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조직 문화 형성에 꼭 필요한 3가지

1년에도 수십 수백 개씩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아마도 모두가 미래의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이 되길 희망하며 하루하루 가열차게 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스타트업 중 소위 성공했다 불릴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 능력 있는 창업자, 기발한 사업 모델과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 줄 기술력과 자본이 있다고 다 성공할 수는 없는 것.

기업을 굴러가게 하는 힘은 결국 그 조직의 구성원에게서 나오기에 성공한 스타트업에겐 모두 그들만의 ‘조직 문화’가 있다. 그게 모두에게 좋은 문화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조직에 가장 적합한, 그래서 구성원의 공감대를 사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될 수 있게 하는 ‘조직 문화’가 있는 스타트업이 수많은 인재를 모아 성장을 거듭해 올 수 있었고 그것이 결국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것이다(링크드인(Linked in) 창업자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에 따르면 이런 조직 문화는 회사 초창기에 세팅할수록 해당 기업의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이렇듯 ‘조직 문화’를 좋은 기업을 정의하는 데 있어 큰 결정 기준이라 본다 한다면 모든 스타트업이 그저 스타트업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 ‘좋은 조직 문화’를 가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문화라는 게 그저 출근 시간이 늦고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무한한 간식과 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조직 문화’라는 게 실질적으로 어떻게 스타트업에서, 그것도 제대로 잘 형성될 수 있을 지 5년째 스타트업의 구성원으로 함께하고 있는 직원의 시각으로 얘기해 보고자 한다(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며 철저히 스타트업 입장에서 서술했다).

조직 문화 형성의 중심에 있는 구성원 입장에서 결국 회사를 다니게 하는 유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면 ‘좋은 조직 문화’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온다. 결국 직원의 리텐션을 높일 수 있는 문화가 ‘좋은 문화’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크게 아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좋은 사람을 뽑아내는 능력, 그리고 아닌 사람을 쳐낼 수 있는 결단력. 보편적으로 모든 회사가 좋아할 만한 소위 ‘좋은 사람’은 분명히 존재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 말하는 좋은 사람은 그저 단순히 일 잘하는 스마트한 좋은 사람을 칭하는 것이 아닌, 해당 기업의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임을 먼저 밝히고 싶다. 즉 회사와 잘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소리지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스타트업 자체가 창업가와 또 그와 뜻을 함께한 몇 몇의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결국 창업자 시각과 성향이 결국 그 스타트업의 문화로 이어짐은 필연적이다. 그런데 창업자 입장에선 창업 초기부터 문화를 중심에 두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될 턱이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떻게든 돈을 벌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할 스타트업에게 ‘조직 문화’라는 것만큼 멀게 느껴지는 단어가 또 있을까. 게다가 좋은 사람에 대한 수요는 항상 높은 반면 공급은 항상 부족한 게 현실. 잘 알려지지도 않은 스타트업에서 그 공급을 끌어오는 일은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창업자 시각을 반영한 회사의 가치관과 인재상이 뚜렷하게 명문화되어 있고, 올바른 문화에 대한 기준이 성립되어 있다면 그 스타트업은 ‘좋은 문화’를 가지는데 큰 기반을 마련했다 볼 수 있다. 성립된 기준과 회사의 정체성에 잘 부합하는 사람을 뽑아 회사를 이한 사람들로 채우는 일이 훨씬 수월하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될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히 잘 맞는 사람을 한두 명 뽑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모든 구성원 하나하나를 그러한 사람들로 뽑아 회사를 그들로 가득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사업과 조직의 복잡성이 높아지더라도 구성원들이 알아서 신속하고 주도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것이다.

Originals의 저자 Adam Grant

이미 많은 기업들이 좋은 사람 고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닌 사람을 뽑았을 시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안경 판매 스타트업 ‘와비 파커(Warby Parker)’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퇴직금을 주고 떠나는 것을 권한다. 미국 온라인쇼핑 스타트업 ‘자포스(Zappos)’도 새로이 조인한 직원에게 연수기간 동안 회사와 본인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일정 금액을 수령하며 떠날 수 있는 옵션을 부여한다.

회사와 정체성을 공유할 수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열정이 덜하고, 회사의 사업 방향에 무관심하며, 비협조적이 될 확률이 높다. 이런 사람들을 애초에 내보내지 못하는 것은 조직 문화 형성과 발전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력을 생각보다 크게 발휘해 다른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회사의 방향성을 흐린다. 다시 말해 좋은 사람을 잘 고용하는 것만큼 아닌 사람을 잘 내보낼 수 있는 결단력 및 실행력 또한 조직을 잘 맞는 사람들로 가득 채우는데 필수적인 것이다.

