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역설: 당신의 기부가 가난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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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지 않은 헌 옷의 종착지

당신은 기부한 적이 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당신은 헌 옷을 가난한 나라(대부분의 경우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민들을 위해 기부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옷이 못 입을 정도로 낡아서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유행이 지나서 버린다. 심지어, 신발은 세탁하면 모양이 망가지니 세탁하지 말고 차라리 버리라고 권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낡은’ 옷도 기실은 낡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옷가지를 아프리카 국가로 기부하는 단체가 많다. 이렇게 기부된 옷은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현지 옷 상인들이 무게를 달아 사 가고, 다시 여기 저기로 흩어져서 팔려 나간다고 한다. 물론, 최초 가격의 몇십분의 일도 안되는 가격에 팔릴 것이다. 현지에서는 비싼 가격일지도 모르지만, 헌 옷이라고는 해도 그 품질에 비하면 저렴하기 때문에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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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옷 시장


그런데, 이렇게 선의로 기부한 옷이 아프리카 현지의 의류업을 황폐화시킨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의류업은 낙후되어 있으니, 싸고 질 좋은 ‘선진국 헌 옷’과 현지 옷이 경쟁이 될리가 없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의 경우도 60~70년대까지만 해도 섬유와 의류가 국가의 중추 산업이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술로도 시작할 수 있고,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의 의류업이 선진국으로부터의 ‘기부’ 대문에 고사 상태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One for one’의 역습?

인기 브랜드인 TOMS는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한 켤레를 어린이들에게 기부한다는 스토리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나도 한 켤레 가지고 있다. 나도 TOMS 신발을 사면서, 한 켤레 기부를 할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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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S의 ‘One for one’ 캠페인


TOMS의 창업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에서 신발 없이 사는 아이들을 보고, 기부를 결합한 신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TOMS 홈페이지에는 Giving Report가 올라와 있는데, 이미 2010년 기준으로 백만 켤레 이상을 기부했다고 한다(http://www.toms.com/giving-report). Report에 따르면, ‘왜 신발인가’라는 질문에,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이 발에 상처를 입고 감염이 되며, 그로 인해서 교육의 기회까지 박탈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그런데, 혹시, 내가 산 TOMS 한 켤레로부터 나온 한 켤레의 기부가 가난한 나라의 신발 산업을 황폐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간단한 신발은 만들기 쉬워서, 아프리카에서도 신발 산업은 현지화가 많이 되어 있다. 아이들이 맨발로 다니지 않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서 현지의 신발 산업이 몰락하고, 아이들의 부모들이 일자리를 잃진 않을까? 아직 niche에 불과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신발 제조사도 있다(기사, “How Oliberté, the Anti-TOMS, Makes Shoes and Jobs in Africa”: http://bit.ly/y5r4Oz).


미안하지만, 공정무역은 공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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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Unfair Trade’

‘공정무역’, 요즘 소비의 핫 키워드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내가 공정무역 커피를 스타벅스에서 더 비싸게 사 마시지만, 비공정무역 커피를 살 때 보다 스타벅스가 버는 돈은 더 많다. 이상하지 않은가? 소수의 농부들에게 조금 더 비싼 값에 원두를 구매하는 대신, 스타벅스는 수 많은 중간 유통 단계를 한 두 개 줄여서 더 많은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그나마,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조달하는 원재료가 진정 공정하게 조달되었는지도 쉽게 알 수 없다.

최근에, 코너 우드먼(Conor Woodman)이 쓴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원제는 ‘Unfair Trade’이다. 한국판 제목보다는 원제목이 책의 내용을 명확하게 말해 준다(대체 왜 한국판 제목을 저렇게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책은 ‘공정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상품이 진정으로 공정한 무역을 통해 조달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저자의 여행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정무역’은 생각만큼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발견’이다. 공정무역 커피는 현지 농부의 생활을 향상시켜주지 못하며, 공정무역을 내세우는 기업들이 주장하는 ‘공정무역을 통한 원료 조달’은 증명할 수 없는 허상이라는 것이다.


기부도, 공정무역도 하지 말아야 하나? 대안은 없나?

유니클로(Uniqlo)도 헌 옷 리사이클링 캠페인을 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기증 받은 헌 옷을 난민들에게 전달한다고 한다(http://www.uniqlo.com/recycle/kr/). 불특정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작정 보내기 보다는, 난민들에게 기부하는 것이 훨씬 낳은 방법인 것 같다. TOMS도, 차라리, 신발을 직접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신발 공장이나 현지의 사정에 맞는 공장을 지어주면 어떨까? 아이들에게 신발을 사 줄 수 있도록,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직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좋진 않을까? 그것이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공정무역의 경우도, ‘Unfair Trade’의 저자는, 마케팅 목적으로 극히 일부 제품에 공정무역 로고를 붙이는 것을 지양하고, 농부와 생산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헌 옷을 기부하는 사람들과, TOMS, 그리고 선한 의도로서의 공정무역을 폄하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선한 의도로 시작된 일들이 결국은 그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선의로 시작한 일이 악한 결과를 낳을지.


사실, 의도대로 되는 일이 오히려 적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나의 의도와 딱 맞아 떨어지는 결과로 끝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물며, 내가 직접 컨트롤할 수 없는 기부와 같은 일은 그 결과가 내 의도와 일치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헌 옷 기부, TOMS, 공정무역을 살펴 보면서,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더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다.

글: MBA 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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