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개의 트윗을 날렸다.
예전부터 항상 궁금했었다. 휴대폰 기술이 그렇게 발달한 한국에서 몇 번을 시도해도 스마트폰이 먹히지 않았는데, 왜 기술 도입이 느리고 뒤떨어지던 미국에서 스마트폰이 먼저 성공했을까? 아이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제대로 된 스마트폰인 블랙베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먼저 성공했다.
‘스마트폰’은, 사실 10년이 넘은 개념이다. 2005년쯤이었던가, 삼성에서 풀 키보드가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을 만들었으나, 시장에서 인기가 없어 곧 사라졌다. 그 이후엔 PDA가 떴다. 팜 파일럿(Palm Pilot)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 성공에 힘입어 몇 개 회사들이 다시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그러나 또 다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런 시장 동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다가 당시에 내가 했던 생각은, “스마트폰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조금 스마트하자고 그 거대하고 못생긴 휴대폰을 들고 다니겠는가”였다. 소위 스마트폰이라는 것은 비싸고, 타이핑하기 불편하고, 펜을 잃어버리면 쓸모없어지고 마는 기기에 불과했다. 정말로 스마트폰 같은 것이 필요한 사람은 랩탑을 들고 다니면 그만이었다. 랩탑이 점점 작아지고 가벼워지고 있었으므로 전화기는 오직 통화 용도로 쓰고, 이메일이나 웹 서핑은 랩탑으로 하면 되겠니 그 둘 사이의 시장은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간단한 문자는 물론 휴대폰에서 보낼 수 있고, 건당 겨우 30원밖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휴대폰을 보지도 않고 초고속으로 타이핑할 수 있는 삼성의 천지인 키보드는 내가 보기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한국에 살 때 문자가 싸고 대중적이라서 친구들과 주로 문자로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미국에 와서도 주변 친구들에게 간단하게 할 말이 있을 때마다 문자를 많이 보냈는데, 한 가까운 미국 친구가 심각한 얼굴로 와서 하는 말이, 자기에겐 문자 전송 플랜이 없어 받을 때마다 돈을 내야하니 제발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는 전화를 받는 사람, 문자를 받는 사람도 돈을 내는데다 플랜이 없으면 문자 하나 받을 때마다 무려 30센트, 즉, 300원에 해당하는 돈이 나가기 때문에 문자 10개 받으면 3천원이나간다. 학생이라 돈이 넉넉치 않은데 자꾸 문자를 보내는 나에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올 만도 하다. 그런 생각을 못했던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친구는 블랙베리를 쓰고 있었고, 데이터 무제한 정액제에 가입해 있었던 데다, 이메일을 문자처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이메일로 의사소통하기를 선호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생각했다. 혹시 이것이 미국에서 스마트폰 문화가 발달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전화를 받는 사람도 돈을 내고, 문자를 받는 사람도 돈을 내는데, 이메일로 의사소통하게 되면 이런 문제가 없으므로 이메일을 선호하게 된 것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자판이다. 천지인 덕분에 엄청나게 쉽게 타이핑할 수 있었던 한글과 달리, 영어는 도무지 쉬운 방법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글이 우수한 이유가 그것이다. 한글에서는 천(.), 지(_), 인(|), 세 가지의 조합으로 모든 모음을 만들 수 있지만, 영어는 a, e, i, o, u 모두 완전히 독립적인 단어여서 조합 등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어 타이핑을 쉽게 해주고, 몇 개의 글자만 치면 단어를 예측해서 제시해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탄생했지만, 여전히 한 문장을 문자로 보내려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풀 키보드 자판이 달린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캐나다와 미국 사람들이 열광했는지 모른다. 풀 키보드가 아니어도 좋다. 블랙베리 펄처럼, 기존보다 두 배만 키가 많아도 타이핑이 훨씬 쉬워진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sungmooncho.com/2011/11/03/why-smartpho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