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회수 시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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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핵심정책은 중간회수시장 활성화다.  미국 벤처 활황의 비밀은 바로 엔젤투자자의 왕성한 투자와 중간회수시장을 통한 막대한 투자 수익 회수 생태계 형성에 있다.  아직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이러한 대규모 엔젤 투자와 중간회수시장이라는 선순환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한국이 ‘엔젤-중간회수’ 생태계 형성에 성공한다면 기업가정신에 기반한 혁신 국가의 선두 대열에 올라서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중간회수시장에 대해서 핵심 논의 사항을 정리해 본다.
 
1. 왜 중간회수시장인가?

혁신 경제는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창업 활성화에 달려있고, 창업활성화의 핵심은 재도전 기회의 부여에 있다. 창업에 한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재도전의 기회가 사라지고 사회에서 격리된다면 청년들은 기업가적 도전을 회피하고 안정된 직장을 위한 스펙 쌓기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한번 밖에 없는 사업의 기회로 인한 과도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한국 젊은이들의 기업가 정신 저하는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제도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신용불량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 자금을 투자가 아니라 융자에 의존하고 융자 과정에 연대보증이 결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어떠한가? 창업 자금이 융자가 아니고 투자로 조달되기에 실패하더라도 신용 불량자가 되지 않고 재도전이 가능한 창업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성공기업인의 평균 창업이 2.8회라는 것은 두번 정도 실패하고 세번 째 성공한다는 것이다. 실패가 자산이 되는 것이다.  결국 재도전을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창업자금의 조달이 융자가 아니라 투자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투자의 주류 세력은 누구인가?  흔히들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주로 스타트업 투자를 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벤처 캐피털 회사는 본질적으로 남의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들어 투자를 하는 구조다.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대부분의 벤처 캐피털은 내부에 투자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투자 타당성을 객관화 시키는 일련의 활동들을 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서 벤처 캐피털의 투자는 미국의 경우에도 10%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면 누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하는가?  바로 엔젤 캐피털리스트로 알려진 개인투자가와 기업투자가들이다. 각각 개인 엔젤과 기업엔젤이라 부르고 있다. 이들은 남의 돈이 아니고 자신의 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더라도 기대값이 높다는 감이 오면 과감하게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벤처 캐피털은 펀드로 운영되고 엔젤 캐피털은 클럽으로 운영된다. 벤처 캐피털은 펀드로 모아 한번에 투자하고 엔젤 캐피털은 정보는 공유하되 투자 판단은 각 개인이 하는 구조다. 

이러한 엔젤 클럽의 리더들은 대체로 벤처기업으로 성공을 한 후 자금을 회수한 사업전문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남들이 혼돈으로 보고 있을 때 주위를 포착하는 능력’이라고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존 베이츠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한 가운데 투자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내공이 필요하다. 

이러한 엔젤 캐피털은 미국에서 해마다 차이가 있으나 벤처 캐피털과 비슷한 규모의 250억불대의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한국의 투자 생태계를 보면 2010년 기준 엔젤투자는 350억대, 벤처투자는 1조 5천억대로써 50배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 벤처 캐피털은 한국과 미국의 경제력 차이가 20배 정도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엔젤 캐피털은 벤처 캐피털에 비해서 1/50 이하로 규모가 작다.  바로 이 부분이 한국과 미국의 벤처 생태계의 근본적인 차이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엔젤 캐피털이 원래 이렇게 작았는가?  2000년도 벤처 붐 당시 벤처 캐피털 투자가 2조, 엔젤 캐피털 투자는 5천억에 달했다.  당시 미국의 엔젤 규모를 100억불대로 추정해 본다면 2000년도 한국은 괄목할 만한 엔젤 투자 시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10년도에는 그 규모가 350억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그 원인은 벤처 버블의 붕괴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으나 거의 동일한 형태인 미국의 IT 버블 붕괴 결과와 비교하면 근본적으로 잘못된 진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IT버블 붕괴 이후에도 미국의 엔젤 투자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은 ‘묻지마 투자’를 없앤다고 엔젤 생태계를 억압하는 정책 결과로 엔젤은 소멸했다.  그렇다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바로 엔젤 투자가들에게 돈 벌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데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엔젤 투자가는 다른 목적도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한다.  엔젤 투자가들에게 10년 후에 투자 회수하라고 한다면 대부분 투자를 회피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벤처의 유일한 자금회수시장인 코스닥 IPO 회수 시장은 평균 창업에서 12년이 걸린다.  IPO를 3년에서 5년  정도 앞둔 Pre-IPO 시장의  벤처투자는 활성화 되어있다.  그러나 초기 창업 투자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은 것은 투자한 돈을 회수할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창업활성화는 재도전이 보장되는 투자 형태의 자금조달에 있다., 그 투자의 주축인 엔젤 캐피털은 투자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선순환 확산된다.