둘째,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회사의 명확한 비전, 그리고 자신이 일부라는 소속감. 스타트업은 말그대로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들어가야 하는 회사다. 바꿔 말하면 방향성 세팅이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야 한다는 마땅한 룰도, 이대로 하면 된다는 명확한 답도 없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회사가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일 것이다. 피상적인 매출 증대, 제휴처 확장, 가입자 증대, 돈 되는 상품 출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기업의 비전을 구성원 모두가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위에서 강조한 그 기업에게 있어 ‘좋은 사람’에게 기업의 확고한 비전이 명확히 공유된다면 기업 목표가 곧 개인의 목표가 될 것이다. 구성원이 자연스레 그 목표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의지와 소속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회사가 만약 동질적인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회사였다면 구성원들 스스로가 회사의 가치관을 서로 서로 공유하며 공감대와 신뢰를 형성해 어떻게 하면 함께 더 잘 일해볼 수 있을까를 생각해낼 것이다. 즐거움은 덤으로 찾아올 것이다. 사람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이와 함께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이직을 생각해보는 사람 대부분이 스타트업에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소속감일 것이다. 큰 기업에서 지금 현재 내가 하는 일이 정확히 어떠한 가치를 창출해 내고, 회사가 성장하는데 어떻게 기여하고 있으며, 그래서 결론적으로 회사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 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기에 비록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다 쌓아 올려 나아가야 하더라도 자신의 시간과 리소스가 어떤 곳에 쓰여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스타트업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 위와 같은 환경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공유된 비전에 합류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게 되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은 더욱 더 커지는 선순환이 구조를 만들어 낸다. 회사가 다행스럽게도 비전을 잘 세팅해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 성장하고 있다면 그 선순환 구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더 커지게 된다.

셋째, 높은 권한과 그에 상응하는 높은 책임.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의 원단 제조 회사인 W.L.Gore는 일하기 좋은 회사로도 손에 꼽히는 회사다. 보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트업과는 설립연도에서부터 사업 분야까지 차이점이 상당하지만 구성원에게 높은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문화를 가진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회사의 슬로건은 “We don’t manage people, we expect people to manage themselves.”

구성원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의사 결정권을 주며 회사가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 구성원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높은 권한과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함은 특히나 스타트업처럼 작은 조직에는 꼭 필요한 요건이다. 회사를 굴러가게 하는 구성 및 운영 요소는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신생 조직이든 오래된 조직이든 모두다 보편적인 복잡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 구성원은 각자가 다 어찌 보면 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높은 권한과 자율성,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질 때 더욱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5년간 스타트업의 구성원으로 함께하면서 느낀 바에 따르면 비록 높은 권한에 따르는 책임감으로 행여 일이 잘되지 않았을 때 느끼지는 좌절감은 그 어느때보다 크게 다가와 가끔은 회복이 힘들 정도로 자책감이 들 때도 있지만, 그 또한 실패를 통해 배우고, 성공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하고 뿌듯해하며 조금씩 더 성장해나갈 동력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렇듯 구성원들에게 스스로 학습하며 업무 영역과 역할을 정의해 직무 가치를 습득해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결국 매니지먼트가 필요 없는 사람이 필수적인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나쁠 수 없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버즈빌은 창업 초기 자세하게 명문화된 컬처북이라는 것을 만들어 회사가 지향하는 비전과 문화, 그리고 인재상을 뚜렷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명문화된 컬처북을 기반으로 좋은 사람을 제대로 뽑으려 노력하며, 그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하려 노력한다. 또 구성원은 컬처북을 기반으로 실제로 문화를 만들어가고 채워나가고 있다. 인재상을 뛰어 넘는 사례를 만들어 다른 구성원들에게 있어 자극과 영감이 되고 회사의 정체성과 하나되어 함께 성장하고 있음에 큰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비록 꼭 맞는 사람을 뽑아내기 위해 채용에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당장만을 놓고 본다면 조직의 외형적 성장이 더디게 진행됐다 할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매해 2-3배 이상 성장하며 현재 70여명 멤버가 안팎으로 탄탄한 회사를 함께 만들어 나아가고 있다.

‘조직 문화’라는 것이 다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인재 관리(People Management)에 힘을 들이지 않는 것만큼 중요하고도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이 또 있을까 생각한다. 결국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회사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성장 기반을 갖춘 셈일 것이다.

※ 이 글은 서울창업허브(http://seoulstartuphub.com/)와 공동 기획, 진행한 것입니다. 관련 내용 원문은 서울창업허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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