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덮는 방향제의 대안, 흡착식 탈취제 시장을 열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홀썸브랜드와 함께 생활에 밀접한 유망 이커머스 브랜드 창업자들을 만나 진심을 듣습니다. 소비자의 더 나은 일상을 위한 기술과 제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소개합니다.

탈취제와 방향제는 다르다. 탈취제는 악취를 없애는 역할을, 방향제는 향기를 입히는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취향껏 좋은 향의 방향제를 골라 사용하지만, 각자의 공간에서 방향제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란 쉽지 않다. 디퓨저든 향초이든 인센스 스틱(막대 향)이든, 방향제가 만들어내는 향은 결국 실내 공간 속에 뒤섞인 ‘잡내’ 중 하나가 될 뿐이니까.

<아로마틱랩 임중섭 대표>

지난 16일 인천 연수구 사무실에서 만난 아로마틱랩 임중섭 대표는 방향에 앞서 탈취의 중요성을 전파해 온 사업가다. 진명종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와 함께 피마자유 유도체 기반 탈취제를 상품화했고, 이커머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파우치형 탈취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향으로 덮지 않고 악취 근본 원인을 제거한다’는 그의 탈취관(?)을 들어 봤다.

◆ 악취 흡착식 분말형 탈취제 시장을 열다

“저는 어릴 때부터 냄새에 예민했어요. 남들은 잘 못 느끼는 작은 악취에도 두통을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탈취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진 교수님을 만나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사업에 도전하게 됐죠. 기존 탈취제 시장은 스프레이나 액상 형태의 방향제가 대부분이었는데, 정작 탈취력으로 승부하는 제품이 거의 없었거든요. 기술력을 가진 탈취제라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처음으로 분말형 탈취제를 선보였다. 진 교수는 피마자오일, 티트리오일 등 식물성 오일 금속착체와 전분을 조합해 작은 알갱이 형태의 탈취제를 개발했고, ‘접착성을 지닌 고성능 냄새 제거제’로 특허 등록까지 마친 상태였다. 이렇게 만든 조성물은 다양한 공정을 통해 페이스트, 필름 등 여러 형태로 응용할 수도 있었다. 임 대표는 진 교수의 연구 성과를 함께 검증하며 제품 출시를 기획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 탈취제와 원리부터 다른 근본적 탈취 효과에 더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진 교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가루 제형 탈취제 개발이 완료된 상태였어요. 교수님은 화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앙케반테 케미’에서 ‘이달의 우수논문’으로 선정될 만큼 학계에서 인정받는 분이었는데,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시는 점이 존경스러웠어요. 저는 교수님이 개발한 탈취제를 이해하고, 실생활에 맞춰 테스트하고, 가치를 소비자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반응을 살피는 데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멜탄이란 브랜드의 정체성이 형성됐죠.”

◆ 우리가 몰랐던 ‘무향’의 가치

스멜탄 탈취제의 탈취 원리는 자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공기 중 떠다니는 악취 입자를 빨아들여 제거하는 방식이기 때문. 그래서 임 대표는 향으로 덮는 마스킹(Masking) 방식의 방향제가 아닌, 냄새를 포집하는 흡착 방식의 탈취제란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피마자유에서 추출한 리시놀레산과 기능성 폴리머파우더를 조합한 스멜탄은 악취 원인인 수분과 곰팡이균을 흡착 제거하는 데에 효과적이었기 때문.

“시중에 분말형 탈취제가 거의 없다보니 처음엔 시장에 접근해 가치를 설명하고 수요를 찾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반려동물과 담배, 요리 등 악취 요소나 새차, 새집, 화장실, 주방 등 공간에 따라 환경을 세분화해 소비자에게 접근했죠. 탈취 효과가 높고 오래간다는 점을 인정해주시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좋은 향이 난다’는 직관적 가치를 넘어 ‘무향’의 가치를 증명한 건 스멜탄이 거둔 가장 큰 성과다. 향을 체감하는 건 쉽지만 ‘향이 없는 상태’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 그래서 스멜탄의 주 소비자는 악취로 고통받아 온 사람들, 탈취에 진심인 얼리어답터들이었다.

“탈취제 본연의 역할은 당연히 악취를 없애는 거예요. 좋은 향을 내는 건 그 다음 문제에요. 방향제 향은 화장실 소변냄새나 담배냄새 등 주변 잡내와 섞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악취를 제거하는 탈취제와 향을 내는 방향제를 함께 사용하면, 잡내 없이 깔끔하고 기분좋은 향을 맡을 수 있어요. 좋은 향을 오롯이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임 대표가 스멜탄의 탈취 기술을 디퓨저에 적용한 건 그래서였다. 피마자유 유도체를 액상 방향제 형태로 발전시키면 탈취와 방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악취 흡착 없이 향으로 덮는 기존 디퓨저에 탈취 기능을 더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로마틱랩이 재단법인 F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한 테스트 결과, 스멜탄 탈취 디퓨저는 일반 에탄올 베이스 디퓨저 대비 공기 중 암모니아 제거율이 약 7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향제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탈취제보다 높아요. 탈취제의 효과는 ‘없어져야’ 느낄 수 있지만, 방향제 향기는 ‘여는 순간’ 체감할 수 있으니까요. 스멜탄 탈취 디퓨저를 선보인 건 좋은 향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도 탈취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어서였어요. 악취 흡착 기능을 가진 디퓨저는 지금까지 없었으니까요.”

◆ 탈취를 넘어 모든 일상에 이롭게

임 대표에게 스멜탄은 그저 ‘돈이 되는’ 사업 아이템이 아니다. 인하대 화학공학 전공 대학원생이기도 한 그는 생활 속 ‘안전한 화학’이 가진 가능성을 굳게 믿고 있다. 피마자유에서 추출한 리시놀레산 등 천연 유래 화학성분을 사용하되,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 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 등 유독 물질 원천 배제한 것도 그래서다.

“화학의 ‘화’는 ‘될 화’자를 써요. 화학은 반응을 예측하는 학문이고, ‘A와 B를 더하면 좋은 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연구하는 학문이죠. 화학물질이라고 하면 무조건 위험하고 나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은 그렇지 않아요. 안좋은 화학물질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거든요. 기본적으로 화학물질은 자연 원료보다 더 통제되어 있어요. 조향 전문가들을 만나면 천연 아로마가 화학 성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해요. 화학물질은 분석과 통제 가능하지만, 천연 물질은 분석과 통제가 어려운 경우가 왕왕 있거든요.”

탈취의 가치를 입증한 임 대표의 도전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과거 의류 쇼핑몰, 중고거래 플랫폼 등 여러 사업을 추진했던 그는, 이제 제품이 아닌 ‘소비자’에 시선을 둔다. 좋은 기술이나 유용한 제품을 발굴해 소비자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소비자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가치를 발견해 눈앞에 보여주는 게 그의 모토다.

“좋은 사업가는 소비자에 집중해야 해요. 자신이 바라보는 소비자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문제에 처해 있는지 알아야 하죠. 더욱이 생활화학제품이라면 제품 본연의 가치를 소비자의 일상 속에 녹여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저한테 스멜탄은 소비자의 일상에 유용한 가치를 제안하는 좋은 사례였죠.”

이런 임 대표에게 있어 인생의 가장 큰 가치는 ‘공감’과 ‘스토리텔링’이다. 주변 지인과의 관계가 됐든 고객과의 관계가 됐든, 그가 “좋은 공감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유익함을 나눌 때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유다.

“살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사회에 더 많이 행복을 나누고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 저한테 그걸 제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사업이니까, 앞으로도 사업가의 길을 걸으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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