를 비롯한 기타 산업의 경우 시장성이 65%로 더 큰 비중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말이다.

나아가 표준 모델은 평가지표를 모듈화 하였다. 크게 산업 평가지표와 기술 평가지표로 나누어 개발하고, 이를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의약품의 경우 바이오 의약품 산업 평가지표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AI 의료기기라면 바이오 의료기기 산업 평가지표에 AI 기술 평가지표를 추가하여 함께 활용할 수 있다. 핀테크 분야라면, IT 산업이면서 서비스 산업에도 속하기 때문에 두 가지의 산업 평가지표를 모두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3. 가이드라인이 도입되어 일관된 평가가 가능해진다.

거래소가 종래 평가기관에 제공한 것은 평가 항목 위주의 지침이 전부였다. 평가 항목별 해설과 유의사항이 마련되어 있었으나 어떤 평가지표를 선택해야 하고, 어느 평가지표가 중요도가 높은 지 등 명확한 가이드는 없었다. 이렇다 보니 경험이 적은 평가기관은 선뜻 평가에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거래소가 제공한 2021년도까지의 누적 통계에 의하면 상위 4개 평가기관이 전체 평가 물량의 60%를 소화하고 있다. 연구가 본업인 정부출연연 소속의 평가기관의 경우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경험이 적은 평가기관을 배정받은 피평가 기업 입장도 생각해 보자.

이번에 만들어지는 평가 가이드라인은 각 평가 항목별 정의, 평가목적, 평가방법 등을 담을 예정이다. 평가기관은 평가 가이드라인을 해설서 삼아서 보다 신뢰도 높고 안정적인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다.

특이한 점은 각 평가항목 별로 공통 평가지표와 선택 평가지표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평가의 신뢰성 및 일관성과 함께 평가기관의 자율성 및 전문성을 모두 고려한 조치이다. 공통 평가지표는 이름대로 평가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지표이다. 선택 평가지표는 산업 및 기술의 성격에 따라 평가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평가기관이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

여기까지 늦어도 2023년부터는 도입될 표준 모델과 관련하여 주의해야 3가지를 알아보았다. 신라젠 사태 등의 책임을 나눠 받은 거래소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표준 모델의 도입으로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최근 종래의 평가모델로 기술평가를 직접 경험한 필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거래소는 표준 모델의 적용을 강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과연 평가 기관 입장에서 거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거래소는 표준 모델이 적용되지 않은 평가서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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