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시스템 개발을 다 잘할까? – healthcare.gov 사례

글로벌 경제대국인 미국의 연방정부를 셧다운시키고 부도직전까지 몰고갔던 정당간 대치의 핵심에는 오바마 케어라고 불리는 보편적 건강보험개혁법안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OCED 국가의 2배 이상의 의료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3천200만명 이상이 보험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부터 전국민의 의료보험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고용주에게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건강보험개혁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를 시행하기 위하여 10월부터 온라인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인 www.healthcare.gov를 오픈하기에 이릅니다. 소위 오바마 행정부의 플래그십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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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이 웹사이트 오픈 이후 빛을 바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4백만명이 넘은 사용자가 접속을 시도했지만 오직 1% 정도만이 등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버그 수정과 패치가 급하게 이루어지면서, 등록된 사용자의 패스워드가 삭제되고, 잘못된 사용자 정보가 제공되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불만을 터트리고, 의회에서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Health and Human Services 장관의 사직도 요구하는 모양입니다.
갑을문화로 얼룩진 국내 IT 산업은 창의적이고 협력하는 선진문화을 갖춘 미국을 벤치마킹하며 부러워하지만, 미국도 대형 정부사업 프로젝트에 적지않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Healthcare.gov 개발 프로젝트는 총 93.7 million 달러 (한화로 거의 1천억원으로 현재까지 약 400백억원 정도가 사용됨) 규모로 CGI Federal이라는 캐나다 CGI Group의 미국 자회사가 주사업자를 맡았습니다. CGI Group은 직원 수 69,000명에 전세계 400개 지사를 가지고 있는 대형 SI 사업자로 CGI Federal은 미국내 12,000명의 직원과 50개 오피스를 갖고 있습니다. (참조기사 :  Healthcare.gov wasn’t built by the elite team that built Obama’s campaign tech. The main $93.7 million contract to build the exchange was awarded to CGI Federal Inc.)

미국정부도 기술력을 갖춘 중견 개발업체보다 안정적인 대형 시스템 통합 업체를 선호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프론트엔드는 스타트업과 소규모 혁신적 컨설팅팀이 담당하고, 백엔드는 55개 업체가 개발 및 배포에 참여하는 복잡한 대형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습니다.

자바 스크립트가 갖는 대규모 웹사이트에서의 구조적인 성능문제와 최적화되지 않은 페이지 설계, 부적절한 성능 예측 (동시 사용자를 50,000~60,000명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250,000명이 동시접속함), 여러 시스템간의 서비스 인터페이스 설계 미흡 등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관리적인 문제도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11년 11월에 계약을 체결하였지만, Health and Human Services에서 최종 스펙이 2013년 봄이 되어 나왔고, 개발할 시간이 촉박하여 충분한 테스트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개인의료정보 및 소득데이타를 다루다보니 여러 정부부처와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보안으로 처리방식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올 해 6월 프론트엔드 소스는 공동개발 라이브러리 사이트인 깃헙(GitHub)에 공개되었지만 오픈 후 비판이 쏟아지면서 아무 해명없이 사라졌고, CGI Federal은 언론에 반응을 안 하고 있습니다. 개발 프로젝트의 코드 공유를 통한 투명성없이 백엔드와 프론트엔드가 제각기 개발되고, 50개가 넘은 업체들과 함께 백엔드를 개발하면서 막바지 일정에 밀려 충분한 통합과 시스템 테스트없이 론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중요한 정부 프로젝트의 연기를 누가 책임지려고 하겠습니까!)

이런 대형 웹사이트는 예측을 잘 한다 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사용자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먼저 오픈하여 시스템을 검증하면서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거나, 미국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빅뱅 오픈을 할 것이 아니라 주별로 점진적 론치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심각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현재 다급해진 오바마 행정부는 외부의 최고전문가를 불러모아서(tech surge) 성능 개선과 버그를 수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2주정도 새벽마다 시스템을 다운시키고 개선한다고 하는데, 이게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를 보면 국내 SI 프로젝트만 왜곡되고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죠. 현실과 상황 탓만 해서는 선진국이 되더라도 나아질 것이 없습니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빅뱅 접근보다는 점진적이고 반복적인 개발, 그리고 개발 조직을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 황순삼
출처 : http://goo.gl/EHJF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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