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창조경제론 4] 창조경제와 혁신 시장

Source : http://flic.kr/p/92sT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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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이 보여주듯, 기업간 경쟁은 이제 특허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 인터넷통신 선두기업인 씨스코(Cisco)의 경우 지난 10년간 144개의 회사를 인수합병(M&A)해 성장해 왔다. 지금까지 시장경제가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미래 창조경제는 창조물과 혁신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은 바로 혁신시장의 육성이다.

창조경제의 역설로 인해 기업이 분할된 결과 과거 단일기업 내에 있던 지재권(IP)과 혁신(M&A)이 기업간의 거래로 전환되고 있다. 개방혁신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일 것이다. 지식재산권이 거래되는 기술(IP) 시장과 혁신기업을 거래하는 M&A시장을 포괄하는 혁신시장의 경쟁력이 이제 창조경제의 국가 경쟁력이 된다.

창조경제의 가치사슬은 IP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이제 IP시장의 규모는 2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지재권을 거래하는 ‘창의자본(Invention Capital)’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정부부처 주도로 시작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 부르고 있으나, 창조물을 거래하는 것은 창조경제의 필연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심지어는 경매를 통해 IP를 거래하는 시장도 등장했다.

창조적 아이디어가 사업화된 혁신기업을 거래하는 것이 M&A다. 대기업의 시장역량과 중소ㆍ벤처의 혁신역량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이제 대기업은 비효율적인 내부혁신을 줄이고, 외부에서 혁신을 사오고 있다. GE의 지난 10년간 새로운 제품은 대부분 외부에서 인수합병한 것들이다.

따라서 세계적 기업의 R&D투자는 줄고 있는 반면 M&A비용은 늘고 있다. 이제 대기업들은 M&A를 통해 기술을 획득하고, 이를 자신의 조직 안에서 소화하고 변형해 흡수하는 ‘동적역량’(Dynamic Capability)을 강화하는 추세다.
과거 메디슨에서는 유럽 자회사 하나를 대략 투자대비 10배 이상을 남기고 1억유로에 GE에 매각한 적 있다. 유럽자회사의 매출은 5배 늘었고 고용도 증가했다. 우리도 벌고 그들도 벌었다. 기술/시장 ‘결합형 인수합병’은 일반적인 ‘확대형 인수합병’과 달리 국가의 부와 고용을 증대시킨다.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 창업벤처에 투자한 엔젤자금들은 이익을 회수할 수 있게 되고, 이들의 이익을 다시 새로운 엔젤투자로 선순환되면서 창업은 더욱 촉진된다.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 벤처생태계의 비밀이다. 따라서 선순환을 저해하는 출자총액제한 등의 규제는 창조경제에 저해가 된다.

IP와 M&A를 포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또 중소ㆍ벤처기업들 간에 혁신을 다양한 형태로 거래할 수 있는 혁신시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고파는 시장에는 손님과 가게가 많아야 한다. 따라서 많은 거래자들이 모이기 위해 시장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그 인센티브의 핵심은 바로 혁신거래에 따르는 제반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시장은 대기업의 지속가능한 혁신에 새로운 혈액을 공급하고, 중소ㆍ벤처 투자생태계를 활성화한다. 창조경제 생태계는 혁신시장의 육성으로 완성이 되는 것이다. 혁신시장은 한국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최우선 국가적 인프라가 될 것이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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