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9편] 훈련된 컨트롤타워의 힘, 한진해운

Source:http://www.flickr.com/photos/99472898@N00/470024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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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사람이 한다. 훈련된 사람들이 모여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든다.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두뇌 조직을 컨트롤타워라 한다. 모든 상황 정보, 전문성, 커뮤니케이션과 지휘역량들이 이곳에 집중된다. 지속적 고민과 훈련으로 단련되어 위기 시 실제로 살아 움직인 컨트롤타워가 있었다. 한진텐진호 위기를 관리 한 한진해운의 이야기다.

2011년 4월 21일 새벽 5시 15분. 인도양을 지나던 한진해운의 6500TEU급 컨테이너선 한진텐진호가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당시 한진텐진호를 지휘하던 선장은 해적이 침입해 선내 보안 경보가 울리자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게 직접 조치한 뒤 모든 선원들을 대피시켰다. 동시에 한진텐진호에서 발신된 즉시위험신호(SSAS)는 한진해운과 국토해양부 상황실로 발신돼 합동참모본부에 보고됐다.

그 새벽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여의도 본사로 이동해 곧바로 설치된 사내 비상상황실에 들러 자세한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처리하라고 비상상황실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직후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부장급 직원 두 명을 국토해양부와 외교통상부로 파견했다. 선박 위기 관리에는 정부와 한진해운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한진해운 소속 선박과 선원 관리를 하는 자회사인 부산의 한진SM(Ship Management)에도 상황실을 설치해 화상회의로 상호 정보를 공유 했다. 이 또한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진 그대로였다.

비상상황실의 실장은 매뉴얼에 따라 김영민 사장이 맡았다. 최 회장도 계속 상황실에 머무르며 전문가 그룹의 위기관리 실행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상황관리 활동과 함께 여러 외부 협력 정부 기관들과 언론은 물론 내부 직원들과도 컨트롤타워인 비상상황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관리 활동들을 진행했다.

평소 선상에서 실시한 대응훈련 그대로 한진텐진호 선장과 선원 전원은 평소 마련된 시타델(citadel)로 피신했다. 시타델이란 해적의 공격으로부터 차단된 채 준비해 둔 비상식량 등으로 적어도 며칠간은 버틸 수 있는 선원 피신용 특수시설이다. 이미 정부 규정에 따라 그 시설을 마련했었고 이를 기반한 비상사태 매뉴얼을 현장에서 모든 선원들이 오차 없이 따라 실행 한 결과였다.

선원들의 신속한 피신 실행, 한진해운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운용, 군, 국토해양부, 외교통상부들과의 협업이 곧 빛을 발했다. 사고 발생 후 2시간 후 청해부대의 최영함이 사고 현장으로 기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공격팀이 수색작업을 펼쳤고, 해적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시타델에 숨어 있던 선원들을 구출하며 위기상황은 14시간만에 조기 종료 되었다.

이런 일사불란함에는 한진해운이 실행해 온 상시 위기관리 대응 훈련의 힘이 컸다.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실제 상황을 상정 해 서울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부산의 한진SM, 사고 현지 그룹 그리고 해당 선박을 잇는 다각적 위기대응 활동들을 지속 시뮬레이션 해 본 덕분이었다.

대부분 기업들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책장 속에서 잠을 잔다. 그 매뉴얼의 존재도 모르는 임원들과 직원들이 태반인 회사들도 부지기수다. 당연히 해당 매뉴얼이 실제 운용 가능할지 시뮬레이션 해 본적도 없다. 현장에서의 훈련은 바쁘다 번거롭다는 이유로 종종 생략되거나 약식으로 해결한다.

그런 기업들과 달리 한진해운 최고경영진들과 핵심 업무 담당자들은 반복적으로 위기를 시험했다. 평시에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다같이 경험을 쌓아왔었던 것이다. 이 분명한 다름이 위기상황에서 결과의 다름을 만들어 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일부 지적이 우스워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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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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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pAMX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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