물론 엔젤 투자 유인책으로 세제 혜택의 원상회복(벤처 정책 초기에는 30%였으나, 버블 붕괴이후 축소됨), 투자수익의 재투자시 세금을 이연하는 이연과세 등도 중요하다. 더불어 엔젤 정책 자금인 매칭 펀드 등도 일정부분 역할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자금의 회수를 통하여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본질적인 시장 경제적 대안이다. 

결론적으로 중간 회수시장 육성이 스타트업 활성화의 핵심 정책임을 재 확인하게 된다.
 
2. 왜 중간 회수 시장은 M&A시장인가?

창업 후 12년 걸리는 IPO과정을 보면 대략 5년간의 기술완성의 시기, 다음 5년간의 시장 진입시기, 그리고 2년간의 재무관리 시기를 거쳐 코스닥에 상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부분은 코스닥기업 협의회와 더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대체로 5+5+2의 기술+시장+재무의 3 단계 성장 구조를 가진다. 여기에서 5년간 기술만 개발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님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기술 완성이란 초기 프로토타입을 거쳐 버전1.0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한 혁신적 제품/서비스1.0은 시장에서 냉엄한 반응을 통하여 단련되고 진화하여 버전2.0이 되면 비로소 쓸 만해 진다. 그러나 진정한 명품은 버전3.0 정도가 되어야 탄생하게 되고 이 단계를 기술의 완성으로 본다. 기술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의 기업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직접 세계 시장을 개척하거나, 아니면 선도 기업과 제휴하여 시장의 시너지를 확보하느냐 하는 두가지 길이 있다. 물론 선악의 문제는 아니다. 창업자의 핵심 역량이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 단계별 투자구조를 보면 창업초기에 투자한 엔젤 캐피털리스트들은 5년 정도 지난 기술 완성시기에 대부분 투자 회수하며, 회수 방법은 M&A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IPO(기업공개)를 향해서 나가는 기업은 추가적인 벤처 캐피털 투자를 받게 된다.  기술이 완성되고 시장초기 검증을 거친 단계에서는 벤처 캐피털들도 불확실성이 상당히 축소된 상황이어서 투자의 객관성을 확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창업 5년정도인 기술 완성 단계에서 M&A를 통한 투자 회수 혹은 추가 벤처 투자를 통한 IPO도전으로 나뉘어 지게 되는 것이다. 이중 어느 것이 좋다는 견해는 어불성설이다. 창업자의 기술과 시장의 역량과 더불어 기존의 시장 선도 기업이 있는 경우는 M&A, 없는 경우는 추가 벤처 투자 형태가 일반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시장 선도기업이 없어 직접 IPO한 기업들은 추가적인 성장을 위한 와해적 혁신은 외부에서 M&A를 통하여 획득하는 개방 혁신(Open Innovation)전략으로 진화하는 것이 나스닥의 일반적인 형태다.

 미국 전체의 투자회수 시장구조를 보면 해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략 90%의 투자회수를 M&A에서 중간회수하고 10%를 IPO에서 최종 회수한다.  한국은 반대 구조다. M&A 중간회수 규모는 IPO시장의 10% 미만이다. 즉 한,미 간의 격차는 100배 수준인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와 같이 엔젤 캐피털과 벤처 캐피털의 규모차이가 한국과 미국의 벤처 생태계 차이의 한쪽인 투자 측면이라면 또 다른 측면은 회수시장의 상대 규모가 100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엔젤 투자시장은 50배, M&A 회수시장은 100배 차이가 난다.  이것이 바로 한미 벤처 생태계의 두 가지 극단적인 현상이고 창업 활성화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간회수시장이 M&A밖에 없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사실 나스닥에도 작은 기업을 위한 나스닥 BB라는 장외시장이 있고 한국에서도 중간회수를 위한 증권거래소 시장으로  증권협회 산하의 프리보드시장에 이어 최근에는 거래소 산하에 코넥스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른 창업 투자 펀드가 만기되었을 때 인수하는 세컨더리 펀드도 중간회수시장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기술-시장 전환단계의 특징을 보면 기술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제거됐으나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시장진입 초기단계이므로 한국의 경우, 기업의 매출 규모는 대체로 100억 미만이다.  이런 기업에 대해서 어떤 형태의 투자가 가능할까?  지분을 나누어 투자하는 주식거래 형태는 투자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제3자의 많은 객관적 기업 분석 보고서 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기업들에 대해서 누가 분석보고서를 만들 것인가? 매출 천 억대의 코스닥기업도 분석보고서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분석 보고서를 기대하기는 기업 규모가 너무 작은 것이다. 한마디로 주식시장 형태로 일반투자가들이 진입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불투명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 주식시장으로 가기에는 규모의 부족으로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단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주식시장 활성화 시도는 대부분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부분은 국내외 연구에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보와 협상력의 불균형을 극복할 수 있는 상대는 그 기술이 필요하고 그 분야에 이미시장을 갖고 있는 선도 기업들이다. 그들은 충분한 협상력과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과 기술의 결합 형태의 M&A는 혁신경제의 가장 핵심적인 생태계적 기업 결합이다.  기술혁신의 우위가 있는 스타트업과 글로벌시장의 효율성을 가진 선도기업들이 M&A룰 통해서 결합하여 혁신비용을 시장 규모로 나눈 지식 원가의 최적의 해를 찾아가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아닌가!  스타트업이 개별적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대단히 불리하다.  이미 규모가 큰 기업들이 다른 분야의 기술 혁신을 시도하는 것은 스타트업 보다 20배 이상 효율성이 낮다는 것은 많은 혁신연구에서 입증되었다.  결국 기술 완성 단계에서 스타트업과 시장기업의 양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게 되는 거래가 바로 M&A다. 

