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1] 보스 없이도 위기관리팀은 움직여야 한다, 현대캐피탈

Source: http://goo.gl/iQso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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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사결정권자 없이 초기 위기대응을 하기란 나침반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현실 상황에서는 위기가 사전 예고를 하거나, 기업 내부 상황을 가려가며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의사결정권자 부재에도 능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대형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장이 저 멀리 덴마크에 있던 기업은 어땠을까? 현대캐피탈의 이야기다.

2011년 4월 7일 이른 오전. 여의도 현대캐피탈 본사 IT파트 직원들은 범인으로부터 해킹을 주장하는 몇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신고를 받은 사내 정보보안팀은 다각적인 검토결과 고객정보가 일부 해킹된 것을 감지했다.

현대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은 당시 북유럽 출장 중이었다. 당시 덴마크에 체류 중이던 정 사장에게는 이미 사건 감지 10분만에 상황 보고가 되었고, 지속적인 상황변화 내용들이 전달되고 있었다. 이와 함께 IT실장에게 위기발생 보고를 받은 경영지원 부사장은 즉시 비상대책본부를 소집했다.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다.

사내 핵심 의사결정자 14명과 로펌의 변호사까지 포함되는 균형 잡힌 위기관리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급박한 상황에서 사장이 부재중인 위기관리팀을 이끄는 경영지원 부사장은 위기관리팀 내 사내외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우선 비상대책본부장 자격으로 즉시 경찰에 해킹 사실을 신고했다.

위기관리팀 전문가들은 경찰에게 협조하면서 다음날 오후까지 해커와 이메일을 여러 통 주고 받았다. 경찰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경찰 협조를 통한 해커 검거관련 상황 관리는 이미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IT파트에서도 유출된 고객정보의 범위가 어느 정도 인지를 기술적으로 파악하고 있었고, 홍보파트와 다른 여러 파트들이 이 상황을 내외부로 어떻게 알리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이런 고민들은 사실 사장이 여의도 본사 현장에 위기관리팀과 함께 있었으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사장과는 컨퍼런스콜로 밖에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제한된 상황에서 실시간 정확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 또한 제한되는 상황이 존재했다. 여러 차례 덴마크와 한국간의 컨퍼런스콜이 이어지고 나자 정 사장은 한국의 위기관리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밝히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여러분들께 강조하고 싶은 내 원칙입니다“며 “앞으로 시시각각 상황이 변할 텐데 일일이 나한테 보고하려고 하지 말고 비상대책본부가 중심이 돼서 대처하십시오”라고 지시했다. 현장의 위기관리팀에게 모든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일부 부담을 가지는 위기관리팀원들을 생각해서였는지 정 사장은 “(위기관리팀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집니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이후부터 더욱 더 초기대응 방식과 활동들에 속도가 붙었다. 경찰협조, IT측의 상황분석, 언론 고지 방식 결정, 관련 정부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략적인 시간대에 언론을 통한 상황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었다.

정 사장은 사건 발생 3일 후 귀국 했다. 귀국하자 마자 본사 위기관리팀을 찾았다. 기존 원칙대로 기자회견을 열어서라도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물론 일부 변호사측에서는 해당 활동이 자칫 법정에서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조언했다. 그러나 정 사장의 원칙은 위기관리팀에게 그대로 공유되어 있었고, 이미 사장 부재중이었던 이틀간 성실하게 준비되고 실행되었던 원칙이었기 때문에 기자회견에 대한 결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2011년 5월 13일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인출책 1명을 검거하고, 주범과 해커의 신상을 파악했다. 해킹 당한 고객정보 133만 건도 회수 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상황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알렸던 현대캐피탈의 원칙이 칭찬받았다. 본사의 위기관리팀이 사장 부재기간인 3일간을 잘 견뎌주었던 덕분이었다. 위기 시 위기관리팀에 대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권한이양과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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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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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Mh6t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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