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당장 소셜라이즈(socialize)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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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rishibando/4660452869/
이야기 하나. 한밤중 노인이 길을 가다 한 소년을 발견했다. 그 소년은 밝은 가로등 아래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듯 보였다. 노인이 물었다. “무엇을 찾고 있는 거냐?” 소년이 답했다. “동전을 떨어뜨렸는데요.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여기 어딘가 있을 텐데…” 노인이 함께 동전을 찾아주기 위해 두리번 거리며 물었다. “이 곳에서 동전을 떨어뜨린 거구나?” 소년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아니요. 저기 길 건너편에서 동전을 떨어드렸어요.” 노인은 길 건너편을 바라보면서 소년에게 다시 물었다. “아니, 근데 왜 저기에서 동전을 찾지 않고, 여기에서 찾고 있어?” 소년이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저쪽은 가로등이 없어 어둡잖아요.”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면서 종종 떠오르는 이야기다. 최근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위기들은 많은 부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상에서 성장하고, 확산되고,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 사실에 대해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업 차원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주저한다.

일부 기업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고객층은 소셜미디어를 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소셜미디어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맞다. 마케팅이나 영업, 프로모션적인 측면으로서는 옳다. 고객들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진행하는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상황이나 현실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갑자기 여러 소셜미디어 공간에 생성되고 존재하게 된다. 이들에 대해 회사는 어쩔 수 없이 침묵하게 된다. 단순하게도 ‘입’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사장님은 소셜미디어를 상당히 혐오하세요. 조중동이나 방송3사 이외에는 언론으로 치지도 않으세요. 그래서 소셜미디어를 시작하자는 제안은 힘듭니다.” 괜찮다. 그렇게만 회사가 잘 되어가면 문제 없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해도 ‘조중동과 방송3사에만’ 신경을 쓰실 수 있으실 지가 문제다. 그 일부 오프라인 언론에서만 다루어지지 않으면 괜찮은 위기가 얼마나 될까 하는 거다. 위기 시 모르는 게 약이 되면 절대 안 된다.

또 어떤 기업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마케팅에서 열심히 트위터를 하고 있어요. 상당히 열심이고, 업계에서도 경쟁력 있다 평가 받고 있어요. 이렇게 잘 성장시켜 놓은 트위터 자산을 위기 시 부정적인 이슈들로 물들이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이해한다. 최근 기업 소셜미디어 담당자들을 보면 해당 계정들을 마치 자신의 자식과 같이 아끼고 애정을 쏟고 있다. 그런 애정 어린 계정들이 하루 아침에 살벌하고, 무서운 대화들로 범벅이 되는 것을 꺼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침묵하는 것은 더 살벌하고 무서운 행위다. ‘소셜미디어를 잘하고 있다’는 기준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왜 기업들은 이 문제의 소셜미디어상 위기관리에 주저할까? 왜 그런 환경을 정확하게 분석 이해하고, 이에 상응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못할까? 왜 내부에서 공감대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기력이 없을까? 이런 대화를 하면서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가 ‘밝은 가로등 아래에서 잃어 버린 동전을 찾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다. 익숙한 것에서만 솔루션을 찾는 모습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의사 결정한다.’ 모든 CEO는 그렇다. 내가 이해하기 힘든 이슈들에 대해서는 그 만큼 관심도 적게 가질 수 밖에 없고, 그에 대한 심도 있는 의사결정도 꺼려지게 마련이다. 가능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분야에서만 솔루션을 찾으려 하고 의사결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한다. 소셜미디어.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자들에게 익숙한 주제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익숙해 질 주제가 못 된다.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소외 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동전(성공적인 위기관리)은 찾고 싶지만, 가능한 밝은(스스로에게 익숙한) 곳에서만 동전을 찾으려 하는 모습을 기억하자. 동전(성공적인 위기관리)이 떨어져있는 저 어두운(스스로에게 낯선 소셜미디어) 곳에는 가기도 싫고, 별반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거다. 결국 동전은 찾지 못하고, 힘만 들게 마련이다.

“모든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해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필자는 “노(No)”라고 답변하곤 한다. 하지만 단서가 하나 붙는다. ‘어떠한 위기 시에도 소셜미디어상 이해관계자들과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면 그렇게 하라 조언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 있게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하는 확신이 있다면 소셜미디어를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최근 여러 기업들의 소셜미디어상 위기를 보면서 소셜미디어 담당자들은 “우리 회사가 지금 이런 유사한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 지금 저 회사보다 더 잘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 공통적인 문제는 이런 질문에 ‘솔직히 자신이 없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다. 당연하다.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어느 한 개인의 역량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사적으로 소셜미디어상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사회(society)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사회 구성원들 즉, 우리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어디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고, 서식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소비자 시각에서 벗어나 위기관리의 핵심인 이해관계자들을 떠 올려 보자 하는 거다. 모든 기업은 사회 속에서 생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화(socialize)는 어쩔 수 없는 필수 활동이다.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시작해야 하고, 잘해야 하고, 또 위기 시 그 속에서 대화를 전개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밝고 어두움. 즉, 익숙함과 낯섦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과연 동전이 어디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지는 한번 기억해 보자 하는 이야기다.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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