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의 영업비밀, 정말 영업비밀일까? (영업비밀 시리즈1)

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이수현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꾸준한 노력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켜 오며 회사의 핵심 기술을 완성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아온 중견기업의 CEO A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며 회사를 퇴사한 연구 부서의 임원 B가 마음에 걸립니다. 그동안 회사의 성장을 위하여 함께 힘써온 임원 B에게 더 많은 보수 및 지원을 약속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이유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회사를 퇴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경쟁업체에서 우리 회사와 비슷한 상품이 출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회사로 임원 B가 이직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B에 대한 배신감도 잠시, A가 회사의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데 우선, 우리 회사의 영업비밀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건 맞을까요?

CEO A의 사례와 같이 영업비밀이 침해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몇 차례의 칼럼을 통하여 영업비밀의 정의 및 요건, 그리고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하여 회사가 어떠한 체제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며, 본 칼럼에서는 영업비밀의 정의 및 그 요건 중 비공지성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영업비밀의 정의

우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경쟁행위 및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의미합니다.

법률상 조항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정보가 ① (비공지성)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여야 하고, ② (경제적 유용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져야 하며, ③ (비밀관리성) 비밀로 관리된 정보여야 한다는 3가지 요건을 충족하여야만 합니다.

 

 

만약 위 3가지 요건이 충족되기만 한다면 지식재산권으로 반드시 등록되어 있지 아니하더라도 회사는 영업비밀에 대한 제3자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그에 따른 손해액을 추정받을 수 있거나(부정경쟁방지법 제11조, 제14조의2),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하려는 제3자의 행위에 대하여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동법 제10조 제1항). 그 뿐만 아니라 부정한 방법 등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등을 저지른 이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동법 제18조 제2항).

그러나 의식적으로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무상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미 우리 회사의 핵심 기술 등의 정보가 유출되어 이와 관련하여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대해 소송을 하고자 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법원에서 우리 회사의 기술 및 정보에 대하여 영업비밀이라고 판단받기란 어려울 수 있고, 그러므로 사전에 영업비밀의 요건을 파악하여 그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2. 영업비밀의 상세 요건 – 비공지성에 대하여

영업비밀의 요건 중 비공지성(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이라는 것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이며, 그 정보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자 등 이를 가지고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지 않은 것(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8278 판결)을 말합니다.

이 때 비밀정보의 비공지성에 대하여 특정 정보가 그 보유자의 영업비밀이라고 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비밀을 유지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그 기준을 확인할 수 있는데, 우선 당연하게도 보유자가 비밀로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해 정보의 내용이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을 때에는 이는 영업비밀이라고는 할 수 없고(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2다60610 판결), 영업비밀의 상대성과 관련하여, 영업비밀은 절대적인 비밀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제한된 범위의 사람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밀유지의무로써 제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한 비공지성이 있는 것(서울중앙지방법원 2015.8.21. 선고 2014가합43866 판결)입니다.

또한 영업비밀의 습득에 있어 시중에 출시된 경쟁자의 제품 등에 대한 역설계 등을 통하여 그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훨씬 빈번해져, 이처럼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분해 및 분석 등의 과정을 통해, 즉 역설계로 취득가능한 정보라고 해도 기존 제조사의 비공지성이 인정되어 영업비밀의 요건이 갖춰질 수 있는가? 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가 제시되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법원은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사건에서, 원고가 오랜 시간과 인적, 물적 시설을 투입하여 기술정보를 연구, 개발하여 왔고, 그 정보가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그 내용의 비밀성이 충족되었고 꾸준한 비밀관리가 이루어져 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때, 원고 회사가 외국의 잉크제품을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이 사건 기술정보를 보유하게 되었다거나, 역설계가 허용되고 역설계에 의하여 이 사건 기술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기술정보가 영업비밀이 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와 같은 판시를 고려하면 설사 제3자가 회사의 제품에 대한 역설계를 통하여 기술 정보를 획득할 수 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해당 정보에 대한 비공지성이 결격되어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18도4794 판결에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통상적인 역설계 등의 방법으로 쉽게 입수 가능한 상태에 있는 정보라면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서는 통상 입수할 없는 정보(즉, 비공지성이 유지되고 있는 정보)라고 보기 어려워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판시한 바 있어, 역설계를 통한 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역설계를 통하여 입수할 있는 정보의 비공지성이 부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이지 않고 통상적인 역설계의 방법으로 쉽게 입수 가능한 정보라면 이는 비공지성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본 판례에서 법원은 피해자 회사 제품의 구조와 원리, 주요 부품의 명칭, 그 결합관계, 기본적인 형상과 도면이 이미 특허출원을 위한 공개특허공보에 의해 모두 공개된 점, 그 제품들 모두 쉽게 분해 및 재조립이 가능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점, 각 부품의 구체적인 사양에 관한 데이터도 각 부품의 제조사를 통해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 등 기타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자료들 각각에 포함된 개별 정보의 비공지성이나 개별적 유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 이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를 고려할 때 만약 시중에 이미 출시되어 판매가 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영업비밀을 주장하고자 할 경우, ‘설사 역설계를 통한 정보 획득이 가능하더라도 그 정보 획득에 상당한 시간 및 노력,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 대한 입증 여부가 영업비밀의 비공지성을 충족시키는데 있어 향후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결 론

비공지성의 경우 영업비밀의 다른 요건, 특히 첨예하게 다투어지는 비밀관리성(중소기업의 정보 관리 체계상, 비밀관리성이 인정되기가 어려운 실무적 상황 때문입니다)과 함께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영업비밀의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이번 칼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법원의 판시 경향을 고려한다면, 실제 영업비밀 침해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우리 회사의 제품에 대한 역설계가 상당한 시간 및 노력,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추후 비공지성 요건을 인정받기란 실무상 어려울 수 있고, 그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제품 출시 전 단계부터 특허 출원 또는 다른 권리 등록을 통하여 우선적으로 제품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여 다른 방식으로 대응을 고려하는 것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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