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4)] 스타트업의 네트워킹

벤처스퀘어 독자 여러분! 한 주 동안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미국에 아무 연고 없던 제가 맨몸으로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한걸음 한걸음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는 성장 스토리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네트워크 하는 법’이 아니고, ‘네트워킹’이라고 제목 읽으신 것 맞죠? 이미 네트워킹의 달인이신 분들에겐 ‘지진아의 좌충우돌기’가 무료할 수 있으니 그냥 넘어가시면 됩니다!

한편, 저처럼 매번 좌절과 자기최면을 반복하며 타향에서 어렵게 스타트업을 꾸리시는 분이 계시다면, 혹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아직 사람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선전하는 일을 두려워하고 계시다면 제 스토리를 통해 용기를 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 힘들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슈퍼스타의 성공 스토리 말고, 누군가가 곁에서 ‘힘들지? 나도 알아. 그렇지만, 조금만 참아봐. 점점 나아질거야’라고 응원해 주었으면 했거든요.

천성적으로 얼굴에 철판이 두꺼우신 분들에겐 한국이건 미국이건 네트워킹이 뭐 어렵겠습니까. 그러나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대 공포증이 있는 보통사람인 저는 문화적 차이, 언어적 핸디캡까지 더한 상황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킹을 하는 것은 스타트업을 하면서 겪는 일 중 가장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에서 네트워킹은 너무나도 중요하기에 외국인이라고 뒷걸음질 칠 수는 없습니다. 계속 변화하는 기술이나 시장 상황을 혼자 다 섭렵할 수 없기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맺어 적시 적소에 적합한 사람을 소개받아 지식을 주고 받음으로서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네트워킹을 통해 창업 동지를 찾는 행운은 말할 것도 없구요.

SpurOn 사업을 할 때는 내가 CEO도 아니고, 이곳 출신의 든든한 창업동지가 두 사람이나 있으니 괜히 내가 나서서 해가 될까봐 저는 항상 뒤로 물러서 있곤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CEO인 입장에서는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기에 저는 결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각종 모임을 찾아다니기 시작 했습니다.

커뮤니티 찾는 법

저는 주로 밋업닷컴(Meetup.com)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해 모임을 검색합니다. 미국 대부분의 도시에 밋업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관심 키워드(스타트업, 창업 등)를 넣어 검색하면 각종 로컬 모임이 검색되어 나옵니다. 시애틀에는 제가 곧 경험담을 공유해 드리려는 ‘린 스타트업 시애틀’ 말고도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을 위한 모임’, ‘CTO 시리즈’ 등 창업자들을 위한 모임이 주1회, 월1회 씩 도시 곳곳에서 열립니다. 이들 중 ‘린 스타트업 시애틀’은 시애틀에서 가장 활발한 스타트업 모임 중 하나로 매월 첫째 월요일에 열리며 네트워킹을 위한 시간 외에 창업자를 초청해 한 시간씩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네트워킹 도전

처음 밋업 사이트에서 ‘린 스타트업’ 모임을 발견하고 홀로 처음 미팅 장소에 도착했을 때, 백 여명 중에 저는 아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다들 맥주병 하나씩 들고 옆에 있는 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네트워킹을 하는 가운데 저는 완전히 뻘쭘해 있었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혼자 서성이다 뻘쭘함이 극에 달할 때면 한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렸답니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왜 너 이렇게 사서 고생이니?’라고 되물으면서요. 그러나 여기까지 왔는데 도망갈 수는 없고, ‘네트워킹 시간이 왜 이렇게 길지? 빨리 강연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라고만 되뇌었지요. 그러던 중 나의 구세주K가 등장합니다. K의 첫 마디는 ‘이봐, 너 좀 얼빠져 보이는걸(Hey, you look so lost)!’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활짝 웃으며, ‘맞아, 나 완전 얼빠졌어’ 라고 답함으로서 제 첫 네트워킹이 시작되었습니다. 속으로는 ‘오우, 말 걸어 줘서 너무 고마워!’ 라고 환호하면서요.