다수의 창업기업들은 이 단계에서 대부분 상장기업들인 시장 선도 기업과 M&A된다. 많은 기술/시장 결합형 M&A는 주식교환형태로 M&A가 이루어지고 초기 엔젤 투자가들은 이 단계에서 상장기업의 주식을 획득함으로써 간접 상장을 하게 된다. (물론 현금거래의 경우에는 직접 현금을 받게 된다.) 흔히들 M&A에 대해서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것은 철강회사 혹은 선박회사 등 동일한 형태기업들 간의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M&A에 따르는 구조 조정에 의한 고용축소와 결과적인 독과점의 폐혜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과 시장이라는 서로 다른 요소의 결합, 개방혁신(Open Innovation)적인 M&A는 시장을 창출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등 구조조정과는 반대로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한다. 특히 시스코(Cisco)와 같은 M&A에 의한 개방혁신형 성장을 한 기업의 형태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첨단 기업들의 R&D는 축소되고 M&A가 증가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 향상의 관점에서 당연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기술완성단계의 중간 회수 시장은 M&A시장 형태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M&A시장과 IPO시장은 전세계의 주요국가의 M&A와 IPO시장간의 비교 분석도 중요한 연구의 대상이다.)

3. M&A 시장의 활성화 방안은?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M&A시장을 어떻게 형성할 것이냐? 하는 질문이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기술거래소에서 나온 ‘M&A시장 육성 보고서’를 참조하기 바라나 기본적으로 미국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대형투자 은행을 만드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므로, 그들의 역할 중 M&A 중개 기능만 빼내서 육성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시장은 많은 바이어와 셀러와 딜러가 임계질량이상 모여야 형성된다.  그냥 자연적으로 모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초기 유인책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유인책은 세제다.  바로 이 부분이 국가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 거래소가 발간한 보고서의 핵심내용이다.  이러한 M&A를 위한 시장은 별도의 M&A거래소를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프리보드를 혁신 거래소로 발전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코넥스가 만들어 짐으로서 존재가치가 의문시되는 프리보드는 바로 창업 스타트업 기업들과 시장 선두 기업들이 혁신을 거래 할 수 있는 시장으로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M&A거래소라는 이름을 붙이면 여기에 기업들이 등록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에 혁신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M&A가 일어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개방 혁신 거래소(Open Innovation Marekt)라는 이름도 좋은 대안이 아닐까 한다.

거래소의 설계시 반드시 감안할 점은 임계량이상의 바이어, 셀러를 유인하는 정책은 공공의 영역이나, 이들간의 거래를 중계하는 딜러는 민간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21세기 창업 대국을 향하여

 M&A거래 활성화가 중간 회수 시장을 형성하고 중간 회수시장의 형성이 초기 엔젤 투자가를 확산시키고 이것이 선순환되는 구조가 창업 활성화의 핵심 정책이다.  이 단계에서 M&A를 하지 않고 벤처 캐피털 투자를 추가로 받아 IPO로 가는 성장 경로도 물론 존재한다.  벤처 생태계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이러한 다양성이 바로 미국 벤처 성공의 비밀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기술+시장+재무의 3단계 발전을 뒷받침하는 단계별 자금 조달 정책이 필요하다. 회수시장이 없는 공급 위주의 엔젤 육성 정책은 결국 선순환 확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1996년 벤처기업협회가 주도한 최종 회수 시장인 코스닥에 이어 빠진 연결 고리인 중간 회수 시장의 형성이 벤처2.0 정책의 가장 중요한 대안이 아닌가 한다.   

2012.8.4

글: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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