두 번째 도전과 그 이후

네트워킹을 해야지 싶어 안전 지대(comfort zone)를 나와 겪게 된 첫 기념비적인 사건 이후, 저는 조금 더 용기를 내 레드몬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위크엔드(Startup Weekend)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행사에서 제가 속한 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관련 내용은 제 블로그 “스타트업 위크엔드 우승 및 홀로서기”를 보셔도 되고, 제가 이번 주말 열리는 시애틀 스타트업 위크엔드에 참여한 후 행사 스케치를 적어보려고 하는데 그때 지난 경험도 함께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여하튼 두 번째 밋업에 참여했을 땐, 스타트업 위크엔드 행사에서의 우승으로 자신감이 급상승해있던터라 저는 저보다 뻘쭘해 보이는 사람들을 골라 악수를 청하기 시작했답니다. 또한, 밋업 주최자가 스타트업 위크엔드에서 멘토로 소개받았던 분이라 이 분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인사 나눌 수 있었답니다. 네트워크의 확장인 셈이죠.

그리고 드디어 지난 주, 세 번째 밋업에 참여한 저는 드디어 백 여명 앞에서 제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사실 발표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제한 시간 15초. 밋업에 참여한 누구나가 15초 동안 말할 수 있도록 마이크가 주어지는데 저는 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개발자를 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겨우 15초 짜리, 세 문장이었지만, 그날 저는 그 세 문장을 녹음까지 해가며 거울 앞에서 백번 쯤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연습했는데도 발표 전에는 얼마나 떨리던지 내가 지진아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연습 덕에 막상 마이크 앞에 섰을 때는 떨지않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고, 이어진 15분 네트워킹 시간 동안 저는 도전이 가져다준 놀라운 차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한 사람이 앞으로 뛰어와 ‘네 비즈니스에 대해 더 듣고 싶다’라고 악수를 건넸고, 다른 이는 현재 자신이 스타트업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면 꼭 알려달라며 명함을 건넸습니다. 15분 후 강연이 시작되었을 때, 저는 처음으로 ‘이거 네트워킹 시간이 너무 짧은데…’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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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etscc.net/detail.php?idx=42228&k=network

네트워킹 팁

첫째, 그냥 일단 부딪쳐 보세요. 제가 너무 뻘쭘해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을 때는 몰랐는데, 같은 모임에 세 번쯤 참여하게 되자 ‘경험이 힘’인지라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 느긋하게 말을 붙일 수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미국애들이라고 모두 네트워킹에 익숙한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말을 걸어주었으면 하고 바랬던 처음 제 모습을 상기시키며, 뻘쭘하게 서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냈고, 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모임에 참석한 대부분은 네트워킹을 하고자 모인 사람들 입니다. 때문에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소리내어 말하고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널리 알릴수록 원하는 것을 얻게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저는 몇 달 전부터 수요일 아침마다 ‘토스트마스터즈(Toastmasters)’라는 대중연설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매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더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답니다. 이 모임에 가보면 커뮤니케이션 달인임에도 십 년 이상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토스트마스터즈 모임에 나오는 경이로운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저같은 경우엔 열 배 이상으로 노력해야겠지요.

셋째, 본인이 외국인으로서 핸디캡이 있다고 느끼신다면, 핸디캡을 커버할만한 스킬을 하나 더 쌓는 것이 좋습니다. 개발자라면 언어적, 문화적, 핸디캡이 덜하겠지만 저는 사람들을 만나 마케터로 저를 소개할 때면 움추려들곤 했습니다. 때문에 핸디캡을 커버할 만한 스킬을 하나 더 쌓기 시작했는데 바로 디자인 스킬입니다. 은근히 이 스킬이 개발자들에게 인기가 좋아 다각도로 저를 셀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평소에는 아무거나 입고, 맨얼굴로 잘 다니지만, 네트워킹하는 모임에 참여할 때면, 옷차림, 자세, 악수, 미소 하나까지도 신경을 씁니다. 누구나 매력적인 사람, 자신있는 미소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하니까요. 또한, 저는 좀 독특한 비즈니스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데, 평범한 카드보다 이러한 작은 차이가 대화의 소재를 제공하고, 나를 보다 잘 각인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미국에서 핸디캡을 안고 스타트업을 하다보니 속도가 두 배로 더디게 느껴지곤 합니다. 마케팅 메시지를 하나 쓰더라도, 한글이면 뚝딱 써 내려갈 메시지를 고치고 또 고치고 하며 몇 시간을 허비하곤 하죠.

그러나 곧 ‘지금은 트레이닝 중이다’고 생각을 고쳐먹습니다. ‘나는 지금 과거의 근육을 파열시켜 단단한 새 근육을 만들고 있는것이다. 그러니 힘이드는 것이 당연해’라고요. 이렇게 차근차근 몸에 근육을 기르다보면 언젠가 훨훨날 날도 오겠죠?

한 주 동안 화이팅이요!

글: 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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